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건설 수주 '기회의 땅'도 옛말인가
중동 건설 수주 '기회의 땅'도 옛말인가
  • 이한림 기자
  • 승인 2017.02.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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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주 최악...발주 지연 등 태도 변화에 당혹감 커져

[이지경제] 이한림 기자 = 국내 건설사의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가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중동 지역 건설 수주는 현지 발주처의 공사 지연 문제가 낳은 불안정한 원가율 등으로 건설사의 해외 실적을 옥죄고 있다. 국제 유가 폭락이 주요 원인이다.

▲ 현대건설이 지난 해 수주한 사우디 카란 가스처리플랜트 건설 공사 현장 < 사진 = 현대건설 >

‘오일파워’로 대표되는 중동 지역 건설 수주는 1970년대 중반부터 국내 건설사가 해외 사업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었다. 국내 건설사들이 전체 해외 건설 사업 중 80% 이상을 중동에서 수주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유가 기조와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 등에 따라 중동 시장은 점차 위축세를 보여왔고, 결국 국내 건설사들의 사업 손실로 이어지며 전체적인 해외 건설 수주가 감소하는 부작용 등을 일으키고 있다.

2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은 282억 달러 규모다. 전년(461억 달러) 대비 38.9% 감소했다. 수주 실적이 좋았던 2010년 716억 달러 대비 37% 수준이며, 최저 수준이던 2007년 398억 달러보다도 낮은 실적이다.

공사 건당 수주 금액도 지난 2014년 9300만달러에서 2015년 6600만달러, 지난해 4700만달러로 대폭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내 해외 건설 수주의 최다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 시장에서 고전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처럼 해외 수주가 예년에 비해 반 토막이 난 상황이지만, 국내 건설사들이 과거 중동 지역에 수주했던 공사들은 여전히 진행 중인 곳이 많고 현지에서 나타난 미청구공사나 매출채권 등을 메우기 위해서는 손을 놓기도 어려운 지역이다.

또한 발주처인 중동 국가와 사업장들의 태도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건설사들과 함께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는 발주처에서 대금 지연 문제가 잇따르며 최근에는 ‘블랙리스트’ 이슈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최근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OC(Kuwait Oil Company)가 자사 계약을 위반했다는 명목 하에 업체 50여개를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국내 건설사로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름을 올렸고 해당 기업들은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며 입찰 초청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발주처(KOC)가 추가 사업 대금을 제 기간에 지불하지 않아 600억 원 이상의 추가 손실을 안게 됐다”며 “소송을 취하하라는 압박용으로 보이며 향후 수주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삼성물산도 중동 발주처로부터 일방적 계약 해지를 당하기도 했다. 카타르철도공사(QRC)가 발주한 14억 달러 규모의 지하철역 건설 수주를 맡은 삼성물산은 해당 공사 공정률 40%를 넘긴 상황에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발주처가 만들어온 계약 조건을 삼성물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다.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지만 발주처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다.

한편 올해 상반기에는 중동 지역에 대규모 공사 프로젝트의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2022년에는 중동 최초의 월드컵인 카타르 월드컵도 앞두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동 플랜트 발주는 731억달러로 예상돼 지난해보다 66%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건설 등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KOC는 이번에 새로 발주하는 미나기쉬 유전지대 물주입시설 프로젝트 EPC입찰자 명단에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30여개 업체를 이름에 올려놨다. 중동 건설 수주절벽은 한층 해소될 전망이지만 국내 건설사가 최종 명단에 오를 지는 미지수이며 수주를 해도 발주처의 태도에 따라 손익계산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결국 해외건설 수주 회복은 중동 건설 발주 증가에 기인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에 수주가 늘어난다고 해도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중동 건설 수주에서 장기적인 시장 기회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며 중앙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의 신흥국 수주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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