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신라면부터 초코파이까지…“구관이 명관”
[이슈 체크] 신라면부터 초코파이까지…“구관이 명관”
  • 남경민 기자
  • 승인 2017.07.2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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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남경민 기자 = 식‧음료업계가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신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쏟아지는 제품 중 히트상품 반열에 오르기는 손에 꼽을 정도. 식‧음료업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이 발달하면서 노출 효과와 소비자 접점 확대가 용이해졌다. 하지만 낮은 충성도 등 반짝 효과로, 히트상품 유행 주기가 짧아진 것은 고민이다.

반면 출시 10년이 훌쩍 넘은 제품들은 소비자 입맛을 단단히 사로잡아, 매출 기여도가 상당하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식·음료 업계가 선보인 신상품은 200여 종이 넘는다. 기존 상품에서 맛과 형태만 바꿔 출시하는 리뉴얼과 새롭게 소비자에게 선보인 제품이 홍수를 이뤘다.

성과도 괜찮은 편. 농심 ‘볶음 너구리’는 출시(지난 2월) 한 달 만에 1000만개를 판매했다. 오리온 꼬북칩은 3월 출시 후 4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1100만봉을 달성하는 등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놨다.

‘노스텔지어’

식‧음료업계는 신제품에서 희비가 엇갈렸지만 매출을 이끄는 효자 상품 덕분에 내수 불황의 파고를 극복해가고 있다.

오리온 매출을 견인하는 1등 상품은 ‘초코파이’다. 1974년 출시된 초코파이는 2016년말 기준 낱개로 23억개를 판매했다. 판매된 초코파이를 나란히 세우면 지구 세 바퀴 반을 훌쩍 넘기는 셈.

정수영 오리온 홍보실 차장은 “꼬북칩의 수요가 증가하지만 오리온 매출 1위는 초코파이”라며 “초코파이는 한국과 더불어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생산되는 글로벌 제품”이라고 말했다.

일명 ‘항아리우유’로 불리는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도 올 상반기 매출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에 꼽혔다. 초코파이와 동갑인 바나나맛우유는 현재까지 약 63억개가 판매됐고, 올 1월부터 6월까지 총 6000만개가 판매됐다. 이는 우리나라(5100만명) 국민 1인당 평균 124개씩 바나나맛우유를 즐겼다는 의미다.

농심 신라면도 빼놓을 수 없다. 특유의 매운 맛으로 1991년 국내 라면판매 순위 1위에 오른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다. 매운 맛에 세계인들까지 반했다.

신라면의 국내외 누적 판매량은 약 280억개. 면발을 모두 이은 거리는 지구에서 태양까지 5번 왕복할 수 있을 정도다. 국내 라면시장에서 신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른다.

기업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대표 상품도 ‘스테디셀러’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는 1950년에 출시돼 67년간 190억병이 팔렸다. 누적 매출은 3700억원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전체 매출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칠성사이다는 기업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주부 전혜경(51세·여)씨는 “초록색병과 별(★)을 보면 자연스럽게 사이다가 생각난다”며 “스프라이트 등 맛이 비슷한 다른 상품도 있지만 청량해 보이는 이미지와 롯데음료라는 인식 때문에 ‘사이다’를 선택하게 된다”고 전했다.

건강한 이미지인 한국야쿠르트의 하루야채는 2005년 7월 출시 이후 올 상반기까지 약 5억병 가까이 판매됐다. 현재까지 판매된 수량을 경부고속도로에 세워놓으면 27번을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마시는 발효유에서 마시는 야채로 브랜드 영역을 확장 시킨 ‘하루야채’는 한국야쿠르트 매출을 이끄는 효자다.

학계 등 전문가 집단은 출시 후 수십 년간 인기를 모으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송유진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사람들은 10·20살 때 본인의 정체성이 확립되며, 그 때 굳어진 취향이 나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이를 노스텔지어 상품이라 부른다”며 “식·음료를 선택함에 있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과거에 괜찮았다는 ‘이코노믹 마이저’를 통해 상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비는 안전하고 보수적인 특징이 있다”며 “‘기업의 1위 상품이니까’, ‘남들이 사는 제품이니까’라는 생각으로 구입하는 ‘밴드웨건 효과’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남경민 기자 nkm@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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