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도심 속 성냥갑 아파트…건설사, 창의적 디자인 아파트 안 지을까? 못 지을까?
[이지 돋보기] 도심 속 성냥갑 아파트…건설사, 창의적 디자인 아파트 안 지을까? 못 지을까?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1.15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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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국내 건설사들이 콘크리트 성냥갑 같은 아파트만 쏟아내고 있다.

건축 문화가 발전하면서 아파트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일부 프리미엄 단지와 지방을 중심으로 창의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의 아파트가 생기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아파트 디자인보다는 입지와 가격 중심의 시장이 형성된 까닭이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싱가포르, 중국 등처럼 개성 있는 아파트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차별화된 아파트 디자인 적용을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특히 서울에선 아파트가 아름다운 건축물이 될 수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건축 원가 상승 ▲추후 매매가 영향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 ▲정부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15일 건설 전문가 등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 디자인이 10여 년째 제자리걸음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선보인 아파트들은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IoT(사물인터넷), 특화설계 등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겉모습은 그대로인 탓이다.

실제 최근 건설사들이 내놓은 분양 단지를 살펴봐도 획일적인 아파트 투성이다. 대우건설의 ‘광양 푸르지오 더 퍼스트’, GS건설의 ‘개포프레지던스자이’, HDC현대산업개발과 SK건설의 ‘광주 계림 아이파크 SK뷰‘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아파트들은 콘크리트 성냥갑으로 불린다. 모든 아파트 단지가 획일적이고 개성이 없다는 일종의 비아냥이다. 심지어 아파트 모양만 보면 어떤 건설사의 어떤 아파트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아파트들은 특히 인구 1000만의 세계적인 대도시 서울의 도시 경관을 흐트러뜨리는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경변에 즐비한 값비싼 아파트들도 모두 비슷한 형태로 늘어져 있다.

반면 바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아파트가 즐비하다. 싱가포르, 중국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의 아파트는 도시 및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면서 도시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주거 문화 및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친다.

싱가포르의 젠가 모양 아파트(인터레이스)가 주목받고 있다. 이 아파트는 여러 개의 블록을 쌓아 올린 듯 기이한 모습이다. 독특한 외관으로 지난 2015년 세계건축박람회에서 ‘올해의 건축물(Building of the Year)’ 우승작으로 뽑히기도 했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은 건축법상 동일한 아파트 디자인을 적용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법을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건설사들이 의지를 갖고 상품성 있는 아파트 건설에 힘을 썼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 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디자인에 강한 나라는 아니지만 국내 건설사들도 충분히 아파트를 멋있게 만들 수 있다. 아파트 디자인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이라도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싱가포르처럼 특별한 아파트를 지으려면 설계자의 창의성을 보장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인터레이스 홈페이지, HDC현대산업개발
싱가포르 인터레이스(사진 왼쪽)와 수원 아이파크시티. 사진=인터레이스 홈페이지, HDC현대산업개발

현실

국내에도 콘크리트 성냥갑에서 탈피해 개성 있는 아파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들어 지방과 서울 일부 프리미엄 아파트 단지는 개성 있고 독창적인 디자인이 적용되는 분위기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대표적인 선두주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경기도 수원 아이파크시티에 다섯 가지 콘셉트 파크(Park), 워터(Water), 빌리지(Village), 시티(City), 필드(Field)로 각각의 숲, 계곡, 대지, 물의 파동, 지평선과 같은 자연을 모티프로 각각의 건물에 개성을 부여했다. 이 단지는 각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명세를 탔고 드라마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 대구 월배아이파크에는 톡톡 튀는 색깔을 적용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해운대 아이파크의 경우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부산의 랜드마크가 됐다.

프리미엄 단지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신반포팰리스, 래미안 첼리투스 등이 차별화된 아파트 외관을 선보였다. 현대건설의 반포 디에이치라클라스, 대림산업의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GS건설의 서초그랑자이 등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파트는 디자인의 변화를 거의 찾을 수 없다.

건설업계는 아파트 디자인의 발전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과감한 시도를 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택지개발을 통해 개성 있는 아파트를 지으려고 해도 위험부담이 뒤따른다. 막대한 사업비를 투자해 아파트 분양에 나서도 독특한 아파트 외관 때문에 미분양이라도 나게 된다면 건설사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발주처인 조합의 대부분이 특화 디자인이 적용된 아파트를 원치 않는다. 건축 원가가 상승하면 조합분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만일 독특한 디자인의 부작용으로 추후 매매가가 하락한다면 큰 손해가 따른다.

정부에서도 아파트 디자인의 발전을 막고 있는 모양새다. 일조망 확보를 위한 아파트 동간 거리, 측면 창문 제한 등이 있어 애초부터 획일적인 아파트 건설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을 내놓으면서 공사비 절감을 유인하고 있다. 앞으로도 특별한 아파트 디자인이 현실적으로 나올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증가, 건축법 등으로 인해 국내 아파트 건설에 있어 차별성을 내세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아파트가 입주민들에게 최적화 된 것 같다. 특이한 건축물은 지역 랜드마크가 되고 밖에서 보면 좋을 수 있지만 막상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어 새로운 시도가 어려운 점도 있다“고 전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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