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드보복 없다’는 정부 어떻게 믿나?
[데스크칼럼] ‘사드보복 없다’는 정부 어떻게 믿나?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6.08.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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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중국의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이 구체화 되고 있다. 처음에는 중국 관영 환구시보 등 국수주의 성향의 언론을 앞세워 한국을 압박했지만 이제 그 수위가 점점 현실화 되고 있다.

▲ 한상오 부국장

중국은 최근 비자업무를 대행하던 업체를 폐쇄하면서 한국인의 비자발급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중국의 공식적인 보복이 아니라면서 비즈니스를 위한 상용비자 발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자문제와 함께 중국 방송가에서는 벌써 ‘한류’ 문화의 흠집 내기에 들어갔다. 한국의 인기 스타들의 팬 미팅이 연이어 취소되고 드라마 방영이 연기됐다. 한중합작의 문화교류 사업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하지만 정부는 사드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경제보복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5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반응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보복을 너무 예단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앞서 지난달 유일호 경제부장관은 전면적 경제 보복은 불가능하다고 했고,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중국의 무역보복 가능성은 적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아마도 정치는 정치이고, 경제는 경제라는 논리를 주장하는 듯하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다분히 낭만적 발상이다.

경제는 실리를 추구한다. 구호를 중시하는 정치와 다른 점이다. 현대사회는 경제가 정치논리를 앞설 때도 많았다. 현대 외교는 국익을 위해 나라간 관계를 맺는 것이지 예전처럼 동서로 편 가르기를 하지는 않는다.

한 가지 더한다면 중국은 아직 공산당이 국가의 헤게모니를 완전히 장악한 국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게 사실이다. 아쉽지만 이런 경제적 종속은 국가 간의 눈치 보기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GDP의 10% 이상으로,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의 비중은 무려 78.1%에 달한다. 반면 소비재의 중국시장 비중은 2.6%에 불과하다. 수치만 놓고 해석할 때, 완제품 시장에서 중국은 한국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 시장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숫자 이상의 위력이라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해외여행에 나선 중국 관광객은 3540만 명으로, 354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들 중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98만4000명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쇼핑관광객 중 중국인 비중은 64.1%로 가장 높았다. 일본 13.6%, 홍콩 6.0%, 대만 5.4%, 태국 3.4% 등과 비교할 때 과히 압도적이다. 중국인 관광객 1인당 소비액은 평균 2000달러로 2015년 기준 총 120억 달러(약 13조8000억 원)를 국내에서 쓰고 갔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평균 소비액인 400달러의 5배에 달한다.

이런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사드배치 이후 중국정부의 변화에 따라 급격히 줄고 있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이 감소는 이미 시작됐고, 속도와 규모가 더 빠르고 터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일례로 중국인 관광객들을 태우는 버스는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고 한다. 버스대절업체 관계자는 거의 모든 회사들의 버스 예약이 취소되고 있고, 심한 곳은 40%가 넘게 해약된 곳도 있다고 전했다.

관광객의 감소에 따라 화장품과 면세점, 호텔업계는 모두 비상이 걸렸다.

면세점업계는 한마디로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올해 시내 면세점이 늘고 마케팅 비용지출이 늘면서 면세점업체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인 관광객 발길마저 끊기면 최악의 사태까지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다.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객유치 경쟁은 과열될 것이고 결국 마케팅 비용 증가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은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특히 시장에 안착하려고 하는 신세계, 한화, 두산, HDC신라 면세점 등은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시기를 겪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화장품업계도 실적악화는 불 보듯 뻔 한 수순이다.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의 25%가 면세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면세점 매출비중이 큰 화장품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는 실적악화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더욱이 중국에서 일부이지만 천연화장품 등 한국 화장품에 대한 회수조치가 내려졌고 수입에 대해 까다로운 조치들이 잇따르는 점도 골칫거리다.

호텔 등 숙박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호텔업계는 그동안 관광객 증가에 대한 기대로 객실 공급을 많이 늘렸다. 호텔신라만 해도 서울에만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 4곳을 개장했다. 메르스 사태가 끝난 올해 초에도 호텔들의 경영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드로 관광객이 줄고 특히 대목인 중추절 장사까지 망치면 존립 자체까지 흔들릴 수 있다.

중국의 사드보복은 정부의 말대로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중국정부의 구체적이고 단호한 조치가 언급되기도 전에 우리 경제 여러 곳에서 이미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는 사드의 국내 배치 찬성과 반대를 떠나 경제보복이라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이라도 감기몸살에 시달리는 관련업종에 대해 대증요법이라도 내놓아야 할 때이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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