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통화정책 한계…거시건전성 등 공조 정책 필요"
이주열 총재 "통화정책 한계…거시건전성 등 공조 정책 필요"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6.0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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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금융 환경 영향으로 통화정책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통화정책의 역할: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BOK 국제 컨퍼런스 개회사를 통해 "중앙은행들이 직면한 통화정책 환경 변화로 고민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의 한계를 감안해 다른 정책과의 조합을 적극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는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10년이 되는 해"라며 "전세계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었으며 그 여파로 상당기간 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행히 오늘날 세계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 성장 모멘텀이 확대되고, 금융시장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각국이 공조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전례 없이 적극적이고 과감한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 회복을 뒷받침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각국 중앙은행은 위기대응을 위해 활용해 온 비전통적 정책들을 정상화하려 하고 있다"며 ”그간 통화정책 환경도 위기 이전과는 크게 달라져, 변화된 환경 하에서 중앙은행에 부여된 역할을 어떻게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운용을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필립스 곡선'의 형태 변화, '중립금리' 하향, 국가간 금융·교역 연계성 확대 등을 꼽았다.

이 총재는 "금융위기 이전에는 경기회복과 함께 실업률이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필립스 곡선의 '우하향' 경향이 뚜렷했다"며 "그러나 위기 이후 이러한 상관관계에 의문이 생기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어려움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이 낮아지면 물가상승률은 오른다는 이른바 '역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이론이다.

중립금리 수준에 대해서도 "위기 이전보다 상당 폭 낮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중립금리가 낮아지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을 때 정책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줄어들게 되고, 정책금리가 하한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져 경기변동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 안전자산 선호 현상 등 장기 추세적 요인으로 중립금리가 낮아진 만큼 앞으로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자국 정책의 다른 국가로의 전이(스필오버)와 이로 인해 자국 경제에 영향(스필백)까지 고려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최근 미국 금리상승과 달러화 강세로 일부 신흥시장국에서 금융불안이 나타난 상황을 짚으면서 "선진국들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자본이동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정책과의 조합 방향에 대해서는 "재정정책을 완화적 통화정책과 함께 확장적으로 운영하면 효과적인 거시경제의 안정을 이룰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저성장·저인플레이션 환경 속에서 통화정책이 경기회복을 추구하면 금융 불균형이 누적될 수 있다"며 금융안정을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의 필요성도 내세웠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 등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펼친 것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에서도 활용이 가능한지,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떠한 정책대안이 있는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컨퍼런스는 논문발표와 토론으로 구성된 4개 세션과, 종합토론 방식의 패널 세션 등 모두 5개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 총재의 개회사에 이어 로버트 홀 미 스탠포드대 교수와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기조연설을 한다.

해외에서는 토마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 등 학계 인사를 비롯해 크리스토퍼 월러 미 세인트루이스 연준 부총재와 지오바니 델라리카 IMF 부국장 등 중앙은행과 국제기구 인사가 참석한다. 국내 인사로는 금통위원 출신인 최도성 가천대 교수와 문우식 서울대 교수, 김진일 고려대 교수가, 한은에서는 신인석 금통위원, 정규일 부총재보 등이 참여한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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