집단대출의 웃을 수 없는 양면
집단대출의 웃을 수 없는 양면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6.06.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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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황이다. 전통적인 비수기로 여겨지던 것이 무색할 정도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에 따라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졌다.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에서 집단대출은 적용이 제외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분양시장이 호황을 맞이한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집단대출이 우리나라 가계대출 및 건설사 신용평가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오는 6월, 삼성물산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원현대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루체하임’(일반분양 332가구)을 분양한다. 경기 시흥시 은계지구에서도 호반건설 ‘시흥은계 호반써밋플레이스’(816가구)와 한양 ‘시흥은계 한양수자인’(1090가구)이 수요자를 찾는다. 7월에는 현대건설이 개포동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아너힐즈’(73가구)와 포스코건설·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경기 안양 호계주공 재건축 아파트(341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8월에는 대우건설·현대건설·SK건설이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2021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여름은 분양시장에서 비수기였다. 그러나 이렇듯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두 가지 해석을 내놨다.

대출 시 소득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이 지난 2월 수도권부터 시행되면서 주택대출은 주춤했다. 그러나 분양시황과 직접적인 연관관계에 있는 집단대출은 가이드라인 적용에서 제외됐다는 점이 첫 번째다.

집단대출은 구체적으로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차주 개인의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 없이 중도금과 잔금 등을 빌려주는 은행 대출상품이다. 선분양 제도라는 한국 주택시장의 특수성이 반영된 제도다. 흔히 아파트 중도금 대출로도 불린다.

두 번째는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인 1224조원에 육박하면서, 규제에서 빠진 집단대출에 새로운 규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집단대출을 통해 중도금과 잔금을 유예하는 한국 분양시장의 특성상 집단대출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분양시장에 급격한 냉각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몇 달 간격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어 하반기 분양 성수기인 가을(9~11월)까지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지난 29일 한국은행 금융시장동향 통계와 금융위원회 발표 등을 종합하면 올해 1분기(1∼3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9조6000억원(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이다. 이 중 집단대출 증가액(5조2000억원)이 53.6%를 차지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중 집단대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중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4년만 해도 2.5%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에 따라 건설사들의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지난해 4분기에는 29.6%까지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올해 1분기(1∼3월)에는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증가했다. 이는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의 시행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미진한 상태에서 분양시장이 호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성수기인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일찍 분양 물량을 풀어낸 이유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낸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의 예외 조항을 보완해 집단대출 등 가계대출 규제의 사각지대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 당국이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집단대출이 건설사 신용평가의 역린?

일각에서는 아파트 중도금 등에 대한 집단대출 증가가 건설사 신용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집단대출은 건설사가 분양 마케팅 차원에서 보증을 제공하는 경우가 상당하고 주택금융공사 등 공적 보증 형태의 경우도 건설사의 연대책임이 일부 포함된다는 것이 이유다. 일부 신도시 신규 분양을 하는 건설사 중에는 중도금 이자를 대신 납부한다.

이에 따라 아파트 준공 시점의 주택담보대출로의 차환 혹은 차입자의 상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건설사의 부담으로 귀결될 우려가 높다. 또 신용등급이 낮고, 영세한 시공사일수록 상대적으로 주택가격 하락위험이 높은 사업장에 관여하기 때문에 대출 부실화에 따른 타격이 크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취약업종 고용인원이 많은 지역의 소득이 하락하면 중도금 연체나 미입주 사태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 집단대출 증가는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하락은 물론 건설사, 나아가 은행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 진행으로 조선 등 특정 업종 의존도가 높은 지역경제가 실업 증가, 소득 악화 등의 충격을 입을 경우 집단대출의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한편, 금융위 관계자는 “집단대출 증가에 걱정이 크지만 거시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현재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집단대출 증가의 원인인 선분양제도를 당장 손보기 어려운 만큼 주택업계도 밀어내기식의 분양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경제 = 임태균 기자]


임태균 기자 text12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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