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보험사, 소비자 기만?…연금저축보험 3개 중 1개 ‘유령 보험’
[이슈 체크] 보험사, 소비자 기만?…연금저축보험 3개 중 1개 ‘유령 보험’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1.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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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상품 중 이른바 ‘유령 보험’이 판을 치고 있다.

가입자가 100명 미만인 상품이 3개 중 한 개 꼴인 탓이다. 게다가 이들 유령 보험은 현재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생명‧손해보험협회의 상품비교공시에 등록된 연금저축보험 유지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보험사들이 판매 중인 연금저축보험 75개 가운데 유지건수가 100건 미만인 상품은 26개로 전체의 34.7%를 차지했다.

연금저축보험 상품 3개 중 1개는 가입자가 100명도 채 안 된다는 의미다.

이 중 유지건수가 1~99건으로 가입자는 있으나 100명을 넘지 못하는 상품이 17개로 22.7%를 차지했다. 유지건수가 한 건도 없는 상품도 12%(9개)에 달했다. 이 상품들은 판매 개시 이후 단 한 명의 가입자도 유치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메리츠화재의 ‘연금저축손해보험 메리츠 계약이체연금보험’은 지난 2013년 9월부터 판매를 개시했으나 단 한 명의 가입자도 유치하지 못했다.

2015년 1월 출시된 ‘연금저축손해보험 흥국연금보험’도 마찬가지. 삼성화재의 ‘개인연금저축손해보험 무배당 삼성화재 계약이전 연금보험’ 역시 2016년 1월 판매를 시작했지만 2년여 동안 유치건수는 전무했다.

아울러 지난해 1월 출시된 상품 가운데 △롯데 손해보험 ‘연금저축손해보험 롯데 계약이전 연금보험(1701)’ △미래에셋 ‘연금저축 미래에셋 연금보험1701’ △NH손해보험 ‘연금저축NH좋아연금보험_1701’ △하나생명 ‘(무)하나로연금저축보험’ 등도 유지건수가 0건이었다.

회사 상품명 판매개시일 유지건수
농협생명 IRP수관용 연금저축NH좋아연금보험_1701 2017-01-02 0
미래에셋 연금저축 미래에셋 연금보험1701 2017-01-01 0
하나생명 (무)하나로연금저축보험 2017-01-01 0
메리츠화재 연금저축손해보험 메리츠 계약이체연금보험 2017-01-01 0
롯데손보 연금저축손해보험 롯데 계약이전 연금보험 2017-01-02 0
흥국화재 연금저축손해보험 흥국연금보험 2015-01-01 0
삼성화재 연금저축손해보험 무배당 삼성화재 계약이전 연금보험 2016-01-01 0
더케이손보 연금저축손해보험 The-K계약이전 연금보험 2014-01-01 0

이밖에 △현대해상 ‘연금저축손해보험 하이로연금보험’(2건‧2012년 12월) △KB손해보험 ‘연금저축손해보험 다이렉트연금보험’(8건‧2014년 5월) △흥국생명 ‘연금저축 체인지UP연금보험’(4건‧2014년 4월) △동양생명 ‘연금저축계약이전 수호천사더블파워연금’(1건‧2016년 4월) 등은 한자리수의 유지건수를 기록했다.

판매 개시일이 비교적 최근(2013~2017년)이기 때문에 고객 유치를 제대로 못했냐는 의문이 나온다. 하지만 비슷한 기간 동안 판매를 시작한 다른 상품들을 보면 2013년부터 판매 중인 삼성생명 ‘인터넷연금저축보험(무배당)’은 3만1576건의 유지건수를 기록했다.

농협생명의 ‘세테크NH연금저축보험’도 2014년 판매 개시 후 7만9556건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1월 판매를 시작한 롯데손해보험의 ‘연금저축손해보험 롯데 행복한동행 연금보험(1701)’도 1392건을 기록했다.

계약 유지건수는 상품의 인기 척도로 보험 상품을 선택할 때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연금저축보험은 노후까지 바라보는 장기형이므로 상품 선택 시 신중해야 한다.

연금저축 상품은 노후 대비와 세액 공제 등을 받기 위해 가입하는 금융 소비자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보험업권은 다른 업권(증권‧신탁‧신협 등)보다 연금저축보험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 적립금 등 규모가 압도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금저축 적립금 가운데 연금저축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74.4%로 연금저축신탁(13.7%)나 연금저축펀드(8.2%)보다 훨씬 높았다.

이에 가입자가 극히 적은 유령 연금저축보험의 지속적인 판매가 자칫 금융 소비자의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가 연금저축보험 중도해지시 받는 부담이 큰 탓이다.

연금저축보험은 2001년 1월부터 가입자에게 연 400만원 한도의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만약 이 세제혜택을 받은 후 중도 해지할 경우, 세제혜택을 받은 납입금액과 운용수익에 대해 16.5%의 기타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를 토해내야 한다. 더욱이 2013년 3월 이전 가입한 계약은 가입 후 5년 이내 해지하면 2.2%의 해지가산세까지 추가로 부과된다.

금융소비자단체 등은 보험사들의 마케팅 부재가 유령 보험 상품을 양산한다고 진단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상품을 알리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알 수 있는 길이 없다. 상품 개발을 난발하는 것이 문제”라며 “무분별한 상품 개발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보험사들의 입장도 시민사회단체의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력 판매 채널이 아닌 방카슈랑스 등 기타 채널을 통해 판매될 경우, 가입 건수가 저조할 수 있다”며 “연금저축 상품은 다른 업권으로 계약 이전이 가능하다. 펀드에서 보험으로 넘어온다던지 하는 경우를 대비한 계약이전 상품들은 일반 고객 판매용이 아니기 때문에 유지건수가 높지 않다”고 피력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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