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어린이집 ‘하늘의 별따기’…평균 경쟁률 35.6:1
은행 어린이집 ‘하늘의 별따기’…평균 경쟁률 35.6:1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05.22 10: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원 2명 중 1명이 여성인 가운데, 이들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직장어린이집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자녀를 둔 여성 은행원 등은 육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직장어린이집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은행 측은 부지 확보 등을 문제 삼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은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2일 현재 신한과 KB국민, 우리, KEB하나,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이 운영 중인 직장어린이집은 31곳이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5곳이 늘었지만 직원 수 대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시중은행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시중은행의 전체 직원은 9만1605명이다. 이 중 여성 은행원은 4만6320명으로 50.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원 2명 중 1명은 여성인 셈이다.

시중은행이 운영 중인 직장어린이집의 총 정원은 1300여명. 올해 1분기 여성 은행원을 기준으로 하면 35.6: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더욱이 총 정원 중 절반(603명)가량은 IBK기업은행의 어린이집이 차지하고 있어, 여타 은행의 어린이집 입소 경쟁률은 더욱 치솟는 상황이다.

▲은행 여성 직원 수 대비 직장어린이집 경쟁률. 자료=각 은행

은행별로 보면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KB국민은행 어린이집이다. KB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중 직원 수가 가장 많다. 반면 어린이집은 가장 적은 2곳을 운영 중이다. 여성 은행원(8855명) 대비 어린이집(정원 111명) 입소 경쟁률은 무려 79.7:1이다.

다음으로 입소 경쟁률이 높은 곳은 우리은행으로,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본점에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했다. 우리은행이 운영 중인 어린이집은 3곳으로 각각 서울 회현동(본점), 상암동, 화양동에 위치해 있다. 이곳의 총 정원은 약 120명. 여성 은행원(8033명) 대비 경쟁률은 66.9:1이다.

NH농협은행은 모기업인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1곳에서 지난 3월 경기도 의왕시에 한 군데를 더 추가했다. 이들 어린이집의 정원은 150명, 여성 직원은 7945명으로 경쟁률은 51.9:1에 이른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하나금융지주가 계열사 직장어린이집을 통합해 푸르니보육지원재단에 위탁, 서울 을지로·안암동·목동과 대전 오정동 등에 4곳을 운영 중이다. 이곳의 정원은 209명, 여성 은행원은 8205명으로 경쟁률은 39.2:1이다.

여기에 하나은행은 한국 IBM과 NHN, 포스코 등과 공동출자해 서울 서초동과 경기도 성남시 이매동, 고양시 장항동, 용인시 동천동 등 4개 지역에도 각각 1곳씩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했다.

다만 하나은행의 경우, 은행원 자녀만이 입소 가능한 직장어린이집이 없다. 이에 실제 경쟁률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지주에서 위탁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하나금융의 모든 계열사 직원들이 지원할 수 있다. 다른 기업과 공동 출자한 경기도 소재 어린이집 4곳도 출자한 기업별로 정원이 정해져있다.

지난해 경기도 고양에 단 1곳의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했던 신한은행은 1년 새 서울 강북·송파·양천구 등 3곳에 새 어린이집을 열었다. 신한은행의 여성 은행원은 6328명, 4곳 어린의집의 총 정원은 197명으로 32.1:1의 경쟁률을 보였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IBK기업은행은 서울, 경기, 대전, 부산 등 지역에 총 12곳에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했다. 지난해 11곳을 운영했던 기업은행은 지난달 서울 중구 IBK파이낸스타워에 12번째 직장어린이집을 열었다.

기업은행 어린이집 12곳의 총 정원수는 603명이다. 여성 은행원은 6954명. 11.5:1의 경쟁률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만족vs난색

직장어린이집은 유아 자녀를 둔 은행원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자녀를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데다, 정부 지원을 받아 육아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는 이유에서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은행에서는 맞벌이 가구, 다자녀 가정 등을 우선선위로 두고 입소 신청을 받고 있다.

은행 직장어린이집 운영을 맡았던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장어린이집이 어린 자녀를 둔 직원들에게 인기가 좋아 매년 경쟁률이 치열하다”며 “보육비를 받지 않아 육아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고, 일반 어린이집보다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줘, 입소에 성공해 아이를 맡긴 은행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시설 확대는 요원하다. 또 서울과 경기, 수도권, 광역시에만 설치돼 있어, 지방 중소도시 거주 은행원들은 지원 기회조차 없다는 게 문제다.

은행 측은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현실적은 제약이 많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점포가 분포돼 있는 은행업 특성상 모든 지역에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정부가 제시한 직장어린이집 기준에 맞는 시설과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문제”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등 협회 차원에서 통합 은행 직장어린이집을 설치 미 관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