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신탁 수탁고 400조 돌파 눈앞…DLF사태 여파, 성장세 꺾일까?
[이지 돋보기] 은행권, 신탁 수탁고 400조 돌파 눈앞…DLF사태 여파, 성장세 꺾일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0.1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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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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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의 신탁 수탁고가 4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고객의 재산을 맡아주는 해당 금융서비스는 저금리기조와 고령화 사회 진입 등이 맞물리며 매년 폭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수익성이 주춤한 모양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악재로 인한 증시 불황 여파로 운용 실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는 파생결합펀드(DLF)가 일부 신탁 상품과 비슷한 구조를 보이는 탓이다. 얼어붙은 심리가 수요 감소로 이어져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 은행의 신탁부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수탁고는 362조1028억원으로 전년 동기(324조9358억원) 대비 11.4%(37조1670억원) 증가했다.

신탁 수탁고는 지난 2015년 상반기 198조4958억원에서 ▲2016년 상반기 252조2755억원 ▲2017년 상반기 287조3298억원 등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신탁은 ‘믿고 맡긴다’는 의미로 고객이 금융회사에 현금성 자산이나 부동산 등을 맡기는 상품이다. 금융사는 이를 일정 기간 동안 운용‧관리해 수익을 낸 뒤 수수료를 받는다. 은행 비이자이익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은행별로보면 가장 많은 신탁 수탁고를 기록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올 상반기 기준 85조7246억원으로 전년 동기(62조9108억원) 대비 36.3%(22조8138억원) 급증했다. 2017년만 하더라도 신한은행의 수탁고는 6개 은행 중 3~4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던 것이 불과 2년 새

정상에 올라섰다. 적극적으로 상품을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음으로는 KEB하나은행이 올 상반기 69조5998억원의 수탁고를 보유해 2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59조6666억원)보다 16.6%(9조9332억원)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53조1960억원→55조4537억원)과 농협은행(36조1883억원→40조5319억원)의 수탁고도 각각 4.2%(2조2577억원), 12%(4조3436억원) 증가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58조6373억원이던 수탁고가 올해 상반기 56조9137억원으로 2.9%(1조7236억원) 감소했다. 기업은행 역시 같은 기간 54조3368억원에서 53조8791억원으로 0.8%(4577억원) 줄었다.

은행권의 신탁 수탁고가 증가세를 보이는 이유는 저금리와 고령화시대를 맞아 자산관리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예금이자 수익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위험성은 있지만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신탁에 눈을 돌린 것이다. 여기에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이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실제로 은행권이 본격적으로 신탁 상품 강화에 나선 시기는 본격적으로 저금리 시대가 도래한 2015년 전후부터다. 더욱이 은행권은 1인 가구나 이산가족, 애견인을 대상으로 한 이색 신탁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또 목표 수익률을 내지 못하면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과감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시장을 키웠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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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신탁 수탁고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들어 수수료 수익이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6대 은행의 신탁 수익은 상반기 기준으로 2016년 3022억원에서 ▲2017년 4584억원 ▲지난해 6409억원에 달하는 등 2년 만에 50%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6374억원을 벌어들이며 주춤했다. 6대 은행의 신탁 수익이 줄어든 것은 2015년(3708억원→3022억원) 이후 3년 만이다.

수익이 감소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이 국내‧외 증시를 뒤흔들며 큰 운용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환경을 만든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은행 신탁은 통상 벌어들인 돈의 0.1~1%를 수수료로 챙기는 방식이다. 이에 운용수익이 줄어들수록 신탁 실적도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

문제는 신탁 규모 및 수익 감소가 심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분쟁 해결이 불확실한데다가, 최근 금융권을 강타한 DLF 사태가 신탁과 무관하지 않은 탓이다.

신탁 운용상품 가운데에는 증권사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를 신탁자산에 편입해 판매하는 주가연계신탁(ELT)이 포함돼 있다. ELT는 금전신탁의 주력 상품으로 중수익·중위험의 구조를 보인다.

수수료가 최대 1%로 다른 상품보다 2배 가까이 높고, 시장 상황이 좋아 조기 상환되면 판매 주기가 6개월 단위로 짧아져 수수료 수익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은행 입장에서는 효자 상품으로 통한다. 다만 최근 문제가 불거진 DLF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탓에, 이에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의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ELT는 DLF와는 기초자산이 다르고 리스크 관리도 잘 되고 있지만, DLF 사태 여파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신탁에 ELT 같은 파생상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종류의 신탁 상품에는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소비자단체 등은 위험성이 내포된 상품을 쉽게 판매할 수 있는 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한편 소비자의 유의를 당부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상품이 고도화되면서 고려해야할 상황이 많은데, 위험성 있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쉽게 팔리며 시장이 확대되는 구조”라며 “판매 과정에 엄격한 관리가 필요함은 물론 소비자들도 상품 가입 전 다양한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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