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은행권, “돈은 편의점에서!”…비용 절감 목적, CD·ATM 축소
[이슈 체크] 은행권, “돈은 편의점에서!”…비용 절감 목적, CD·ATM 축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11.2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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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인터넷과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거래를 강화하면서 현장을 고집(?)하는 고객들을 제대로 홀대하고 있다. 자동화기기(CD·ATM 등) 이용률이 줄어들자 비용 절감을 이유로 관련 기기 축소에 나선 것.

하지만 스마트폰 등 최신 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인터넷·모바일뱅킹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령층이 상당하다. 이에 이들을 ‘금융 소외계층’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은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편의점과 제휴해 출금 서비스 수수료 감면 등 대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층의 이용 불편 해소에는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5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주요은행의 자동화기기 설치·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9월말 기준 자동화기기 수는 3만1725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3만3603대)과 비교해 9개월 새 1878대(5.6%)나 감소했다.

은행 자동화기기는 매년 꾸준히 줄어왔다. 최근 3년(2014년 6월말~올해 9월말)간의 변동 현황을 보면 지난 2014년 6월말 3만7606대이던 자동화기기는 △2015년 6월말 3만6680대 △지난해 6월말 3만4618대 △올해 6월말 3만2330대로 지속 감소했다.

더욱이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2014년 6월말부터 이듬해 6월말까지 1년 동안 사라진 자동화기기 수는 926대(2.5%)였으나 △2015년 6월말부터 지난해 6월말까지 2062대(5.2%) △지난해 6월말부터 올해 6월말까지 2288대(6.6%)가 자취를 감췄다.

은행권이 자동화기기를 축소하는 것은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거래 비중이 늘면서 반대로 자동화기기 이용 고객이 감소한 까닭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2017년 3분기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18개 국내은행 및 우정사업본부)에 등록된 인터넷·모바일뱅킹 고객 수(중복 기준)는 1억324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2072만명) 대비 9.7%(1174만명) 늘었다.

고객 수가 늘면서 금융거래에서 인터넷·모바일뱅킹이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입출금 및 자금이체 서비스 이용 채널별 비중을 보면 올 9월 기준 인터넷·모바일뱅킹이 43.4%를 차지하고 있다. 100명 중 43명은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해 계좌이체와 입출금 거래를 한다는 뜻이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비중은 2015년 9월 37.8%에서 지난해 9월 42.7%, 올해 9월 43.5%로 매년 증가세다.

반면 같은 기간 자동화기기로 입출금 및 자금이체 업무를 진행한 비율은 39.6%에서 36.5%로 3.1%포인트 하락했다.

최근 은행의 ‘몸집 줄이기’도 자동화기기 감소에 한 몫 했다. 은행권이 점포 통·폐합에 나서면서, 사라진 지점에 설치됐던 자동화기기도 덩달아 정리돼 감소세 증가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불편

문제는 은행 자동화기기의 감소가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인터넷·모바일뱅킹이 자동화기기의 주요 기능인 현금 인출을 대체할 수는 없는 탓에, 은행 자동화기기가 줄어들수록 소비자는 갑절 이상 비싼 수수료를 물고 VAN사(결제대행업체)가 설치한 기기를 이용해야 하는 것.

더욱이 스마트폰 같은 최신 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자동화기기 코너나 영업점 방문 등 오프라인 거래에 의존하는 고령층을 금융 소외계층으로 몰아낸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6월 은행권 수장들과 만난 금융협의회 자리에서 “핀테크 상품 출시와 비대면거래 확대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들은 고령층이 적응하기 어려운 변화”라며 “디지털 기술이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오히려 금융소외 계층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은 자동화기기 유지·관리 비용이 수수료로 얻는 수익보다 적은 탓에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동화기기 1대당 약 166만원의 운영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동화기기는 수익이 목적이 아닌,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 된다”며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손실을 입는 상황에서, 비용 최소화를 위해 이용 고객이 감소한 자동화기기를 축소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이 직접 운영하는 자동화기기를 줄이는 대신에 편의점, VAN사 등과 제휴해 이 회사들의 자동화기기를 은행과 동일한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대체 방안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은행권은 최근 편의점과의 ‘합종연횡’을 펼치고 있다. 편의점에서 은행 자동화기기와 동일한 조건(수수료 등)으로 인출·이체 등을 할 수 있는 기기를 늘렸다. 또 카드로 결제해서 현금으로 돌려받아 ‘현금 인출’ 기능을 대체하는 캐시백 서비스도 등장한 상황이다.

이러한 은행의 영업 형태 변화에 대해, 금융소비자 단체들은 편의점 자동화기기가 기존 은행 자동화코너의 동일한 대체제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이 타 업종과의 결합을 통해 영업 기반을 유지하려는 장기적인 경영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기존의 서비스와 동일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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