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전기차와 한판승부…'非정유'로 맞불
정유업계, 전기차와 한판승부…'非정유'로 맞불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7.05.04 08: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3월18일 열린 제3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참가한 각 브랜드의 전기차가 행렬을 이루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박효영 기자 = 멀게만 느껴졌던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정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등 화석연료로 운행하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줄고,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개발 및 인프라(전기차 충전소 등) 확대 작업도 활발하다.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기차 개발 경쟁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 역시 전기차 충전소 확대와 보조금 인상 등에 적극 나서면서 향후 5년 내에 전기차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정유업계는 새로운 먹거리인 비정유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 탈 정유화를 통해 전기차 시대에 대응한다는 것. 또 전기차 배터리와 석유화학부문 투자 확대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약 2180만3000대이다. 이중 전기차는 1만2122대, 비중은 0.05%다. 이에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를 1만4000대로 잡고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산업자원통상부도 올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94곳에 충전소를 구축하고, 기존 주유소를 듀얼 충전소(내연차와 전기차 연료 주입 둘 다 가능)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 주유소는 약 1만2800개에 이르지만 전기차 배터리 충전소는 1050개, 충전기는 1303기(완속 672기/급속 631기)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오는 2020년까지 충전기를 3000기까지 늘릴 예정이다.

500㎞

전기차 상용화는 ‘1회 충전으로 얼마나 멀리 가느냐’에 달려있다. 지금까지 제시된 기준은 500㎞. 현재 테슬라와 한국GM이 출시한 차량들이 주행 가능 거리 300~500㎞를 돌파해 조기 대중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테슬라 매장. 사진=뉴시스

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가 출시한 ‘모델S 100D’는 1회 충전으로 540km 주행이 가능하다. 물론 1억원대의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다. 한국GM 쉐보레가 출시한 '볼트EV'는 383km, 400km 주행이 가능한 두 가지 모델이 있다. 보조금을 감안하면 2000만원 후반대에 구입 가능하다. 국내 배정된 물량 400대가 완판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세계 자동차 시장점유율 1위 폭스바겐이 출시한 전기차 ‘I.D 크로즈’도 최대 50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또 현재 개발 중에 있는 'I.D 버즈'는 600Km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에 300km 이상의 ‘아이오닉’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고 2021년 제네시스 브랜드 등 프리미엄 세단형 장거리 전기차 출시를 계획 중이다.

대응

정유업계는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탈 정유화를 외쳤다. 비정유부문을 주력사업으로 내세우는 등 '종합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비정유부문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역대 3번째이나 화학·윤활유 등 비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이 50%를 넘긴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에쓰오일도 비정유부문이 정유부문을 앞질렀다. 1분기 영업이익은 3238억원. 분야별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정유부문이 영업이익 1002억원을 차지했고, 석유화학부문은 1396억원, 윤활기유부문은 841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 비중으로 보면 비정유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69.1%를 차지했다.

정유업계는 이처럼 비정유부문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관련 투자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부문에 5조원을 투자했다.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RUC&ODC(석유화학 복합시설/잔사유 고도화와 올레핀다운스트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곽수지 에쓰오일 홍보팀 대리는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서 에쓰오일의 대응 방향은 정유부문 의존도를 대폭 줄이는 것이다”며 “특히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투자는 경쟁사들에 비해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석유화학부문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부문에도 투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05년 리튬이온 배터리 상용화 착수 이후 대전 R&D 센터에 배터리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 충남 서산에 대규모 생산설비를 가동하면서 기술 개발과 생산 체제를 동시에 완성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는 현대기아차는 물론 독일 다임러에도 공급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부서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단기로 돈을 벌어다주진 못 하지만 20년~30년 미래를 보고 장기투자를 하고 있다”며 “자사는 다른 정유사에 비해 전기차 시대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남욱 GS칼텍스 차장도 “GS칼텍스는 제주도 전기차 스마트그린 연구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며 “전국 주유소에 전기차 배터리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

제주특별자치도(제주도)는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제주도청 교통안전과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제주도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는 47만4889대. 이중 전기차는 6605대로, 비중은 1.39%다. 전국에 공급된 전기차 10대 중 6대가 제주도에 있는 셈이다.

지난해 9월 7일 제주시 SK 행복날개 주유소에서 '주유소 내 개방형 전기차 충전소' 개소식이 열렸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오른쪽)과 김방훈 제주도 정무부지사(왼쪽)가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주도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기는 608개, 주유소는 184개 있다. 주유소보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기가 더 많다. 도청의 지원도 만만치 않다. 제주도민이 전기차를 구매하면 최대 2500만원(대당 2100만원, 충전기 4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 급속충전기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제주도는 지리적 특성상 렌트카 수요가 상당하다. 최근 렌트카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전기차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올 하반기까지 2000대 이상의 전기 렌트카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만욱 제주도청 전략산업과 주무관은 “향후 3년 이내 제주도 전기차 보급률은 7%가 넘을 것으로 본다”며 “도 차원에서 주민들이 싸게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고 성과가 생각보다 좋다”고 전했다.

반면 제주도가 전기차 메카로 각광받으면서 도내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업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제주도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제주도가) 너무 전기차를 밀어주고 있어서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유소 관계자 박모씨도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전기 렌트카를 빌리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당장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유업계가 공조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비싼 차량 가격을 극복하기 위해 보조금 인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관련 산업이 균형 있게 변화를 모색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의 긴밀한 협조가 중요하다”면서 “전국 각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해 업주의 수익성을 개선시켜주는 것도 방안”이라고 전했다.

이어 “각 브랜드의 기술 개발 속도가 관건이다. 고가의 차량 가격을 낮추고, 정부 보조금 지원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박효영 기자 edunalist@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