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보험금 지급여력 경계선서 '위태위태'
롯데손보, 보험금 지급여력 경계선서 '위태위태'
  • 김창권 기자
  • 승인 2016.11.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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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 이후는 더 위기… 잦은 소송으로 소비자 압박 의구심 커져

[이지경제] 김창권 기자 = 롯데손해보험에 대한 업계의 시선이 유독 차갑다. 시장상황과 달리 실적이나 보험금 부지급률, 소송건수 등에서 롯데손보만 다른 곡선을 그리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손보업계는 대부분 호황인데 반해 롯데손보만 마이너스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적자로 떨어졌다.

재무건전성에도 빨간 비상등이 켜졌다. 우선 보험금 지급여력비율이 금감원의 경영개선 권고치에 근접하면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고 있다. 9월말 현재 권고치인 150%에도 못 미치는 146.46을 기록, 업계와 소비자들을 놀래켰다. 지금 상황을 2021년 새로 도입될 회계기준인 ‘IFRS17’을 적용한다면 롯데손보가 사고 보험급을 지급할 능력이 있을지 의심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롯데손보의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다른 손해보험사와 현격한 차이가 나는 소송건수도 문제다. 손보업계에서 벌어지는 소송의 경우 보험사기 등을 거르기 위해 보험사가 취할 수 있는 법적 대응 방안이지만 롯데의 경우 다른 목적이 포함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유독 많은 소송건수가 보험금을 청구한 소비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줘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험한 얘기도 나돌고 있다.

손해보험사 호황에도 웃지 못하는 ‘롯데’

손해보험사 ‘빅4’인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전망치보다 높은 실적)’를 달성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할 때 ▲삼성화재는 35.5% 증가한 2400억원, ▲현대해상은 74% 증가한 1379억원, ▲동부화재는 62.5% 증가한 1817억원, ▲KB손보는 흑자전환에 성공해 633억원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메리츠화재는 748억원, 한화손해보험은 340억원, 흥국화재는 185억원 등 국내 주요 손보사들도 지난해 동기 대비 개선된 실적을 나타냈다.

이런 실적 호조는 휴가시즌에 대형사고가 줄었고, 계절적 영향을 덜 받으면서 3분기 전체 손해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81.3%, 현대해상 83.8%, 동부화재 82.7%, KB손보 82.8% 등으로 전년 동기대비 개선된 손해율로 안정적이었다. 

반면 롯데손보는 유일하게 3분기 당기순손실 12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9억원에서 적자전환한 것으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30억원으로 12.95% 감소했다. 3분기 매출액은 572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6% 증가했지만,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손보 측은 “상반기 진행된 ‘자동차보험 보상 미결감소 캠페인’으로 손해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소비자와 보험사간의 보험금 합의를 진행하는데, 이것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미해결 건으로 남게 된다.

롯데손보의 미결건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4만5933건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올해 이뤄진 캠페인을 통해 3분기에만 2만4641건으로 줄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높았던 미결 건을 줄이기 위해 올해 보험금을 조기 지급하기 위한 자체 캠페인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IFRS17 도입시 RBC 비율 현저히 떨어져

문제는 보험금 지급에 따른 부담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달렸다.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 RBC(지급여력)를 높여야 하는데, 롯데손보의 경우 RBC 비율은 다른 손보사와 비교할 때 현격히 떨어진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객관적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가입자는 보험사에게 보험금을 안전하게 지급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6월말 기준 보험회사 지급여력 비율 현황’에 따르면 보험회사의 RBC 비율 평균은 28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포인트 증가했다. 10개 손보사 가운데 롯데손보는 155.4%의 지급여력비율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금감원의 경영개선 권고안에 근접한 수치다. 보험업법에선 RBC비율이 100%를 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금감원은 이 비율이 15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경영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 오는 2021년부터 시행되면 이 비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IFRS17은 보험계약 회계기준으로 보험사 부채(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를 시장가격(시가)으로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전체 보험회사의 RBC 비율이 100%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들은 부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저축성 보험이 적은 손보사들의 피해는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애초에 RBC 비율이 낮은 롯데손보의 경우 자본건전성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현재 롯데손보의 9월말 기준 RBC비율은 146.46%로 자본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자본을 확충 할 예정이다. 롯데손보는 12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계획 중이다. 롯데손보가 자본확충을 하더라도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지급여력비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대부분의 손해보험사가 내년 1월 예정이율을 0.25% 인하할 것을 검토 중이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더 많이 받게 되면서 소비자들에게 보험료가 올라가는 상황이 된다. 업체들은 손해율 개선을 명목으로 내세우지만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는 더 오르게 되는 셈이다. 롯데손보도 마찬가지로 내년 1월부터 예정이율을 인하할 계획이어서 보험 가입자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손해율 개선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예정이율을 낮추면 당장에 손해율이 개선되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송을 통해서라도 자본확충에 안간힘?

손해보험협회 공시를 보면 자동차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11개 손보사들의 소송 및 분쟁조정 건수는 전체 365건으로 평균 4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롯데손보의 소송 및 분쟁조정 건수는 246건으로 업계 평균보다 무려 5배나 높았다. 이에 따른 보험금 부지급률도 롯데손보가 단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평균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2512건인데 롯데손보는 1932건으로 비교적 적었다. 부지급 건수만 따지면 삼성화재가 가장 많은 7506건이지만 이를 부지급률로 놓고 보면 0.82%로 업계평균인 0.83%보다 낮다. 반면 롯데손보는 가장 높은 1.2%로 보험금 지급에 인색했다.

이 같은 현상은 롯데손보가 소송을 통해 보험금을 줄이거나 계약 해지 등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하면 소비자들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할 수도 없고, 보험사의 민원제기 건수에서도 제외된다. 이에 자금력이 높은 보험사는 소송이나 민사조정을 악용해 어려움에 빠진 소비자를 보험사가 원하는 대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압박하는 수단으로 소송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지급률이 높은 것에 대해 롯데손보 관계자는 “타사의 경우 취소건은 포함 안하고 면책건만 나간 것이고 당사는 취소, 면책건 2개를 전부 표기해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소송건수에 대해선 “해당 건들 중 당사자간의 이견이 있는 건은 소송 또는 분쟁조정을 통해 제 3의기관으로부터 최종 면책을 판정 받은 후 면책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소송 취하 건수는 업계 평균 30.7%정도다. 롯데손보의 경우 지난해 소송 717건 중 소 취하가 515건으로 71.8%로 월등히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소송을 제기해 놓고 보험 가입자를 회유 및 압박으로 보험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합의한 후 소를 취하했을 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기욱 금소연 사무처장은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해 놓고 소송을 취하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소송을 악용했을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부당한 소송제기 행위 억제’를 위해 지도해온 내용과도 대비되는 상황이다. 보험사가 내부에 소송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면서 소송관련 결재권자 상향 조정, 소송 제기시 준법감시인 합의 의무화 등 소송관련 내부통제를 강화하기로 했음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이현열 금융감독원 손해보험국 국장은 “정책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소송건수가 올해 유독 증가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제도 정착을 위해 업체별로 개선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fiance26@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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