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금융 장벽 허물어진다” 오픈뱅킹시대 ‘초읽기’…은행권‧핀테크, 생존경쟁 본격화
[이지 돋보기] “금융 장벽 허물어진다” 오픈뱅킹시대 ‘초읽기’…은행권‧핀테크, 생존경쟁 본격화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0.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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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생존경쟁의 문턱에 섰다. 독점적으로 누려온 금융결제망 개방을 의미하는 ‘오픈뱅킹’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오픈뱅킹은 한 개의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모든 은행의 계좌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단 은행권은 급격한 고객 이탈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관 개정과 모바일뱅킹 점검 및 개선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경쟁 격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행보인 셈이다.

간편송금으로 유명한 핀테크업체 토스(바비리퍼블리카)와 뱅크샐러드(레이니스트)에게도 기회이자 위기다. 이들 업체는 주요 은행권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이른바 독과점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시장이 개방되면서 다수의 핀테크업체가 오픈뱅킹에 도전장을 던졌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30일부터 은행권을 중심으로 오픈뱅킹이 시범 도입된다. 국내 18개 은행이 우선적으로 참여하고, 오는 12월부터 토스와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업체까지 확대된다.

오픈뱅킹은 은행권의 금융결제망을 핀테크 기업과 은행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결제시스템을 말한다.

그동안 국내 금융결제망은 은행권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은행 역시 자기계좌 기반 업무만 가능했다. 금융결제망에 참여할 수 없는 핀테크 기업은 제휴를 맺은 은행과의 결제 송금 등 서비스만 허용됐다.

오픈뱅킹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한 가지 앱으로 모든 은행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A와 B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은 앞으로 A은행 앱으로 B은행 계좌의 조회 및 이체․출금 가능해진다. 또 핀테크 사업자들은 은행과 제휴를 맺을 필요 없이, 모든 은행의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삭제 당하지’ 않기 위한 앱(은행‧핀테크)들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은행권은 오픈뱅킹을 대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일찌감치 벌여왔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1일 위비뱅크 ‘오픈뱅킹’에 입점한 핀테크 기업과 은행 간 정보연동시스템을 구축했다.

신한은행은 올해를 ‘플랫폼 중심 오픈 API(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 사업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기존 오픈 API 마켓의 리뉴얼을 진행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KB스타뱅킹 해외송금 서비스와 기업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개편했다.

이밖에 농협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올원뱅크 앱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출시하고 오픈뱅킹을 선도하기 위해 맞춤형 오픈 API 서비스 확대 작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금융결제원
오픈뱅킹 개념도. 사진=금융결제원

이탈

오픈뱅킹이 도입된다고 해서 당장 은행권의 고객 이탈이 심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은행 앱은 편의성과 보안 등 수많은 개선을 거치면서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또 오픈뱅킹은 타행 계좌의 조회와 이체, 출금 등 일부 기능만 지원하기 때문에 해당 은행 앱이 아니면 처리할 수 없는 업무도 많다.

더욱이 토스와 뱅크샐러드 등 한 개의 앱에서 다양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는 기존에도 존재했다. 오픈뱅킹은 이같은 서비스를 개시하는데 있어 제휴 등 번거로운 과정을 없애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 도입으로 아예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며 “기존의 토스 등 간편송금․자산관리 앱에서 볼 수 있는 결제 서비스를 더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 앱으로만 할 수 있는 업무도 아직 많은데다가, 금리우대 등의 이용자 혜택 등을 고려하면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단 은행과 달리 핀테크 업체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사업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시장에 진출하는 굵직한 기업들도 늘어난 까닭이다.

실제로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오픈뱅킹 사전신청을 접수한 핀테크 업체는 96개에 달한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뱅크샐러드 개발사 레이니스트, 핀크 등 기존 자산관리 앱들은 물론이고 롯데멤버스, 신세계아이앤씨, 네이버페이, SK플래닛, LG CNS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뛰어들었다.

특히 이전부터 시장을 형성해 왔던 핀테크 업체들은 오픈뱅킹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판국이라 입장이 난처해졌다.

익명을 원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미제휴 은행은 서비스를 제공 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는데, 오픈뱅킹으로 제휴와 관련, 골머리 썩힐 일이 없어졌고 은행에 지급해야할 결제망 이용 수수료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면서도 “경쟁력 있는 후발 주자들의 도전에서 생존이라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오픈뱅킹의 도입으로 당장에는 핀테크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겠지만, 향후에는 은행과 판테크 기업 간 경쟁으로 옮겨져 금융상품의 제조와 판매 분리 현상이 일어날 것 전망했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오픈뱅킹 초기에는 고객 선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핀테크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픈뱅킹이 기존 경쟁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진시켜 은행의 고객 독점력이 상실되면 제조와 판매 분리가 진행돼 궁극적으로 소비자 편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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