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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건설사, 강남 정비사업 ‘기웃’…성적은 “글쎄요”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이한림 기자 = 중견 건설사들이 건축사업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번번이 대형 건설사의 벽에 막히며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강남(서초구 포함) 재건축 시장은 대형(시공능력평가 기준 5위권) 건설사들의 전유물이다. 재건축 사업에 나선 조합원들은 향후 집값 상승 등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이 때문에 新랜드마크 형성에서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이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중견 건설사들은 강남 재건축 시장 도전을 이어가는 한편 강남 이외 지역 재건축 수주전에도 적극 참여해 실적과 브랜드 가치 향상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7일 서울시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 중 올해 강남 재건축 수주 실적은 전무하다. 호반건설(시공능력평가 13위)이 지난해 서울 서초구 방배경남 재건축 사업자 선정에서 최종 입찰까지 이어진 것이 중견 건설사 중 최고 성적이다. 당시 최종 승자는 GS건설.

증흥건설(시공능력평가 39위)도 강남구 대치 구마을 2지구 시공사 입찰에서 대림산업, 롯데건설과 3파전을 벌이는 깜짝 선전을 이어갔지만 수주에는 실패했다.

중견 건설사들의 고배는 조합원들의 시공사 선정 기준 때문이다. 강남‧서초 조합원들은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실제로 호반과 중흥건설 등은 사업비를 낮추는 전략으로 조합원들에게 어필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재정 부담에도 불구하고 대형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다. 지역 新랜드마크화를 통한 프리미엄을 누리겠다는 자존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력도 문제다. 중견 건설사들은 별도 수주팀을 꾸려, 선별 수주 등 강남시장 뚫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조합이 제시한 금액을 맞추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진=뉴시스

단적인 예로 삼성물산을 제외한 10대 건설사 PM(Project Manager)이 모두 참여한 반포주공1단지(반포1·2·4주구)의 경우, 조합에서 제시한 입찰보증금이 1500억원에 달한다. 이에 포스코건설이 입찰 포기를 선언했고, 일부 대형 건설사들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는 꿈도 못 꿀 상황이지만 이같은 사례가 강남과 서초에서 빈번하다는 게 이들에겐 고민거리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중견사가 서울 강남 수주전에서 입찰에 성공할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면서 “조합원들의 요구를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대형사 역시 서울 강남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여러 여건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지만 경쟁을 통한 노하우 축적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대안

서울 강남에서 고배를 마신 중견 건설사들은 서울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1~3월까지 태영과 반도, 한라, 호반건설 등이 서울 용산구 효창 6구역 재개발, 서울 서대문구 영천구역 재건축, 돈춘동 삼익빌라 재건축, 서울 양천구 신정2-2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각각 따냈다. 모두 300세대 급의 소규모 정비사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중견사들은 강남권 진출에 앞서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건설사 인지도를 확보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에 둘러싸인 블록 단위 소규모 노후 주택을 정비하기 위해 도입된 재건축사업을 말한다. 사업 대상은 4면이 도로로 둘러싸인 가로구역 면적이 1만㎡ 미만인 지역으로 노후건축물 수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이고 가구 수가 20가구를 넘는 곳이다.

과거 가로주택정비사업 사업 규모가 작아 사업비 조달이 어렵고 미분양 우려 등으로 인해 사업성이 낮게 분류됐다.

반대로 일반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사업 속도가 빠르며 건축 특례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대지의 조경이나 건축물의 높이 제한, 주차장 설치기준, 건폐율 등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게 장점이다.

아울러 LH의 올해 공동주택용지 공급 계획이 예년보다 줄어, 중견 건설사들이 정비 사업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LH에 따르면 올해 전국 109개 필지에 403만㎡를 공급한다. 지난해 공급 계획보다 3.8% 줄었으며 2014년(188개 필지, 783㎡)과 비교하면 48% 급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서울은 재건축 뿐만 아니라 대형사 브랜드 편중현상이 두드러진 곳”이라며 “강남 재건축 조합원에게 브랜드 파워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중견사들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도시재생뉴딜 관련 사업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고 진단했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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