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전기료 부과체계, 미봉책으로 넘기지 마라
[데스크칼럼] 전기료 부과체계, 미봉책으로 넘기지 마라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6.08.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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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한상오 기자 =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각 구간을 넓히는 방식으로 한시적이지만 완화하기로 했다. 11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누진제 구간의 폭을 50킬로와트(kWh)씩 넓혀주는 방식이다. 50kW면 스탠드 에어컨 기준,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 한상오 부국장

산업부는 2200만 가구가 3개월간 총 4200억 원을 지원받게 된다고 추산했다. 7~9월 전기요금을 월평균 19.4%씩 낮추는 효과이며, 연간으로는 전기요금 부담액의 5.2% 수준이라고도 했다. 지난달 전기요금은 소급 적용해 깎아주기로 했다고 생색도 빠뜨리지 않았다.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는 kWh 당 전력량요금이 60.7원이지만, 6단계에 들어서면 709.5원으로 11.7배가 뛴다.

일단 정부가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한 국민피해를 줄이겠다고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그 과정을 생각하면 기분이 개운치 않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산업부는 장관까지 나서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손 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누진제 완화가 서민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부자감세’의 결과가 가져올 것이라는 으름장도 적절히 섞었다.

하지만 11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전기요금 좋은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발표하면서 입방이 돌변했다. 결국 산업부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등 떠밀리듯 누진제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한 우태희 산업부 2차관과 채희봉 에너지자원실장도 ‘누진제 고수’ 입장을 전달했던 것과 달리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까지 뒤따랐다. 우 차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누진제 완화를 계속 검토해 왔는데 일찍 발표하면 더 많은 전기 소비가 이뤄져 전력수급 관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산업부가 그동안 견지해 왔던 태도를 볼 때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런 산업부의 행태는 21세기 대한민국이 대통령을 떠받치는 ‘공화제’로 인식했거나 무책임한 복지부동의 전형이 아니라면 설명되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 개운치 않은 것은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다. 사실 이번 전기요금 감면안은 지난해 여름 4단계 요금 적용 구간에 3단계 요금을 적용했던 방안의 재탕에 불과하다. 7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으로 한다는 것도 똑같다.

정부는 국민피해 운운하면서 여름철에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는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의 핵심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은 또 뒤로 미룬 것이다. 성난 민심에 놀라 서둘러 미봉책을 급조해서 만든 것이라는 또 다른 고백방법이다.

당정은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중장기 대책으로 처리하기로 했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볼 때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동안 산업부는 전기요금 개편에 대해 시늉만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누진제를 3~4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서민 증세, 부자 감세’ 비판에 직면해 포기했다. 2013년에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겠다고 했지만 흐지부지 시간만 흘려보냈다.

이제 전기요금 체계에 대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때이다. 감사원은 이미 3년 전부터 개선을 요구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올해에는 여러 대안들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 기후대가 변화하면서 열대야가 길어지고 국민의 생활패턴도 바뀌고 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용량과 가짓수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더 중요한 것은 ‘수출입국’이라는 미명하에 더 이상 기업이 일방적으로 혜택 받는 것을 사회가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산업용과 공공용, 주택용의 구분도 적절하게 다시 구분 지어야 할 때이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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