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최순실·정유라 때문에 ‘울고 싶어라’
하나금융, 최순실·정유라 때문에 ‘울고 싶어라’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12.0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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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 갈등 발생 가능성↑, 경영 불안 발생 가능성↑
하나금융그룹 빌딩. <사진=곽호성 기자>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최대의 타격을 입은 금융사는 하나금융지주(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의 핵심인 KEB하나은행(하나은행)의 독일지점이 정유라 씨에게 약 5억원을 대출해 준 것으로 인해 하나금융 전체의 이미지가 망가졌다.

◇ 하나금융, 이미지는 망가지고 =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이미지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은행이 하나은행이다. 우선 정유라 씨에게 약 5억원을 대출해 준 것이 문제가 됐고 최순실 씨의 대여금고가 하나은행에 있는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하나은행이 많은 이들의 입에 다시 오르내렸다.

공교롭게 하나은행은 지난 10월에 정유라 씨 특혜대출 논란이 나오고 난 뒤 종합검사를 진행하던 금융감독원(금감원)이 가계대출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는 이유를 제시해 추가 검사를 받았다. 본래 금감원 검사는 10월 26일까지였지만 검사가 연장된 것이다. 금감원 직원들은 지난달 10일 철수했고 ‘절차 상 문제는 없었다’고 결론을 냈다.

금융당국은 정유라 씨가 외환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하나은행은 처벌받지 않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판결이 나도 행위자가 징계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정유라 씨 문제는 하나은행에게 물질적 손실을 주지는 않았지만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켰고 직원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다. 하나은행에게 타격을 준 것은 정유라 씨 대출 논란 뿐이 아니다. 언론에 하나은행 지점에 있던 최순실 씨 대여금고가 나온 것도 하나은행의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

◇ ‘외환·하나은행 합병 최순실 개입설’도 제기 =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지난달 3일 논평을 내고 “공교롭게도 작년은 하나은행에도 매우 민감한 시기였다”며 “론스타의 한국 탈출을 도와주던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에 5년 독립경영을 보장해 줬던 2·17 합의서를 하나은행이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억지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간의 조기통합을 추진하던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유라 씨에 대한 특혜 변칙성 대출과 그리고 그 담당자의 영전과 관련해서도, 하나은행은 국제적 금융 범죄자로 낙인찍힐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최순실 씨의 편의를 제공했다”며 “최근의 정황은 하나은행에게는 사활을 걸고 추진하던 무리한 통폐합의 성공을 위해 윗선의 암묵적인 동의나 묵인이 절실했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합병에 최순실 씨가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 김정태 회장의 입지도 좁아지고 = 김정태 회장의 임기는 2018년 3월까지다. 최순실 게이트 이전에는 김 회장이 한번 더 연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보수정권이 유지되더라도 친박 정권이 들어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박근혜 정부들어 승승장구했던 성금회(성균관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이다. 하나금융지주의 1대 주주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12월 1일 기준으로 9.44%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에서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는 국민연금과 프랭클린 리소스 둘 뿐이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영향력을 많이 받는 기관이기 때문에 하나금융지주 역시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내년 가을 이전에 대통령 선거가 있을 것으로 보이고 김 회장의 연임을 달가워하지 않는 세력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김 회장의 3연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하나금융 경영 불안 가능성도 있어 = 김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의 핵심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이 합병한 외환은행은 기업 여신이 많은 편이었다. 외환은행은 본래 현대그룹의 주거래은행이었다.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외환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유지했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함에 따라 주거래은행이 하나은행으로 바뀌게 됐다.

하나은행은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외에 SK그룹, GS그룹, 세아그룹, 태영을 담당 주채무계열로 두고 있다. 조선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눈 앞의 문제이고 나머지 기업들도 앞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내년에 경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하나금융지주가 긴장해야 할 시점임은 분명하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엉뚱하게도 최순실 게이트 같은 정치적 논란에 하나금융지주가 휘말린 상황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하나금융지주의 주력인 하나은행에 내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해 두 은행의 직원들이 같이 근무하고 있지만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 중에는 불만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다.

하나은행 통합 노동조합 지도부가 ‘야당’으로 ‘정권 교체’된 것도 불안 요소다. 하나은행은 임시로 은행 안에 하나은행 노조와 외환은행 노조가 같이 있었다. 두 노조는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과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 이끌었다.

내년 1월에는 통합 노조가 등장한다. 두 노조의 현재 집행부는 지난달 26일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만 공동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었다. 이번 선거에서만 노조위원장이 각각 하나-외환 출신으로 2명이 나오고 다음 선거부터는 1명의 노조위원장만 뽑기로 했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26일 하나은행 ‘노조 대선’에서 김창근-김근용 팀이 김정한-이진용 팀에게 패했다. 따라서 하나은행 ‘노조 정권’이 교체됐다. 김정한-이진용 팀이 승리한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임금 문제다.

김정한-이진용 팀은 예전 하나은행 방식대로 시행 중인 구(舊)하나은행 출신 직원들의 임금체계를 구(舊) 외환은행 식으로 변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구(舊)외환은행식 임금체계는 임금인상률과 기본급 자동인상률이 누적된다.

은행권에서는 새 하나은행 노조 집행부가 성과연봉제 문제와 임금체계 개편 등을 위해 강경 투쟁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하나은행 노사관계가 경색되고 은행 경영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 김정태 회장의 리더십이 중요 = 금융권 인사들은 이런 때 일수록 김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뒤숭숭한 하나금융 전체를 안정시키고 하나금융 내부에서 내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손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 내부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중에서는 하나은행 출신이, 하나은행 출신들 중에는 서울은행 출신들이 힘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는 이들이 많이 있다. 김 회장이나 함영주 하나은행 행장 모두 서울은행 출신이다. 은행 내에서 특정 세력 출신들이 이권을 대부분 챙겨간다고 믿게 되면 자연스럽게 내분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금융권 인사들은 김 회장이 지금 해야 할 일로 △ 하나금융 전체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분배 체계를 만드는 것 △ 최순실 게이트같은 부정한 사건에 하나금융이 휘말리지 않게 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 △ 앞으로 경제가 심각하게 어려워질 수 있음을 직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 △ 다양한 직급과 연령대의 하나금융 구성원들과 더욱 많이 소통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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