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개 기관투자가도 삼성 합병 밀어줬나?
49개 기관투자가도 삼성 합병 밀어줬나?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11.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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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윤경 의원 "캐스팅보트 역할 한국투신 내부 반대에도 찬성"
국민연금 외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외압-부정 청탁 의혹 제기
삼성물산 합병안 통과 당시 모습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국민연금에 이어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삼성합병 찬성 몰아주기에 나섰던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7일에 있었던 삼성물산 임시주총에서 50개 기관투자가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들이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의 양은 삼성물산 주식 1077만주(6.894%)였다. 이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0.697%, 109만주)을 뺀 49개 기관투자가들이 찬성표(6.197%, 968만주)를 던졌다. 당시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이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합병에 찬성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받은 ‘삼성 합병 관련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내역 현황’을 보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위치에 있었던 한국투자신탁운용(한국투신)은 내부에서 반대가 있었지만 합병에 찬성했다.

제 의원 측 자료에 따르면 합병 논란 당시 삼성물산 주식을 가장 많이 갖고 있던 기관투자가는 한국투신이었다. 한국투신은 445만9598주(2.85%)의 찬성표를 냈다.

제 의원은 “한국투신은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에서 찬성을 결정한 상황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됐다”며 “당시 주총 결과를 봐도 한국투신이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면 합병안은 부결될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신이 찬성하지 않았다면 출석주주의 66.2%(87,564,062)만 찬성하게 돼 의결정족수에 67만표(0.4%포인트)가 미달되기 때문이다.

한국투신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제출한 의결권행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당시 한국투신은 찬성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운용부문과 리서치부문의 의견이 충돌하자 의결권행사위원회를 열었다. 위원회의 쟁점은 합병법인의 적정가치, 합병재추진 여부, 플랜B의 실현가능성, 재산정 합병비율이었다.

펀드 운용을 하는 한국투신의 운용 파트에서는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합병비율이나 합병법인의 적정가치에 의문을 품었고 합병 부결 시 합병 재추진 기대와 지분경쟁으로 삼성물산 주가가 오를 것이며 합병비율이 재산정되면 기대수익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봤다.

운용담당임원(의결권행사위원장)은 반대했고 코어운용부문장도 “펀드의 포트폴리오 포지션을 감안했을 때 반대하는 것이 수익률 관점에서 유리”하다며 반대했다. 배석자였던 운용부문 실무책임자인 주식운용본부 팀장도 합병법인의 적정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됐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채널영업본부장도 펀드 수익의 관점에서 반대했다.

반면 리서치 부문에서는 합병법인의 적정가치를 25만3000원으로 평가하고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찬성하자는 주장을 폈다.

이렇게 운용부문과 리서치부문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경영진 측에서는 대거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7:3의 비율로 찬성 의견이 우세하게 됐고 반대표를 냈던 운용담당임원은 올해 초 카카오뱅크로 옮겨 갔다.

한국투신은 당시 삼성그룹주 펀드에 400여만주를 갖고 있었다. 자본시장법 제87조, 244조및 의결권행사 내부지침 등을 보면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시 제일 중요한 것은 고객 투자금 보호이다.

제 의원은 “삼성물산 지분이 세 배 이상 많은 한국투신의 경우 합병비율이 높을수록 절대적으로 유리했다”며 “실제 합병비율(0.35)에 따른 신주배분(278만주)을 현재 시가로 환산했을 때 3720억원에 불과하며 주주확정일 기준 펀드 평가액(5295억원)과 비교하면 1579억원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합병 찬성 근거로 내놓은 적정 주식가치(7024억원)과 비교할 경우 절반 수준이란 이야기다.

제 의원은 주가변동을 빼고 합병비율에 따른 손실액만 계산해도, 국민연금이 제시한 적정비율(0.46)을 적용할 경우 한국투신의 손실액이 358억원이라는 입장이다. 또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0.43)과 ISS(0.95)가 내놓은 적정비율을 적용할 경우 최소 262억원에서 최대 1428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제윤경 의원은 “어떻게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이 전부 반대의견을 제시했는데 투자자 이익이 최우선이어야 할 기관투자가들이 찬성 몰표를 던질 수 있느냐”며 “삼성물산 보유 지분이 세 배 이상 많았던 한국투신의 경우 합병찬성으로 수탁자인 투자자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은 국민을 버리고 한국투신은 투자자를 버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투신 관계자는 “당시 삼성물산 합병 찬성과 관련해 외압이나 자의적인 판단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통합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 판단해 합병을 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신 이외에는 메트라이프생명(0.455%), 트러스톤자산운용(0.364%), 한화생명(0.250%), 브레인자산운용(0.229%), 교보생명(0.228%), 에셋플러스자산운용(0.166%), 키움자산운용(0.147%), KTB자산운용(0.130%), KB자산운용(0.122%),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0.115%), 미래에셋자산운용(0.114%) 순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 지분 6.197%를 보유한 이들 49개 기관투자자는 찬성표를 던졌다. 삼성물산 지분 11.21%를 가진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도 청와대(최순실)·삼성·국민연금 커넥션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 외에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외압에 밀렸거나 부정한 청탁을 받고 찬성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자 이익을 지켜야 하는 선관주의의무(자본시장법 제244조)를 위반한 것이 된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삼성이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것 자체는 어떻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며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의견으로 듣고 독립적으로 판단해서 결정을 했다면 상관없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가들은 대부분 반대를 했고,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다 찬성을 했다”며 “이는 독립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삼성 눈치 때문에 합병에 반대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이야기다.반대하면 삼성 계열사 자금을 운용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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