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실적부진, '최순실' 탓으로만 가려질까?
현대차 실적부진, '최순실' 탓으로만 가려질까?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11.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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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없는 부품업체 납품 받고, 컨셉 모호한 '광고'도 눈치보기 급급

[이지경제] 강경식 기자 = 20일 검찰의 수사 발표를 통해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 가운데 일부가 드러났다. 청와대를 민원창구처럼 사용한 최 씨의 요구에 따라 대통령과 그의 수족들은 대기업을 착취했다. 최 씨의 민원에 힘을 실어줬던 박근혜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신분과 피의자 신분을 동시에 갖게 됐다.

특히 착취대상으로 전락한 대기업 가운데 현대차는 소비자 신뢰도 하락과 장기 파업 및 천재지변이 겹치는 사상최악의 악재를 연달아 마주했고 결국 내수점유율 추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0일 비선실세 최순실(60)씨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강요미수·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직권남용·강요·강요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 과정에는 박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다. 안 전 수석은 2월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자료를 “현대차 측에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는 플레이그라운드의 영업과 다름없었다.올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최씨가 지난해 10월 설립한 신생 광고기획사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에 70억원 규모의 광고를 맡겼다. 무척 이례적인 신생 광고회사의 대기업 광고 수주 과정을 박 대통령과 안 전 수석, 최 씨가 공모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안 전 수석이 현대차 측에 “플레이그라운드가 광고를 수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로 요구 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영업에 의해 이미 연말까지 광고발주가 예정된 상태임에도 자회사인 이노션 대신 플레이그라운드를 끼워 넣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현대차의 i30와 제네시스의 가상광고 등을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i30는 현대차가 앞선 2세대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절치부심해 내놓은 3세대 모델이다.

플레이그라운드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신형 i30 TV광고. 전륜주행 자동차인 i30가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드리프트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지=현대자동차 영상 캡쳐

출시와 동시에 i30는 차량보다 광고가 더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드리프트’가 불가능한 전륜구동 차량임에도 드리프트를 하는 장면이 광고에 삽입되거나 ‘해치지’라는 부정적인 언어의 반복 사용으로 차량 전반에 걸친 부정적인 이미지를 생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완전변경에는 수천억원의 비용이 소모된다. 이 비용을 매출을 통해 보전해야 하는 것이 완성차업체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부정적이고 허구의 이미지가 사용된 광고를 계속해서 내보냈다.

결국 신형 i30는 호황을 누려야 할 출시 첫 달 142대, 10월 648대라는 저조한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가 i30의 TV광고에 지불한 금액이 더 클 것이라는 게 광고회사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현대차가 청와대의 압력에 의해 제품성능 테스트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납품계약을 체결했다는 정황이다.

2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최 씨는 2013년 가을부터 이듬해 10월까지 딸 정유라(20)씨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학부형이자 KD코퍼레이션을 운영하는 이 모 씨로부터 'KD코퍼레이션이 해외 기업이나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최 씨는 이 씨의 민원을 청와대로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11월 서울 모처에서 안 전 수석과 함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났다.

안 전 수석은 이 자리에서 정 회장과 김 모 현대차 부회장에게 "KD코퍼레이션이 효용성이 높고 비용도 낮출 수 있는 좋은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하니 현대자동차에서 활용 가능하면 채택해 달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김 부회장의 지시로 협력업체 선정을 위해 거쳐야 하는 제품성능 테스트나 입찰 등 정상적인 절차를 생략한 채 수의계약을 채결해 2015년 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총 10억5000여만원어치 원동기용 흡착제를 납품했다. 이전까지 KD코퍼레이션은 현대자동차그룹의 협력업체 리스트에 속해있지 않았다.

KD코퍼레이션을 현대차 납품업체로 만들어준 대가로 최 씨는 이 씨로부터 고가의 명품 가방과 현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12월부터 이 씨는 1162만원짜리 명품가방과 두 차례에 걸쳐 현금 2천만원을 최 씨에게 건냈다.

최 씨는 박 대통령의 5월 프랑스 순방 때 이 씨의 동행을 추진하기도 했다. 지속된 거래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이 씨 외에도 최 씨 측근 사업가에 대한 대기업 경영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결국 현대차는 검증되지 않은 광고기획사에 수천억원을 투자한 신제품의 홍보를 맡겼고 저조한 판매실적을 거뒀다. 또 압력에 의한 협력업체 선정을 통해 테스트 조차 하지 않고 협력업체 제품을 공급받은 사실이 드러나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떨어졌다.

분명한 사실은 현대차의 추락이 이 외에도 더욱 다양하고 심각한 원인을 갖고 있다는 것. 그러나 현대차에게 현재 가장 커다란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부품업체의 납품과 관련한 신뢰도 하락이 추후 실적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압력에 의해 KD코퍼레이션의 납품을 받기 직전이던 2015년 1월 현대기아차의 국산차 점유율은 83.1%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국산차 점유율은 68.9%에 불과했다. 


강경식 기자 lieben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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