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예금금리 ‘눈치싸움’ 벌이다 결국…수익성 악화에 ‘백기’, 인하 시동
[이지 돋보기] 은행권, 예금금리 ‘눈치싸움’ 벌이다 결국…수익성 악화에 ‘백기’, 인하 시동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2.2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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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예‧적금 금리 눈치싸움을 벌이더니 결국 백기를 들고 인하에 나섰다.

은행권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오픈뱅킹 경쟁과 신(新) 예대율 규제를 대비하기 위해 수신금리 인하를 미뤄왔다.

그러나 대출금리 하락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에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자 본격적으로 예금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이 이달 들어 예금상품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KB국민은행은 KB국민UP(업)정기예금'의 금리를 기존 연 1.35~1.5%에서 연 1.1~1.3%로 0.25%포인트(p) 낮췄다.

‘국민수퍼정기예금 단위기간금리연동형’ 상품 역시 연동단위기간(1~6개월) 금리를 연 0.7~1.1%에서 연 0.6~1.0%로 0.1%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우리은행은 ‘WON(원) 예금’과 ‘위비정기예금’의 금리를 낮췄다. WON 예금은 가입기간에 따라 연 0.5~0.95%였던 기본 금리를 연 0.5~0.87%로 낮추고, 위비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1.4%에서 연 1.1%로 0.3%포인트 내렸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 주요 예금상품 금리를 최대 0.25%포인트 내린 바 있다. 아직 금리조정에 나서지 않은 신한과 하나은행도 수신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은행권의 이같은 행보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통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1주~2주 사이에 수신금리 조정에 나선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연 1.5% 내리자, 농협은행이 같은달 25일, 우리‧KEB하나은행은 29일, KB국민은행은 8월2일 인하에 나서는 등 대부분 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예금금리를 0.25~0.30%포인트 내린 바 있다.

이후 한은이 같은 해 10월 기준금리를 연 1.25%로 인하한 이후부터는 짧게는 두 달, 길게는 5개월이 지나도록 수신금리 하향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올해 새로 도입된 예대율 규제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예대율은 예금 대비 대출금 잔액을 나타내는 비율이다. 은행권이 조달한 예수금을 초과해 대출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로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은행은 예대율을 10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올해 적용된 신 예대율 산정 기준은 가계대출의 위험가중치를 15% 올리고, 반대로 기업대출의 가중치는 15% 낮춘다. 이 기준에 맞추려면 가계대출을 줄이거나 예수금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이미 집행된 대출금을 줄일 수 없으니 예대율의 분모에 해당하는 예‧적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규제에 대응코자 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수신금리를 내리면 고객 이탈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진다.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금융소비자들은 더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상품을 찾아 떠나기 마련이다. 예금을 늘려 규제에 대응한다는 계획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다.

더욱이 비슷한 시기에 한 개의 은행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모든 은행의 계좌 조회‧이체 업무를 볼 수 있는 ‘오픈뱅킹’이 시행됐다. 은행‧상품 갈아타기가 더 쉬워져 은행으로서는 선뜻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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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은행권이 이번에 수신금리를 내린 것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해 수익성 유지에 한계가 온 까닭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도 가계대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진 영향이 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1.54%로 전월 대비 0.06%포인트 내렸다. 잔액 기준 코픽스 역시 이 기간 0.03%포인트 내린 1.75%를 나타냈다. 코픽스는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전까지는 주담대 금리가 소폭 상승하거나 보합세를 보여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최근 대출금리도 내리면서 ‘비용절감’ 카드인 예금금리 인하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코픽스나 금융채 금리 등 시장금리에 영향을 받는데,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탓에 수신금리도 유지할 수 없게 됐다”며 “신 예대율 규제가 도입되고 기준치 이하로 관리가 이뤄지면서 금리를 내릴 여력이 생긴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저금리로 인해 은행 이자 수익률은 나빠지는 추세다. 지난해 말 4대 은행의 평균 순이자마진(NIM)은 1.46%로 전년 대비 0.13%포인트 떨어졌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수익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NIM 낮아질수록 예대 마진 효율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르면 이달 금융통화위원에서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기준금리가 한차례 더 내려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까지 떨어진다면 수신금리에 대한 은행권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오는 27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를 비롯한 경기 하강 요인들이 있어 정책 대응이 필요해진만큼 이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비교적 이른 시점에 금리 인하가 이뤄진 후 집계될 지표들이 뚜렷한 둔화 조짐을 나타낼 가능성이 커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 역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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