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예금금리 ‘딜레마’…낮춰야 하는데 ‘고객 이탈’할까 머릿속 복잡
[이지 돋보기] 은행권, 예금금리 ‘딜레마’…낮춰야 하는데 ‘고객 이탈’할까 머릿속 복잡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1.1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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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예금금리 조정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에 은행권 역시 조정 작업에 나서야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손을 놓고 있다. 이례적이다.

두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첫 째 오픈뱅킹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은행 갈아타기가 쉬워졌다. 섣부른 금리 인하가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 신(新) 예대율 규제 적용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여서 예금 확보가 중요하다. 수신 고객 이탈이 더 뼈아플 수밖에 없는 시기라 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하한지 3주가 지났지만 시중은행 대다수가 예금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16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p) 내렸다. 올 7월 금리를 1.75%에서 1.50%로 낮춘데 이어 추가로 인하한 것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2년여 만에 돌아가게 됐다.

이에 금융시장에서는 은행권이 빠르게 예금금리를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은행권은 기준금리가 내리면 1주~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예금금리 하향 조정에 나선 모습을 보여 온 까닭이다.

실제로 7월 인하 당시 NH농협은행이 같은달 25일, 우리‧KEB하나은행은 29일, KB국민은행은 8월2일에 낮추는 등 대부분 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예금금리를 0.25~0.30%포인트 내린 바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됐을 때 예금 이자율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행보다. 수신뿐만 아니라 여신 금리 또한 함께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의 금리차) 유지를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하향 조정은 필수다.

하지만 이번에는 4주차가 다 돼가는 상황에서도 인하 소식이 뜸하다. 외국계와 지방은행 일부는 수신금리를 내렸지만,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에서는 아직 하향 조정 움직임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탈

은행권이 예금금리를 선뜻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고객 이탈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탓이다.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금융소비자들은 더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상품을 찾아 분주해진다. 더욱이 지난달 30일 한 개의 은행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모든 은행의 계좌 조회‧이체 업무를 볼 수 있는 오픈뱅킹이 실시된 상황. 은행을 갈아타기가 한층 더 쉬워진 환경이다.

또 내년부터 신 예대율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은행권은 예금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예대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예금잔액 대비 대출금잔액 비율을 말한다.

내년에 새롭게 도입되는 예대율 산정 기준은 가계대출의 위험가중치를 15% 올리고, 반대로 기업대출의 가중치는 15% 낮춘다. 새로운 기준에서는 현행보다 예대율이 대략 3%포인트 오른다. 즉,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분모에 해당하는 예금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리가 인하돼 고객 이탈이 발생한다면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 은행 간 벽이 사라져 되레 고객 모시기에 고심해야 할 은행으로서는 선뜻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환경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그만큼 예대차가 줄어 수익성에 차질이 생기지만, 오픈뱅킹과 신예대율 규제 등 새로운 상황과 환경으로 인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수익성에 차질을 빚고 있지만 시장금리의 상승으로 여기에 연동되는 대출금리가 소폭 올라 아직 은행이 버틸만한 여력은 조성된 상태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 1.78%로 전월(1.54%)보다 0.24%포인트 올랐다. 이 영향으로 은행 주담대 금리도 0.9~0.24%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기준금리보다는 시장금리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역마진 우려를 덜어낸 은행권이 상황을 보며 예금금리 조절 시기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기준금리보다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금융채 금리 등 시장금리가 기준이 된다”며 “정부의 국채발행 확대 계획 발표 등 채권공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높아져 대출금리도 이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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