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의 이유 있는 몰락…관세청 엉터리 평가‧박근혜 개입
면세점의 이유 있는 몰락…관세청 엉터리 평가‧박근혜 개입
  • 남경민 기자
  • 승인 2017.07.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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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석 재정·경제 감사국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브리핑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남경민 기자 = 관세청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엉터리 평가로 롯데 등 특정 기업에 불이익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가 사업자 선정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돼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지난 2~3월 관세청 등을 대상으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총 13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11일 밝혔다.

면세점 선정은 특허심사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심사 방식은 관세청이 신청업체의 사업계획서와 세관장 검토의견서 등을 기초 평가한 계량항목 점수를 심사위원에게 전달하면 심사위원은 별도의 검증 절차 없이 이를 평가에 반영하는 구조다.

감사원 감사 결과, 관세청이 이같은 평가 방식을 교묘히 이용해 특정 기업에 불이익을 줬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월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 당시 관세청이 점수를 잘못 부여해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함에 따라 한화의 총점이 정당 평가 점수보다 240점 많게 부여돼 선정됐다. 반면 롯데는 190점이 적게 평가되면서 탈락했다.

관세청은 신청업체들의 매장면적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한화에 대해서만 화장실과 에스컬레이터, 계단 등의 공용면적까지 매장 면적에 포함시켜 평가점수를 과다 부여했다.

신청업체가 세관업무에 관한 각종 신고·납부·이행 의무를 얼마나 잘 준수했는지 평가하는 '법규준수도 점수' 산정 과정에서도 한화의 경우 '보세구역 운영인 점수(89.48점)'와 '수출입업체 점수(97.9점)'를 평균한 93.69점을 부여해야 하는데도 두 항목 중에 높은 점수인 97.9점을 부여했다.

반대로 롯데면세점 동대문점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비율'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매장 면적(2,798.7㎡)' 비율을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해야 하는데도 이보다 크게 좁은 '영업면적(1568.3㎡)'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정당한 평가가 이뤄졌다면 롯데 8091점, 한화 7820점으로 롯데동대문점이 선정돼야 했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또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 만료에 따라 3개 후속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관세청이 점수를 잘못 부여해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함에 따라 롯데가 191점 과소 평가돼 롯데월드타워점이 부당하게 탈락하고 두산이 선정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항목 평가와 관련해 관세청은 면세점 특허신청 공고에서는 신청업체들이 최근 5년간 실적을 제출토록 요구했지만 막상 2년간의 실적만으로 평가를 실시했다. 같은해 7월 3곳의 신규 면세점을 선정했을 때는 최근 5년 실적으로 평가를 했는데 갑자기 기준이 달라진 것이다. 이에 롯데월드타워점은 총점 120점이 적게 부여됐고 결국 두산과 롯데가 뒤바뀐 결과물에 손에 쥐게 됐다.

관세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면세점 선정 시비와 관련해 사업계획서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자 천홍욱 전 관세청장의 지시에 따라 보관 중이던 서류들을 신청업체에 반환하거나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감사원은 천 청장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또 2015년 있었던 두 차례의 면세점 선정이 모두 부당한 결과를 초래토록 한 관련자 8명에 대해서 해임 2명, 정직 5명, 경징계 이상 1명 등의 징계를 요구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등의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부당개입

정부가 지난해 서울 지역에 시내면세점 4곳을 더 늘리기로 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해 4월29일 "국내 관광서비스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신규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서울 지역에 4개의 시내 면세점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3년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연평균 13%씩 늘어나고, 5년간 면세점 매출은 연평균 20%씩 확대되는 등 관련 시장 규모가 지속 확대돼 추가 배치를 결정했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를 발급하라고 지시한데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수석실의 지시를 받은 기획재정부는 담당부처인 관세청과 협의도 없이 지난해 1월6일 이를 이행하겠다고 보고한 뒤 관세청에는 1월말에야 사후 통보했다.

이는 지난 7일 있었던 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공판에서 관세청 공무원이 "롯데그룹과 SK그룹의 면세점 특허사업자 추가 선정을 위해 청와대가 지난해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개수를 늘리라는 지시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과 같은 맥락의 감사결과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관세청은 '2013년 대비 2014년 서울 외국인관광객 증가분'을 이미 2015년에 서울 면세점 신규특허(3개)로 사용했는데도 지시 이행을 위해 이를 2016년 면세점 신설 근거에 재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는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발급의 경우 외국인관광객 방문자 수가 전년대비 30만 명 이상 증가한 때에 한해 관세청장의 판단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통상 방문자 증가분 30만 명당 특허는 1개씩 발급해 왔다.

관세청은 면세점 특허도 무리하게 많이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의 용역결과에 따르면 지난해에 추가로 발급 가능한 면세점 특허는 최대 1개에 불과했는데도 관세청은 기재부 요청대로 4개의 특허를 내주려는 목적으로 '적정 외국인 구매고객 수'나 '점포당 매장면적' 같은 기초자료들을 왜곡했다.

이에 따라 2015년 이후 서울에서 문을 연 면세점 업체 5곳의 총영업손실액(2016년 9월 기준)이 1322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총 13개의 시내면세점이 영업을 시작하는 올해 이후부터는 경영악화가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박찬석 감사원 재정경제감사국장은 “관세법 규정을 보면 법정취소 사유까지는 안 되고 직권취소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직권취소는 공익사유에 한해 취소될 수 있는데 쉽지 않다”면서 “업체가 직접 연루돼 있다는 수사결과가 나온다면 직권 취소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남경민 기자 nkm@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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