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나는 기업은행, 벌벌 기는 산은·수은
훨훨 나는 기업은행, 벌벌 기는 산은·수은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11.1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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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KDB산업은행(산은), 한국수출입은행(수은)에 부정적인 소식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을 포함한 한진그룹에 산은과 수은이 6조원을 빌려 준 사실이 드러났고 두 은행 모두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과 구조조정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반면 IBK기업은행(기은)은 표정 관리중이다. 현재 정국이 혼란함에 따라 낙하산 인사가 어렵게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 기업은행 행장이 세 번째로 내부에서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산은과 수은이 정말 힘든 한 해를 보낸 반면 같은 국책은행이면서도 기은은 큰 탈 없이 한 해를 정리하고 있다. 

기은은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3분기 중 1조1537억원의 이자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이것은 1조1308억원의 이자이익을 낸 2분기에 비해 2% 정도 증가한 액수다. 1조1006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4.8% 정도 늘었다.

기은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2822억원이었다. 이는 IBK캐피탈과 IBK투자증권 등 자회사 순익을 합친 것이다.

이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2476억원)에 비해 14.0%(346억원)증가한 것이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전년 같은 기간(9245억원)과 비교해 2.7%(250억원)늘어난 9495억원이었다.

기은(별도기준)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2139억원)과 비교해 16.6%(355억원)증가한 2494억원이었다. 3분기 누적 기준(8336억원)은 전년 같은 기간(8156억원)에 비해 2.2%(180억원)증가했다. 기은은 “이는 중소기업대출을 포함한 이자수익자산 증가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순이자마진(NIM)은 전 분기(1.91%)에 비해 0.01%포인트 떨어진 1.90%를 기록했다. 올해 6월 기준금리가 인하됐지만 핵심예금(저원가성 예금)증대 등의 노력을 펼치면서 순이자마진을 안정적 관리했다.

◇ 기업은행은 왜 강한가? = 산은과 수은, 기은 모두 국책은행이며 행장 선임 과정에 있어 정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은 공통점이지만 경영실적은 큰 차이가 난다.

산은은 올해 상반기 2869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상반기 기업대출에서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은 7조9748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동기(3조1173억원)에 비해 4조8576억원 늘어난 것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29%로 지난해 상반기 2.58%와 비교하면 3.71%포인트 증가했다. 6.29%는 전체 기업대출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여신 중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는 무수익여신은 6조5238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835억원에 비해 4조4403억원 늘었으며 무수익여신비율은 5.15%였다.

수은도 올해 상반기 9379억원의 적자를 냈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수은이 1976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과 수은이 만신창이가 된 근본적 이유는 부실 대출이다. 조선과 해운업에 대출해 준 돈이 묶이면서 산은과 수은도 같이 무너졌다.

기은은 산은이나 수은과는 다르게 주로 개인고객과 중소기업들을 상대한다. 따라서 산은이나 수은처럼 거액의 대기업 부실 대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았다.

기은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28일 나온 기은 발표에 따르면 전년말에 비해 7.0%(8조9000억원)늘어난 135조원이었다. 기은은 중소기업 대출 점유율(22.8%)1위를 지켰으며 총 연체율은 0.70%(기업 0.80%, 가계 0.21%)였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42%였다.

기은 관계자는 “기은의 경우 여신 기준으로 기업과 개인이 약 8:2정도 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보는 기은이 산은이나 수은보다 강한 이유는 △ 은행의 존립 목적 상 거액의 부실 대출을 해 줄 이유가 없다는 점 △ 시중은행들과 경쟁하는 구조로 돼 있어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고 기은 전 직원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 △ 개인 금융사업 경쟁력이 높다는 점 등이다.

◇ 산은·수은이 기업은행에게서 배울 점은? = 산은이나 수은에 비해 기은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산은이나 수은 모두 시중은행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위험성이 높은 대기업 대출을 제공하다 지금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근본적으로 산은이나 수은은 존재의 이유가 기업들을 지원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었기에 대기업 지원을 거부하기 어려웠다.

