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자보료’ 내렸다?…생색내기 특약에 비난 봇물
손보업계 ‘자보료’ 내렸다?…생색내기 특약에 비난 봇물
  • 안창현 기자
  • 승인 2017.06.23 06: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안창현 기자 = 자동차 보험료(이하 자보료)를 인하하라는 거센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손해보험업계가 특약 카드를 꺼내 들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지난 1분기 대규모 흑자(576억원 ‘적자’→907억원) 전환에 성공하면서 손해율(82.2%→78.0%)이 개선됐다. 이후 자보료 인하 요구가 빗발치자, 마지못해 기본 보험료 대신 ‘할인 특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보험 고객들은 적자일 때는 지체 없이 보험료를 올리고, 흑자 전환을 해서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특약’이라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보업계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다 일시적으로 손해율이 개선된 것이기 때문에 당장 보험료를 인하하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1개 손보사 중 자보료를 인하한 보험사는 삼성과 메리츠화재 단 두 곳뿐이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말 손보사 중 최초로 자보료를 2.7% 인하했다. 메리츠화재는 올 3월과 6월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에 한 해 각각 0.8%, 0.7% 인하했다.

반면 다른 손보사들은 보험료 인하 대신에 주형거리나 블랙박스 설치 여부 등에 따라 보험료를 깎아주는 특약을 내놓고 있다.

특약 경쟁

흥국화재는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 보험료를 7% 할인해 주는 자녀할인 특약을 지난달 신설했고, KB손보는 3개월간 대중교통 이용료가 15만원 이상이면 최대 10% 할인해준다.

동부화재의 경우 운전자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켜서 500㎞ 이상 주행시 안전운전 점수가 61점 이상이면 보험료를 5% 할인해주는 특약을 선보였다.

특히 최근 손보사들은 경쟁적으로 실제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주행거리 연동 특약’, 이른바 마일리지 특약 형태의 할인을 강화하는 추세다.

보험료를 직접 인하하긴 부담스럽지만 주행거리가 짧을수록 사고율이 낮다는 사실이 통계로 입증되고 있어 앞 다퉈 마일리지 특약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이 지난달 마일리지 특약의 할인율을 기존보다 10%포인트 이상 올리자 이달 11일 삼성화재와 동부화재도 할인율 확대 경쟁에 동참했다.

하지만 손보사들이 경쟁적으로 밀고 있는 마일리지 특약도 실제 할인 대상자는 많지 않아 보험료 인하 압박을 피하기 위한 꼼수란 지적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이 마일리지 특약은 2016년 말 개인용 차량의 전체 1524만대 중 553만대가 가입해 36.3% 가입률을 기록했다. 마일리지 특약이 도입된 2012년 11.4%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는 있지만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구나 마일리지 특약을 가입하고 실제 보험료로 할인 혜택까지 받은 특약 정산율은 61.2%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약을 가입한 10명 중 6명은 연간 주행거리가 특약 할인요건에 부합해 할인을 받고, 나머지 4명은 보험료를 할인받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특약으로 인한 보험료 인하 혜택은 가입자 중 일부에게 돌아갈 뿐이다. 특약 가입 비율이 많아야 60%, 적게는 10% 내외이기 때문에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시민사회단체 등은 손보업계의 손해율이 개선된 만큼 자보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손보업계의 올 1분기 현재 손해율은 78.0%.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와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100%가 넘으면 보험금이 더 많아 적자가 난다는 의미다. 통상 손해율이 77~78% 정도면 보험사 입장에서 흑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험료를 내릴 여력이 생겼다는 평가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손보사들은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3%나 증가한 사상 최대치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도 실적이 좋았지만 성과급 잔치만 요란했을 뿐 보험료 인하는 없었다”며 “이제는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손보사 관계자는 “통상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연초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 6월부터 오르기 시작한다”며 “손해율 개선세가 앞으로도 계속될지 지켜본 후 보험료 인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