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유일호, '착잡'한 이주열
'초조'한 유일호, '착잡'한 이주열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10.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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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내일(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가 결정된다. 이 기준금리는 각 금융사들이 내놓은 상품의 금리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다. 

본래 한국은행(한은)은 지난 6월에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하향 조정하고 3개월 간 그대로 유지했었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유리한 상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고 초(超)저금리로 인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는 기준금리를 더 내리고 싶어 하는 눈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8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를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왔고 거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한다”고 이야기하고 “거꾸로 본다면 국내 금리는 여유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 눈치 주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 시장에서는 유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금리를 내리라고 한은에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의 생각은 다르다. 이 총재는 지난 8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방문한 미국 워싱턴에서 “정책 여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금융안정 리스크가 많이 커져 있어 조심스럽다”고 이야기했다.

이 총재는 결국 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어서 금융권의 한은 금리 동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 경제부총리는 자신의 발언이 한은의 금리 결정에 간섭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자 “원론적인 차원에서 한 발언”이라며 논란을 진화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이틀 후에는 “재정은 쓸 만큼 다 써서 여력이 없다”고 이야기해 한은에게 자꾸 눈치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권과 경제계에서도 굳이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금리 인하론을 압도하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실질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특별히 금리를 내릴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유 경제부총리와 정부가 은근히 한은 금리 인하를 원하는 이유를 △ 지금의 달아오르고 있는 부동산 붐을 유지하는 것 △ 부실기업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초(超)저금리 기조를 길게 이어가고자 하는 것 등에서 찾고 있다. 내년에 대통령선거가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지금의 부동산 경기가 유지돼야 여당에게 유리하다.

◇ 착잡한 이주열 총재 = 유 경제부총리가 경제난 속에서 초조한 것처럼 이 총재 역시 착잡하다. 이 총재가 특히 걱정하는 것은 가계부채와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이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라 국제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환율 변동성, 자금 유출 가능성이 크다”며 “더군다나 지금까지 완화 정책 결과 자산 및 부동산 시장의 가계부채 문제가 걸려 있다”고 지적했다.

본래 한은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게 돼 있다. 한은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국가의 중요한 경제 정책 결정이 정치논리에 휘둘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은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이 총재는 2014년 4월에 취임한 이후로 5번 금리를 내렸다. 이 총재의 금리 인하 조치는 최근의 부동산 경기 호조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

한은 총재는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이 현실인 만큼 한은 총재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그렇지만 지금은 함부로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가계 부채나 미국 금리 인상 문제도 있지만 유럽이나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자세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금리 인상 막으려는 견제구일수도 = 금융권 일각에서는 유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금리를 낮추라는 압력이라기보다 금리 인상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리를 올릴 경우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 경우 소비 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뿐만 아니라 부실기업들이 갖고 있는 부동산 가치도 같이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금융권 전체가 부실 자산 재평가 작업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재평가 작업이 끝나면 추가로 발생한 부실을 메우기 위해 비용을 더 들이부어야 한다. 이것과 함께 경제계 인사들이 우려하는 것은 계속 금리를 내리다 정작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유 경제부총리나 정부가 이런 일이 터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금의 경제문제를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려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금융권과 경제계 인사들은 현 정부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한다는 마음으로 경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지금은 경제부총리가 금리 문제에 신경을 쓸 게 아니라 금융개혁 등을 통해 이 나라 경제체질 자체가 약골로 전락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금리를 통제해 경기를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금융사의 자율성과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이 제 기능을 찾아야 실물경제 경쟁력도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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