다만 산은과 수은이 기은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 먼저 노조의 힘이다. 기은 노조는 그동안 꾸준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왔다. 은행권에서 기은 노조는 강성 노조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산은이나 수은도 노조가 있지만 기은 노조만큼 목소리가 크지는 못했다. 산은이나 수은 노조의 목소리가 좀 더 컸다면 산은이나 수은 위기가 좀 더 조기에 감지됐을 것이란 지적이다.

두 번째는 선제적 구조조정이다. 기은은 2009년 308개 기업을 심사한 다음 91개 기업을 구조조정했다. 윤용로 기업은행 전(前) 행장이 쓴 <리더의 자리>를 읽어보면 기은은 이미 2009년에 중소기업 워크아웃 제도를 개선해 기업은행만의 독특한 서비스로 내놓았다.

이 서비스는 기존의 만기연장이나 금리 인하 외에 채무감면, 출자전환, 인수합병(M&A)지원, 보유 부동산 매각 지원 등을 통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 빨리 회생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기은과 산은, 수은은 엄연히 다른 환경에 놓여 있었지만 사전에 구조조정에 나섰다면 산은과 수은이 지금만큼 곤란을 겪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견해도 있다.

세 번째는 기은이 돈을 벌기 위해 강력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기은은 윤용로 행장 재임 시절 점포 수 열세를 극복하고 예금을 기업은행에 더 오래 잡아놓기 위해 타행 ATM을 기은고객이 이용할 경우 입출금 수수료를 기은이 내주는 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기은은 주로 지점이 공단이나 오피스 지역에 있고 주거 지역에는 지점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었다. 기은 고객들은 기은 급여계좌를 사용하면서도 돈을 주거 지역 근처에 있는 시중은행 계좌로 이동시켰다.

윤 전 행장은 이것을 보고 고객들이 타행 ATM을 사용해 기업은행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을 기피하는 것은 수수료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윤 전 행장은 기은이 고객들의 타행 ATM사용 수수료를 대신 내주면 고객들의 돈이 기은 계좌에 좀 더 오래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타행 ATM사용 수수료를 대신 부담해줬다.

네 번째는 기은이 참신한 발상을 통해 돈을 벌었다는 점이다. 대표적 사례가 기은의 영화투자다. 기은은 <인천상륙작전>이나 <부산행>등의 영화에 투자하고 올해 7월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흥행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주는 ‘영화 인천상륙작전통장’을 1000억원 한도로 판매했다. 산은과 수은은 정부 대신 주요 산업에 투자하는 ‘금융행정’만 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가계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금융장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섯 번째는 기은 조직은 복지부동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산은과 수은은 높은 급여를 주는 선망받는 직장이다. 따라서 산은과 수은 직원들은 어떻게든 자리를 지키려 하고 모험을 하거나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을 꺼려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조직에서 따돌림을 받거나 인사 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은은 시중은행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반면 산은이나 수은은 시중은행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구조였다. 산은과 수은이 시중은행들이나 기타 금융공기업들과 경쟁하게 만드는 것이 산은과 수은을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 금융당국이 산은·수은을 살리는 방법은? = 기은의 성공 사례는 산은과 수은에게 중요한 참고가 된다.

금융권이 생각하는 산은과 수은을 살리는 방법은 △ 조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것 △ 산은과 수은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것 △ 복지부동(伏地不動)하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고 건설적인 노력을 하다가 실패한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 것 △ 신상필벌(信賞必罰)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 △ 사내 창업을 촉진하는 것  △자산운용 능력 강화를 위한 연구에 집중투자하는 것 △ 금융행정을 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금융장사를 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 등이다.

이것들 외에 산은과 수은을 살리기 위해 중요한 것은 유능한 경영자를 최고경영자(CEO)로 앉히는 것이다. 서양 격언에 사자가 이끄는 양떼가 양이 이끄는 사자떼를 이긴다는 말이 있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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