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문 정부 강력 태클에 좌초 위기…“관치주의”vs“클린 수주”
[이지 돋보기]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문 정부 강력 태클에 좌초 위기…“관치주의”vs“클린 수주”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12.0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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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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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서울 용산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이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태클에 막혀 좌초 위기에 놓였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한남3구역 수주전이 한창인 상황에서 ‘입찰 무효’라는 딴지(?)를 제대로 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한남3구역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었던 현대·대림·GS건설과 조합원 모두가 허탈감에 빠졌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문 정부의 개입이 ‘관치주의’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간주택부문을 시장의 자율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개입해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나서면서 조합원과 건설사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비판 여론도 비등하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십 년간 쌓여온 재개발·재건축 적폐를 타개할 기회라는 주장이다. 이번 기회에 관련 사업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 각종 분쟁을 예방할 적기라는 것에서다.

9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한남3구역 수주전에 뛰어든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의 입찰제안서 내용 중 20여건이 위법 소지가 있다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용산구청과 조합에 입찰 무효와 재입찰 권고 등 시정조치를 통보했다.

한남 3구역 ‘입찰 무효’의 골자는 재산상의 이익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제132조에서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3개 건설사가 도정법 제132조를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조합원 인테리어 비용 5000만원 환급(현대건설) ▲3.3㎡당 분양가 7200만원 보장(GS건설) ▲자회사를 통한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대림산업) ▲이주비 전액 지원(공통)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강경 조치에 해당 건설사들은 바람 앞에 등불 신세다. 검찰 조사를 통해 불법적인 행위가 드러나게 된다면 한남3구역이 문제가 아니라, 향후 2년간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없어서다.

더욱이 이들 건설사가 배제된 채 시공사 재입찰로 가닥이 잡히면 4500억원(각 1500억원)에 달하는 입찰 보증금이 조합에 귀속될 수 있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향후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지만 행정당국이 개입된 문제라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남3구역의 입찰제안서 문제는 법의 해석에 따라서 갈리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일로 해당 건설사들이 2년간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면 건설업계 사상 가장 큰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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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씸죄

당국이 정비사업 시공사 수주 입찰을 점검하고, 업체를 수사 의뢰해 ‘입찰 무효’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폭등하는 아파트값을 억누르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한 건설사들에게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된 것으로 얘기가 나온다.

문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제한과 분양가상한제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정부 칼날을 교묘히 피해가자, 이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는 의미다.

건설업계는 자율경쟁을 무시한 의도적 죽이기라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개입한 시점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수주 과열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10월 이전에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나서서 건설사와 조합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밖에 정부가 그동안 재개발 사업과 관련, 특별한 제재나 처벌이 사실상 없었다는 점도 일방적인 칼부림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남3구역이 입찰 무효가 된 것은 정부가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부동산정책에 해가 될 수 있는 싹을 미리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나라에서 작정하고 나서면 언제든지 막을 수 있다는 관치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불법은 핑계고, 결국에는 재개발 자체를 막으려는 의도까지 보인다”고 피력했다.

반면 한남3구역을 계기로 수주시장을 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특히 ‘재산상의 이익 제공’이라는 부분의 기준이 모호해 해석이 분분하다, 이를 세부적으로 다듬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남3구역도 ‘재산상의 이익 제공’이라는 기준이 모호해 다른 해석이 나온 데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심지어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을 정도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비사업은 아직도 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도 명확한 기준이 없고, 처벌도 없었기 때문에 진흙탕 싸움을 벌여온 것”이라며 “차라리 이번 일을 계기로 정확한 기준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정도(클린) 수주를 하는 것이 더 편하고 좋다”고 강조했다. 

한남3구역 현재 상황은? 

한남3구역 조합원들이 정부에 백기투항하는 모양새다.

한남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사업조합은 지난달 28일 전체 조합원 3853명 중 2779명이 참석한 정기총회 거수투표에서 90%가 문제가 된 항목을 뺀 수정안에 찬성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강력한 압박에 한 발 더 물러섰다. 이달 6일 조합사무실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시공사 재입찰 절차를 밟기로 가닥을 잡았다. 조만간 대의원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이 서울시 권고대로 재입찰을 선택한다면 사업 지연은 불가피하다. 입찰 공고와 사업 설명회 등 시공사 선정에 필요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시공사 선정까지 최소 6개월 정도 늦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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