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코로나19에 상반기 취업문 사실상 폐쇄…취준생, “은행고시 준비했는데”
[이지 돋보기] 은행권, 코로나19에 상반기 취업문 사실상 폐쇄…취준생, “은행고시 준비했는데”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4.07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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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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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 취업준비생들이 허탈감에 빠졌다.

은행권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상반기 취업문을 사실상 폐쇄한 탓이다. 실제로 3~4월부터 지원서 접수 등 채용 절차를 진행하지만, 올해는 공고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취준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상반기 미채용 인력을 하반기에 추가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즉, 은행고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경쟁은 예년 대비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각 은행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신입 공채 일정을 수립하지 못한 상태다. 이르면 2월 공고를 내고 3~4월 지원 접수를 받아 5월부터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 등을 진행하던 예년과 다른 상황이다.

실제로 매년 상반기 채용을 진행해온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올해 채용 일정이 모두 미정이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산업은행 등은 하반기 공채만 진행해 왔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의 경우 2월28일부터 지원서 접수를 받으며 상반기 채용 일정을 시작했지만 올해는 아직 공고조차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4월부터 일정에 들어갔던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올해는 감감무소식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공채를 3월부터 실시했으나 올해는 일정을 잡지 못했다. 더욱이 지난 2월 서류접수를 마감한 청년인턴 채용전형 역시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채용 계획을 잡아놔 1차 필기전형까지는 진행한 상태다. 그러나 이후 면접전형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며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당초 농협은행은 최종 합격자 발표를 지난달 초로 계획했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에서 상반기 채용 계획 수립을 놓고 이야기가 오가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다 보니 실제로 진행하기에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채용을 진행하지 못하는 까닭은 각종 전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높은 탓이다.

은행권은 지난 2018년 채용 과정에 일명 은행고시라 불리는 ‘필기 전형’을 부활시켰다. 2017년 불거진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이었다. 필기전형은 다른 시험들과 마찬가지로 중‧고등학교 시설을 빌린 시험장에 수백명의 수험생을 모아놓고 진행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필기전형 진행은 무리다. 비슷한 방식으로 시험을 치루는 토익(TOEIC) 역시 올해에만 네 번의 시험이 연달아 취소됐다.

면접전형 역시 은행 입장에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은행 연수원 등의 장소에서 발표와 토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면접은 지원자 최대 10명이 한 개의 조를 이뤄 진행된다. 이 역시 대규모의 인원이 모이는 만큼 현재의 상황에서는 진행하기 어렵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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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화

일각에서는 1000명이 넘는 은행권 신규 채용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은행이, 상반기 채용을 아예 넘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350명을 충원했다. 농협은행은 같은 기간 340명을 채용했다. 이밖에 ▲우리은행 300명 ▲기업은행 220명 ▲수출입은행에서 30명 등 총 1000명이 넘는 신입 행원이 뽑혔다.

이같은 규모의 상반기 채용이 백지화된다면 올해 은행권 취업문 자체가 좁아질 수 있다. 은행권이 상반기에 채용하지 못한 인원을 하반기 공채에서 추가로 뽑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탓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대규모의 신규 채용을 진행했다. 이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신규 인력 수요가 생긴 이유에서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기가 침체에 빠진 상황이고, 은행업 전망도 좋지 않다. 때문에 지난해만큼 인력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입행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채용 일정이 미뤄지는 것을 넘어서 아예 무산되거나 채용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340명을 뽑았던 농협은행의 경우 올해 계획한 채용인원이 280명으로 줄어든 것에서 이같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국책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박모(25‧여)씨는 “올해 3월 서류 접수하고 4월 필기전형을 진행한다는 정보를 채용박람회에서 얻고 이에 맞춰 준비했는데 계획이 틀어져 당황스럽다”며 “준비를 더 할 여유가 생겼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쟁률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시중은행 지망생인 권모(26‧여)씨도 “4월도 힘들 것 같고 5월 이후에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져서 공채 공고가 떴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있다”고 한탄했다.

은행권은 취준생들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언제 진정될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반기 공채를 언제 실시할지, 혹은 무산될지에 대해 확실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하반기 채용 규모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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