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뜨거운 감자’…시민사회‧보험업계 ‘찬성’ vs 의료계 ‘반대’ 갈등 격화
[이지 돋보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뜨거운 감자’…시민사회‧보험업계 ‘찬성’ vs 의료계 ‘반대’ 갈등 격화
  • 양지훈 기자
  • 승인 2020.01.14 08: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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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양지훈 기자 =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이 뜨거운 감자다. 소비자단체‧보험업계가 청구 간소화에 적극적인 반면 의료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탓이다.

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는 국민 편의 보장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청구 간소화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신중 검토 입장이었던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 ‘동의’로 입장을 정리했다. 당국은 올해 중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의료계를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는 국민보험으로 성장한 실손보험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감독원 ‘2018년 상반기 개인실손의료보험 손해율 등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실손보험 보유계약은 3396만건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5136만명. 국민 3명 중 2명이 실손보험에 가입한 셈이다.

반면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비자는 3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소비자단체 ‘소비자와함께’의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4월 기준 통원치료를 받은 환자 중 32.1%만이 보험금을 청구했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치료를 받았던 병원이나 의원에 직접 찾아가 서류를 발급받고, 방문‧팩스 등의 수단으로 보험사에 전달해야 한다. 소비자단체들은 이 같은 절차 때문에 보험금을 포기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전료 정보 제공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료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청구 간소화 즉, 진료정보를 전자문서로 보내면 환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보험사가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는 등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이와 관련, “결국 보험사가 원하는 것은 건강정보”라며 “보험사가 근거를 충분히 마련해 거액의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겠다는 계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가 질병 이력이 많으면 보험 갱신이나 가입을 거절당할 수도 있어 많은 정보를 넘겨야 한다는 점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사진=대한의사협회

쟁점

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는 의료계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환자는 청구 과정에서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모두 보내는 것이 아니라 관련 의료정보만 보내는 것”이라며 “의료계가 반대하는 것은 과잉진료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익명을 원한 보험업계 한 관계자 역시 “병원이 전자시스템으로 의료정보를 보내면 환자의 개인정보가 더 많이 공개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인프라 구축 등 적잖은 비용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 편익 추구와 의료계의 진료 투명성 확보 등 유익한 점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청구 간소화를 위한 법 개정 움직임이 분주했지만 성과가 없다. 더욱이 21대 총선(4월 15일)을 감안하면 법 개정 움직임 자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지난 2년간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보험업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소비자가 진료비 계산서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 형태로 전송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해 국민 편의를 증진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심사 과정에서 다른 법안에 밀려 논의조치 되지 못했다. 20대 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향후 논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고용진 의원실 비서관은 “법안을 발의한 고 의원 입장에서는 지난해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점이 참 아쉬운 대목”이라며 “최근 국회 일정이 불투명해 장담할 수 없지만 다음달 법안소위가 열린다면 법안이 통과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재수 의원실 보좌관은 “예년과 달리 국회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해당 법안이 법안소위에서 논의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면서도 “만약 전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다면 21대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재발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대한민국 국회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대한민국 국회

험로

금융당국이 올해 안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힘쓰겠다는 입장이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기 때문이다.

고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청구 간소화에 ‘신중 검토’였던 금융위원회는 ‘동의’로 입장을 변경했다. 금융위원회는 또 의료계 설득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11일 개최된 공‧사보험 정책협의체에서 “의료기관의 행정업무 부담을 최소화하고 구축‧운용비용의 보험업계 부담 방안 등을 구체화해 의료계를 지속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의료계의 입장 선회다. 반대 의지가 워낙 확고해 타협점 찾기가 쉽지 않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대한의사협회는 보험사의 환자 정보 수집 등 무엇이 문제인지를 소비자들에게 계속 알릴 방침”이라며 “올해도 지난해처럼 법률 개정안 저지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양지훈 기자 humannature8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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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2020-01-14 15:12:17
통영에 놀러갔다가 갑자기 응급실에 가서 치료 받고 서울에 왔는데 이후 보험사에 청구하려고 병원에 전화했더니 직접 방문하라고 하더군요... 정말 황당했습니다. 5만원 받으려고 통영까지 왕복하는 시간과 돈을 날릴 수는 없지 않나요. 타지역에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말라는 건인지요. 빠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