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혁신안에는 ‘핵심’이 없네
산은·수은 혁신안에는 ‘핵심’이 없네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11.0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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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안 내놨지만 시장은 ‘냉랭’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모두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산은과 수은이 내놓은 혁신안의 핵심은 △ 인건비 삭감 △ 구조조정 대상 기업 재취업 금지 등이다. 

시장에서 산은과 수은 혁신안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내용들은 △ 인력 감축 규모가 너무 적다 △ 기존에 나왔던 방안과 비슷하다 △ 국책은행에 어떤 역할을 줄 것인지 불분명하다 △ 독립적인 지배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 등이다. 

◇ ‘산은·수은 독립’이 빠진 혁신안 = 시장에서 산은과 수은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 지배구조가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정부 눈치 안보고 독립 경영을 할 수 있어야 시장원리와 경제논리에 맞는 투명한 은행 경영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산은과 수은 모두 임직원의 구조조정기업 재취업을 완전히 금지하기로 했지만 정작 산은과 수은 자신들의 ‘낙하산 최고경영자(CEO)’ 방지 대책은 없었다. 산은․수은 행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한 산은과 수은은 정치논리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은 혁신안에 대해 “기존 6월 발표 내용과 사실상 같은 내용 재탕”이라며 “KDB 혁신위원회에 외부전문기관을 두겠다더니 전문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외부전문기관이 있을 경우 산은 경영이 좀 더 투명해지고 독립성이 강화될 수 있으나 실제로 이번 산은 혁신안에서는 외부전문기관이 빠져 있다. 산은 혁신위원회(KDB혁신위원회) 최상위 기구인 ‘혁신위원회 본회의’는 총 7명의 위원(민간 4, 산은 3)이 참여한다. 김경수 교수가 위원장을 맡게 됐고 박원우 교수, 조봉순 교수, 박래수 교수가 민간 위원이다. 행내(산은)위원은 정책기획부문장, 자본시장부문장, M&A실 팀장이다. 

혁신위원회 본회의는 3개의 분과위원회를 거느리고 있다. 이 3개의 분과위원회는 △ 정책금융·업무개선 △ 구조조정·조직운영 △ 대외소통·변화관리 분과위원회다. 정책금융·업무개선 분과위원회는 총 14명이 위원이며 산은 소속이 12명, 민간인은 2명이다. 구조조정·조직운영 분과위원회도 14명이 위원이며 산은 소속은 12명, 민간인은 2명이다. 이렇게 산은 소속이 민간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대외소통·변화관리 분과위원회도 마찬가지다. 2명만 민간 출신이고 나머지 10명은 산은 소속이다. 

전체 혁신위원회 위원 수는 41명이지만 민간 위원 숫자는 불과 7명이다. 나머지 34명은 모두 산은 소속이다. 

산은의 혁신위원회와 비슷한 조직인 수은의 ‘경영혁신위원회’는 회원 구성이 대학교수나 연구소 연구원 중심이다. 경영전략 분과는 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현 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구성됐고 리스크관리 및 구조조정 분과에는 혁신위원장인 남주하 서강대 교수와 백상현 올리버 와이만 한국 대표가 들어있다. 올리버 와이만은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다. 수출금융 분과에는 김종현 해외건설협회 상무이사와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중동 팀장이 있다. 

수은 경영혁신위원회에는 전체 혁신위원이 6명인데 그 중 서강대 교수가 2명이다. 이것에 대해 이덕훈 행장이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것과 연관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 미약한 혁신의 폭 = 다른 혁신 내용을 봐도 혁신의 정도가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를 들어 인력감축 문제를 보면 산은은 2021년까지 인력을 10% 감축할 계획이다. 이런 산은의 계획에 대해 박용진 의원은 ‘사실상 꼼수’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2017년~2021년 자연감소분이 146명이고 매년 100여명의 퇴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올해 7, 8, 9월 3개월 간 퇴직한 사람만 29명)”며 “정원 10% 감축은 사실상 꼼수”라고 지적했다. 

수은도 전체 직원 정원을 올해 962명에서 2021년에는 914명으로 5% 줄일 계획이다. 산은과 수은의 규모와 인력 유지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생각해 볼 때 산은과 수은의 인력 감축 계획은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산은과 수은의 유지비용을 줄이는 것보다 ‘어떻게 돈을 많이 벌 것이냐’가 더 중요하지만 이것은 근본적으로 국책은행이 잘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과감히 산은과 수은의 조직을 분할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정부가 민간은행보다 금융업을 잘 할 수 없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제 정부기관에서 민간은행으로 변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두 은행의 업무 가운데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 사업을 기재부 사업으로 하고, 두 은행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두 은행의 기능을 살리고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진정한 혁신안 나오려면 핵심에 집중해야 = 산은과 수은의 문제는 지나치게 돈을 많이 쓰면서도 돈을 많이 못 버는데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산은과 수은이 강한 독립성을 갖게 해서 스스로 돈을 많이 벌고 유지비용을 절약해 우량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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