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고비 넘었지만 ‘첩첩산중’
힘든 고비 넘었지만 ‘첩첩산중’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6.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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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의 현대증권 인수가 끝나면서 그동안 현대증권을 이끌어 온 윤경은 사장이 재조명 받고 있다. 운이 좋은 사람쯤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그의 실력을 인정하는 이들도 제법 보인다. 업계에서는 통합과정에서 흔들릴지 모를 현대증권의 안정을 위해 윤 사장이 유임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사진=현대증권 제공>

KB금융그룹(KB금융)은 지난달 31일 인수대금 1조2500억원을 내고 현대증권 인수를 마쳤다. KB금융은 지난 1일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통합을 진행하기 위한 통합추진단을 발족시켰다. 윤 사장은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과 같이 통합추진단 통합추진위원회에서 통합 작업을 이끌게 된다.

‘행운아’ 윤경은 사장

윤경은 사장은 2012년 10월 현대증권 사장직에 오른 이래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자리를 잘 지켜왔다. 윤 사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으며 2018년 3월까지가 임기다.

윤 사장이 사장(각자대표) 자리에 올랐을 때 당시 현대증권 노조는 현대그룹 측이 본래 대표이사 사장인 김신 사장을 견제하려고 보낸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냈었다.

지난해 현대증권은 일본계 금융사인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이하 오릭스PE)를 인수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오릭스PE가 인수 구조의 변경을 요구했고 일본 금융사 진출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파킹 딜(Parking Deal)논란까지 나오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오릭스PE와의 인수협상 과정에서 윤 사장은 현대증권 사장 자리를 놓칠 뻔 했다. 오릭스PE측이 새 대표이사를 내정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수가 결렬되면서 사장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윤 사장이 운이 좋았다는 평가가 주로 나왔다. 그러나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전이 열기를 뿜으면서 윤 사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KB금융은 1조원 이상의 돈을 내고 현대증권을 인수했고 윤 사장은 현대증권의 몸값을 높이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사장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통합 후 조직안정 결과와 경영실적에 따라 통합증권사의 사장 자리를 바라 볼 수도 있게 됐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전년과 비교해 약 650% 증가한 2970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올렸다. 현대증권의 2014년 영업이익은 397억원이었다. 현대증권은 2011년에는 1489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2012년에는 671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2013년에는 42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증권이 이렇게 회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윤 사장의 과감한 혁신이 있었다. 윤 사장은 2014년 6월 추가 조직 통폐합과 운영경비 20% 추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경영 혁신 방안을 공개하고 실천에 옮겼다.

또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해외 부동산 투자다. 현대증권은 2013년 8월 매입한 일본 최대 쇼핑업체 이온(AEON)그룹 쇼핑몰을 지난해 8월 매각했다. 이 거래로 215억원을 벌었다.

현대증권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노조와의 갈등도 슬기롭게 극복했다. 지난해 12월 윤 사장과 이동열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올해를 ‘노사관계 상생 원년(元年)’으로 정하고 노사 상생 합의서를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증권업 업황이 좋지 않고 오릭스PE로의 매각이 무산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현대증권 노사 양측이 서로 손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 노조는 윤 사장 취임 이후 윤 사장에게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지만 현대증권의 실적이 호전되고 노조위원장이 바뀌면서 상생의 길을 선택했다.

윤 사장의 과제

물론 윤 사장에게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재해 있다. 일단 한국금융지주 대신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직원들의 반발이 누그러진 건 다행이지만 아직 안정 국면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조직 개편의 열쇠 역시 윤 사장이 쥐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투자)와 모바일 투자시대가 열리면서 증권 영업부문에서 꾸준히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KB금융은 윤 사장을 앞세울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상품을 내놓고 신사업을 개척하는 것도 윤 사장의 과제다. 대우증권을 인수해 업계 1위 증권사가 된 미래에셋증권이 해외투자에 강세를 보이고 NH투자증권이 농협은행과의 복합점포 설립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아직 현대증권은 내세울만한 강점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증권업황이 어려우므로 해외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며 “해외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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