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한 과제 풀고 명성 지켜야 할 시험대 올랐다
산적한 과제 풀고 명성 지켜야 할 시험대 올랐다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1.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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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편)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자료=뉴시스>

[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재계 2세들이 고령화되고 대기업 지배구조를 바꾸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재계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오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은 재계 3세 중 대표적인 이들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조현준 효성 회장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13일 사장이 됐고 조현준 효성 회장은 16일 회장 자리에 올랐다.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 조 사장은 여객사업본부 본부장, 경영전략본부 본부장, 그룹 경영지원실 실장,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을 역임하며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이끌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이렇게 열심히 대권승계를 준비한 조 사장이 대한항공의 ‘기장’이 됐지만 대한항공을 조종해 가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첫 번째 문제는 높은 부채비율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지난해 말 결산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이 1200% 이상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달러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대한항공의 연말 결산에서 대규모 환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예측되기 때문이다. 다만 항공사는 부채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사의 경우 비행기 도입 등의 투자 때문에 차입금이 일반 기업에 비해 높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들은 대개 돈을 빌려서 고가의 항공기를 사들인다. 따라서 차입금이 많거나 외화 부채 비중이 높은 항공사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미국 금리가 인상돼 달러화 강세가 심해질 경우 환율 변동에 따라 상당한 외화평가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국내 금리가 인상될 경우 당연히 내야 하는 이자도 늘어난다.

조 사장이 풀어야 할 두 번째 문제는 앞으로 진행될 환율, 유가, 금리 변동 등에 대응하는 것이다. 항공업은 유가나 환율, 금리의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세 번째 문제는 대한항공의 경영 실적 개선이다. 한국신용평가는 10일 대한항공에 대해서 ‘유상증자가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올해 당기순손실로 인해 생긴 재무부담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을 위협하는 것은 우선 저가항공사들이다. 저가항공사들이 국내선 뿐만 아니라 국제선으로도 노선을 늘리면서 대한항공이 타격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 경제불황으로 인해 항공 여객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네 번째 문제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 관광객 감소 문제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으로 인한 타격이다. 이 문제들은 모두 조 사장이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 조현준 효성 회장 = 조 사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항공이 차분한 분위기라면 조 회장의 효성그룹은 약간 들뜬 분위기다.

조 사장이 한진그룹 안에서만 직장생활을 한 것과 비교하면 조 회장은 다양한 곳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조 회장은 미쓰비시, 모건 스탠리에서 일했고 1997년 효성그룹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조 회장이 2007년부터 담당한 섬유 부문은 효성 전체 영업이익의 40%정도(2015년 44.3%)를 차지하고 있다. 효성의 주력 제품 가운데 하나인 스판덱스는 2010년 세계 시장점유율 23%로 세계 1위가 됐고 지난해에는 32%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스판덱스는 폴리우레탄섬유의 탄성사로 제작한 합성섬유이다.

조 회장은 스판덱스 세계 1위를 위해서는 중국 시장 공략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 판단에 따라 C(China)프로젝트팀을 만들었다. 이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는 중공업 부문도 살려냈다. 2011년 이후 수년 동안 낮은 가격으로 수주를 해서 중공업 부문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014년 조 회장은 중공업 경영에 뛰어들고 수익성을 감안해 가며 일감을 땄다. 또 ESS(에너지저장장치), HVDC(초고압직류송전)등 새로운 품목을 내놓으면서 2014년 흑자전환을 이뤘고 2015년에는 15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조 회장도 조 사장처럼 큰 과제를 안고 있다. 효성그룹을 지금보다 더욱 번창시켜야 할 입장이다. 효성그룹의 주력 사업인 섬유와 화학, 중공업 업종은 중국 등 신흥국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조 회장은 자신이 회장 취임사에서 언급한대로 기술력 강화에 가장 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리더십에서는 스포츠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만능 스포츠맨이며 효성 임직원들과 운동을 즐기기도 했다. 특히 조 회장은 야구를 좋아한다. 

효성 홍보실 관계자는 “(조 회장이)요즘은 일정 때문에 운동을 못하지만 예전에는 사내 야구단 활동을 했고 사내 축구대회에 선수로 출전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할 일 많은 두 CEO = 조 사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항공이 1000% 이상의 부채비율을 갖고 있는 반면 효성그룹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64.9%로 줄어들었다. 대한항공은 효성그룹처럼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한진그룹 내에 있는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해 손실을 입지 않도록 미리 성의있는 소통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조 사장도 중공업 사업을 강화해 섬유 의존도를 낮춘 효성그룹의 사례처럼 한진그룹 안에서 다른 사업부나 계열사를 성장시켜 대한항공의 비중을 낮추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특히 항공운송 사업이 성장 한계에 온 만큼 대한항공의 방위산업 부문 같은 본래 주력이 아니었던 첨단 기술 분야에 과감히 투자해야 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효성그룹의 최대 과제는 기술력을 최고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효성그룹은 더 이상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해야 할 시점에 왔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효성그룹도 삼성그룹처럼 비핵심사업은 정리하고 핵심사업만 남겨서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요즘 한국 대기업들이 치열한 국제경쟁과 세계 경제 불황 속에서 주춤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등장한 젊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어떤 전략을 내세워 지금의 난국을 돌파할 것인지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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