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2명중 1명 ‘관리자’…‘항아리형’ 구조 폐해 심각
은행권, 2명중 1명 ‘관리자’…‘항아리형’ 구조 폐해 심각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07.0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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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시중은행 직원 2명중 1명은 중간관리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명예퇴직 상시화와 신규채용 감소에도 불구하고, 인건비가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신규 채용 감소는 일반 행원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보고된 6개(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 IBK기업은행) 시중은행의 올 1분기 기준 행원(임원·계약직 제외)을 조사한 결과, 총 7만9963명이다. 이 중 과장부터 부장급을 의미하는 책임자 인력은 4만4046명으로 55.0%를 차지했다. 반면 대리 이하 일반 행원은 3만5917명(45.0%)으로 집계됐다. 은행원 2명중 1.5명은 관리자인 셈이다.

은행별 중간관리직 비중을 살펴보면 IBK기업은행이 올해 1분기 기준 가장 기형적이었다. 기업은행은 직원 8686명 가운데 62.5%인 5430명이 중간관리직이다. 중간관리직 비중은 2015년 60.7%에서 지난해 62.5%로 오른 뒤 올해 1분기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KB국민은행이다. 1만6647명 중 9824명(59%)이 과장급 이상이다. 이어 NH농협은행은 1만2815명 가운데 57.1%인 7318명이 책임자 위치에 있다. 우리은행은 1만4874명 중 8147(54.7%)명이 중간관리직이다. 신한은행은 1만3335명 중 7220명으로 54.1%의 비중을 보였다.

관리직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KEB하나은행으로 조사됐다. 하나은행의 1분기 중간관리직 비중은 1만3606명 중 44.8%인 6107명으로 6개 은행 중 유일하게 과반을 넘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2015년 45.3%에서 지난해 45.0%로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그래픽=남경민 기자

항아리형 구조는 비효율적인 인력구조의 전형이라는 게 중론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직급이 많아 인건비 부담은 가중되는 반면, 실무 직원은 부족해 효율적인 인력 운용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일부 은행은 직원 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총 급여가 오르는 기현상을 보였다.

KB국민은행은 행원 수가 지난 2015년 말 1만9590명에서 지난해 말 1만9458명으로 0.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직원 급여는 1조7045억1700만원에서 1조7125억3600만원으로 오히려 0.4% 늘었다.

신한은행도 행원이 0.14% 감소했지만 급여는 144억4200만원(1.19%) 증가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행원이 각각 2.67%, 1% 줄어들었지만 급여는 1.27%, 4.58%씩 늘었다.

행원 수가 감소함에도 급여 총액이 오른 것은, 급여를 받는 중간관리직의 급여 상승률이 은행을 떠나는 인원의 인건비보다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효과 미미

시중은행들은 항아리형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10년 이상 일한 행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2800여명 규모)을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정기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아 300명가량을 매년 내보내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중간관리직이 감소하면 그 빈자리를 신입 행원으로 채워 넣어야 항아리 구조를 부술 수 있다. 그러나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에 따라 몸집 줄이기에 여념이 없는 은행들이 최근 신입행원을 모집하는데 소극적인 탓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신규채용 규모는 2015년 1915명에서 지난해 1030명으로 46.2% 줄었다.

올해 들어 상반기 신규 공채에 나선 곳은 신한과 우리은행 2곳뿐이다. 그나마 이들 은행도 일반 행원 직군이 아닌 텔러(창구 직원)만 모집했다.

오히려 중간관리직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5년 직원 8만5122명 중 4만5752명으로 53.7%를 차지했던 중간관리직은 지난해 8만3044명 중 4만5284명인 54.5%, 올해 1분기는 55%로 증가했다.

중간관리직보다 일반 행원의 감소가 더 늘면서 이같은 기현상이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올 1분기까지 3개월 간 은행을 떠난 3081명 중 중간관리직은 1238명, 일반 행원은 1843명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한 여성 행원들의 퇴직 비중이 높다”면서 “여성 행원을 위한 업무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은행권 일각에서는 장기근속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은행의 평균 근속연수는 15년으로 타 업계보다 길다. 자연스럽게 인사 적재가 심화되는 구조”라며 “희망퇴직 등 일시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은 것이 문제”라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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