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성인 2명 중 1명, 백색소음 즐기는 ‘카공족’…“스벅이 최고”
[탐구생활] 성인 2명 중 1명, 백색소음 즐기는 ‘카공족’…“스벅이 최고”
  • 남경민 기자
  • 승인 2017.11.21 09: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할리스(왼쪽) 강남역점 지하 2층 내부전경과 한양대 경상대학 도서관 모습. 사진=남경민 기자

[이지경제] 남경민 기자 = “딸아이가 카페에서 시험 공부한다고 하네. 자네도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무리)’인가? 세대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이해가 안 돼.”

뜬금없는 편집국장의 이같은 질문이 이번 탐구생활의 시작점이 됐다.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기겠지만 편집국장 자녀의 올해 나이를 알게 된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터. 카공족을 선언한 편집국장 자녀의 나이는 올해 12세. 초등학교 5학년이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기자에게도 “벌써?”라는 충격을 줬다. 편집국장의 입을 빌리자면 초등학생 중 카공족이 상당하다고.

카페와 도서관 중 어느 곳이 더 효율성이 높은지 조사해 보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이번엔 성인 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준비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카페가 대세는 대세인 모양이다.

그래픽=남경민 기자

본지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20‧30대 성인 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공부(업무)하는 장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7%는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이른바 ‘카공족’이라고 답했다. 이는 도서관(독서실/열람실)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보다 19% 높은 수치다. 2명 중 1명은 카페를 선택한 셈.

이들이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백색소음(46.8%)’ 때문이었다. 백색소음은 조용한 말 소리나 음악 소리를 의미한다. 또 ‘음료 및 음식 섭취 가능한 점(23.4%)’과 ‘개방된 공간(14.9%)’, ‘지리적 위치(6.4%)’, ‘와이파이나 콘센트 등의 주변 환경(4.3%)’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반면 도서관을 찾는 이들은 ‘고요하고 조용한 환경(57.1%)’과 혼자만의 공간(17.9%), 책상마다 존재하는 칸막이(7.1%)가 중요한 선택 이유였다. 결국 카공족은 소음을 통한 집중력 향상, 도서관족은 정숙성을 최고로 꼽은 것.

한편 카공족의 선호하는 프랜차이즈 카페는 ‘스타벅스’가 51.1%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투썸플레이스와 이디야가 각각 12.8%로 2위를 기록했다. 탐앤탐스는 8.5%로 3위에 집계됐다. 이외에도 할리스(6.4%), 카페베네(2.1%) 등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혹

이제 기자가 나설 차례. 서울 강남구 소재 ‘할리스 강남역점’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대학로점’, 경기도 안산 ‘한양대학교 경상대학 도서관’을 선택했다. 

카페 및 도서관 기준은 카페 프랜차이즈 본사 홍보팀의 제안과 카공족의 주관적인 추천, 기자의 판단 등으로 이뤄졌다.

할리스 강남역점.을 찾은 고객들이  지하 2층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공부 등 각자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남경민 기자

먼저 2호선 강남역 11번 출구 바로 옆에 위치한 할리스 강남역점을 찾았다. 오피스와 학원가가 밀집해 있고,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밀집해 있어 유동인구가 상당한 곳이다. 이를 반영하듯 할리스 강남역점의 면적도 일반 할리스 매장보다 2배 이상 넓었다.

할리스 강남역점은 지하 2층과 지상 1층으로 이뤄졌다. 1인 테이블과 콘센트가 시선을 잡았다. 카공족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영업시간은 24시간.

음악 등 소음은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줄어든다. 더욱이 지하 2층에는 책상마다 천장 스탠드가 존재했다. 기자가 자리를 잡고 기사를 작성해 본 결과, 집중은 잘 된다. 단 집중을 방해하는 유혹이 너무 많았다.

주위 시선도 한 번 살펴봐야하고, 인터넷이 잡히니 이슈도 살펴봐야했다. 더욱 핸드폰까지 와이파이가 잡히니 더 자유로웠다. 마음잡고 시작했더니 어느덧 40분이 흘러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테이블에 개인 소지품과 음료만 덩그러니 있는 좌석이 상당했다. 현재 시간은 오후 1시. 점심을 먹으러 간 학생들의 빈자리로 보였다. 카페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자율성’을 악용한 것처럼 보였다.

늦게 온 학생들은 있는 듯 없는 빈자리에 아쉬움을 표했다. 강남점에서 일하는 할리스 직원은 빈자리에 대해 “짐을 치우지 않고 있다”며 “매장에 cctv가 있지만 분실될 경우, 책임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보관해 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할리스 강남역점은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 구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와 카공족의 매너 점수는 낙제점이다. 환경은 조성돼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집중력을 저하시킨다는 얘기다.

스타벅스는 입구 정면에 위치한 회의테이블이 압권이다. 사진=남경민 기자

종로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역시 할리스와 마찬가지로 시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회의테이블이 인상적이었고, 바 형태의 좌석에는 콘센트가 구비돼 있다. 더욱이 잔잔하게 들리는 음악과 주위 대화 소리는 ‘백색소음’으로 작용해 기자를 업무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장지민(25세‧여)씨는 “시험기간이나 과제가 있을 때 카페를 자주 간다”면서 “배경 음악과 주위의 소음이 백색소음으로 작용해 도서관이나 집보다 집중이 잘 된다”고 전했다.

다 좋았지만 역시 소음이 문제다. 스타벅스에는 진동벨이 없다. 직원들이 외치는 음료 대기 번호가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음료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북적였고, 직원들의 안쓰러운 목소리는 더욱 톤이 높아졌다.

집중

한양대학교 경상대학 도서관. 카페와 달리 집중도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진=남경민 기자

카페의 백색소음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방해요소가 많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집중력 극대화를 위해서는 도서관을 추천한다.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경상대학 도서관은 개방형 구조로, 경영‧경제‧보험계리‧세무회계학과 등 경상대 단대 소속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조용했다. 침묵만 흐른다.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기가 편했다. 노트북 자판을 누르는 소리가 민망할 정도. 노트북 사용이 가능한 곳이지만 타인에게는 ‘소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업무를 완벽히 끝내지 못 하고 조용히 책을 폈다(편집국장의 기사 제출 압박이 상당하지만 주변 학생들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집중하기 쉬워, 한 권의 책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리 역시, 빈자리가 생길 경우 일정 시간이 경과한 경우 직접 치울 수 있었다. 카페보다 ‘자율성’이 낮은 편이다.

도서관에서 공부 중이던 임철현(27세‧남)씨는 “카페와 대조되는 도서관의 분위기가 집중하기 좋고, 이는 업무의 효율성과 연결된다”며 “카페는 업무보다는 휴식할 때 찾는다”고 전했다.

마무리다. 더 세세한 집중력이 필요하고 직접 계산해야하는 업무가 있다면 도서관을 200% 추천한다. 다만 다른 사람보다 소음에 덜 민감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사람이라면 ‘카페’도 나쁘지 않다.


남경민 기자 nkm@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