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금융당국,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외쳤지만…은행권, 쓰라린 기억에 ‘뭉그적뭉그적’
[이지 돋보기] 금융당국,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외쳤지만…은행권, 쓰라린 기억에 ‘뭉그적뭉그적’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5.02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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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IBK기업은행 등 관계기관이 지난해 5월23일 경기 시흥시 한국기계거래소에서 열린 '동산담보 금융지원 방안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와 IBK기업은행 등 관계기관이 지난해 5월23일 경기 시흥시 한국기계거래소에서 열린 '동산담보 금융지원 방안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시중은행이 ‘동산담보대출’에 미지근한 모습이다.

동산담보대출은 기계설비나 원자재, 매출채권, 농축산물 등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금융부담 경감을 위한 방안으로 동산담보대출의 활성화를 주문했다.

반면 시중은행은 썩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다. 과거 실패한 경험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 금융당국이 내놓은 계획들이 아직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다.

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은행의 동산담보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잔액은 2931억2400만원이다. 이는 전년 말(1488억2000만원) 대비 96.9%(1443억400만원) 급증한 수치다.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균형 잡힌 성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 영향을 강하게 받는 IBK기업은행이 증가액 대부분을 이끌어낸 까닭이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1931억4800만원. 전년(671억9300만원) 보다 187.5%(1259억5500만원)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증가액(1443억400만원) 중 87.3%를 책임졌다. 또 전체 대출 중 비중은 65.9%에 달한다.

IBK기업은행을 제외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KB국민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298억4700만원으로 전년 말(311억3600만원) 대비 4.1%(1289억원) 줄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114억8100만원에서 112억4100만원으로 2.1%(240억원) 감소했다.

우리은행 역시 56억1300만원에서 38억9700만원으로 대출 규모가 30.6%(17억1600만원) 감소했다.

KEB하나은행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동산담보대출 규모를 늘렸다. 지난해 말 잔액은 413억2900만원. 전년 같은 기간(252억1600만원)보다 63.9% 증가했다. 기업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특수은행인 NH농협은행 역시 81억8100만원에서 136억6200만원으로 67%(54억8100만원) 늘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5월23일 경기 시흥시 한국기계거래소에서 열린 '동산담보 금융지원 방안 현장 간담회'에 참여해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부착한 동산담보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5월23일 경기 시흥시 한국기계거래소에서 열린 '동산담보 금융지원 방안 현장 간담회'에 참여해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부착한 동산담보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IoT

시중은행이 뭉그적거리면서 시장 규모도 금융당국이 기대한 목표에 턱없이 부족하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전략’을 발표하며 동산담보대출 시장을 오는 2022년 말까지 6조원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당시 연도별 목표액으로 ▲지난해 말 8000억원 ▲올해 말 1조5000억원 ▲2020년 말 3조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지난해 은행권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4361억원에 그쳤다. 목표치의 절반 수준이다.

은행권의 동산담보대출이 가계보다 규모가 큰 중소기업 등에서 주로 이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구색만 맞추는 수준으로 대출을 운용한 셈이다. 지난해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역시 막표 달성을 장담할 수 없다.

은행권의 이같은 행보는 과거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탓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2년 당시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를 적극 추진했다. 이에 동산담보대출은 2013년 말 3085억7300만원, 2014년 말 3132억5700만원을 찍으며 파이를 키웠다. 하지만 이후 동력을 잃으며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담보 감정이 비교적 쉽고 가치가 확실한 부동산과 달리 동산은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다.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담보물 관리가 번거롭다. 또 감가상각이 적용돼 담보 가치를 판단하기 힘들고, 가치가 그대로 유지되지 않아 담보력도 부족하다. 또 담보권 실행 시 처분도 녹록치 않아 시장 활성화가 더뎠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산담보대출은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상품”이라며 “금융당국이 내놓은 계획들도 아직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고 있다. 섣불리 나서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담보물에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사후관리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라며 “사후관리가 보다 수월해진다면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질 가능성은 높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담보권 실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권이 다양한 동산 담보를 평가할 수 있도록 외부 감정평가기관과의 제휴를 추진해야 한다”며 “유형별 담보 회수 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은행 간 공유하는 등 인프라 마련도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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