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부터 드론까지 개성만점 ‘이색보험’…실효성은 ‘글쎄요’
홀인원부터 드론까지 개성만점 ‘이색보험’…실효성은 ‘글쎄요’
  • 안창현 기자
  • 승인 2017.06.0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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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안창현 기자 = 홀인원부터 드론까지 현대인의 다양한 생활 방식에 초점을 맞춘 개성만점 ‘이색보험’이 뚜렷한 특징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상품 출시 초기 반짝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보장 내용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홀인원보험 등 일부는 보험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돼 이색보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증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MG손해보험의 ‘2030보험’은 특정 세대를 고객층으로 끌어들인 경우다. 2030세대가 학업, 취업, 결혼 등 통과의례에서 겪는 위험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구직 상태에서 지원금을 주거나 특정 외모에 상해를 입은 경우 수술비를 지원한다.

하루만 보장 받을 수 있는 보험도 있다. 더케이손해보험이 내놓은 ‘에듀카 원데이 자동차보험’이나 ‘에듀카 원데이 등산보험’이 대표적이다. 갑자기 타인의 차를 운전할 때나 산에 오를 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다.

‘드론보험’이나 ‘웨딩보험’도 있다. 현대해상은 수요가 늘고 있는 드론 운행 중 타인을 다치게 하거나 손해를 끼쳤을 경우 보상받을 수 있는 드론보험을 선보였다. 또 롯데손해보험이 내놓은 웨딩보험은 자연재해나 타인의 방해로 결혼식이 취소됐거나 신부 의상이 손상되는 등 결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한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하려 해도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보장 범위도 제한적이라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가령 드론보험은 개인이 가입할 수 없고 드론협회 등 단체를 통해서만 가입 가능하다. 보장 범위도 드론으로 발생한 대인·대물 보상만 포함된다. 드론 자체는 보장 대상이 아니어서 “드론보험인데 드론 보장이 안된다”는 푸념이 나올 만하다.

웨딩보험도 마찬가지다. 이 보험은 롯데손해보험을 통해 가입할 수 없다. 롯데손해보험이 한 웨딩업체와 공동 개발한 상품이라 이 웨딩업체가 제휴를 맺은 곳에서만 상품 가입이 가능하다. 또 서울에는 제휴업체가 없어 해당 지역 거주자는 보험 대상자가 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색보험들이 독특한 개성으로 출시 초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만 실제 시장에서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저런 제약과 한계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색보험의 경우 대부분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고객 리스트 등 관련 데이터가 쌓이면 보다 나은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의 관계자는 “솔직히 이색보험은 보험사를 알리는 홍보 마케팅 성격이 강하다”면서 “새로운 고객층을 흡수하려는 이벤트성 상품이다 보니, 당장의 실적 등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효성

금융당국이 보험상품 사전신고제를 사후보고제로 바꾸면서 보험사들의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시장의 변화는 보험업계의 특허라 할 수 있는 ‘배타적 사용권’ 신청 건수를 봐도 알 수 있다.

배타적 사용권이란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의 신상품 심의위원회가 창의적인 보험상품을 개발한 회사에 독점적 판매 권리를 주는 제도다. 다른 보험사는 이 권리가 부여된 기간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상품이 인기를 끈다면 보험사로서 고객 확보에 상당히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는 셈이다.

보험업계의 배타적 사용권은 2012년 7건, 2013년 8건, 2014년 7건, 2015년 9건에서 지난해 15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는 더 늘었다. 5월 현재 교보생명 15건, 한화생명 15건, 삼성생명 13건 등 배타적 사용권을 가진 보험상품이 급증하는 추세다. 보험사들이 치열한 신상품 경쟁을 벌이며 개성 있는 상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국의 조치로 훨씬 자유롭게 신규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질병이나 사고, 실손 등 한정된 보험상품을 놓고 영업 전쟁을 벌여야 했다면 이제 틈새시장 공략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이색보험이 늘고 있지만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최근에 문제가 된 홀인원 보험 사기가 그런 경우다. 보험설계자와 계약자가 공모해 허위 영수증을 제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약 10억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이 사건은 애초에 홀인원보험이 가진 허점을 이용한 보험사기다.

당초 보험계약자가 캐디와 공모해 허위로 홀인원 증명서를 발급받는다면 보험사가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고, 실제 2012년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불완전한 약관과 보험사기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시장에 내놓았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보험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색보험이 보험사의 마케팅 수단이나 생색내기 수준에 머물지 않고 애초 취지대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실효성 있는 상품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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