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공사 전면 중단 13일째…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가보니
[르뽀] 공사 전면 중단 13일째…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가보니
  • 정영선 기자
  • 승인 2022.04.28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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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증액 계약 놓고 조합-시공단 팽팽…서울시, 조합·시공단 협상 위해 중재 나서
시공단 “조합, 일방적인 공기 지연으로 손실 막대”…조합 “2조1천억원대 이자부담 등”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에 '유치권 행사 중'이란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정영선 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에 '유치권 행사 중'이란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정영선 기자

#.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한창 공사가 진행돼야 할 현장이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하다.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지 13일째인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이다.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이 15일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으로 공사가 전면 중단돼서다. 

이지경제 단독으로 27일 공사 현장을 찾았다.

[이지경제=정영선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1동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이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만 4786가구에 달한다.  

이번 사업은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으로 이뤄진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이 맡았지만, 15일 사업중단을 선포했다.

공사비 증액을 놓고 사업단과 조합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단은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으며, 조합은 계약 해지를 예고했다.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현장 (사진=정영선 기자)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현장. 사진=정영선 기자

이와 관련, 사업단 측은 “2020년 2월 15일 착공 후 현재까지 1조7000억원(금융비용 별도)을 투입해 공정율 50% 이상의 외장공사를 마쳤다. 사업단은 이와 별개로 사업단의 신용공여(연대보증)로 조합 사업비 대출 7000억원도 조달했다”며 “조합이 지난달 21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공사도급변경계약 무효확인의 소송’을 제기하고, 이달 16일 임시총회 안건으로 ‘공사계약변경의 건 의결 취소의 건’을 상정하는 등, 상기 적법한 공사도급변경계약을 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비 갈등 외에도 마감재를 둘러싼 갈등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조합은 공사중단 전날 사업단에 문제가 된 2020년 6월 변경계약 3조2294억원을 인정하되, 고급화 공사(특화 공사, 마감재 공사 등)는 조합의 요청을 적극 수용한다는 조건을 단 공문을 발송했다.

조합이 변경을 원하는 마감재 업체는 창호, 층 간 차음재, 가구, 타일, 홈네트워크 부문 등 19곳이다. 

시공사업단은 이에 대해 2020년 6월 공사변경 계약서의 유효성 인정과 함께 추가 공사지연 방지를 위해 감리단에 자재 승인 근거자료 제공, 분양 계약 완료 시점 협의, 공사변경 계약의 부동산원 공사비 재검증 등의 안건을 포괄적으로 논의하자고 조합 측에 주문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 모습. 사진=정영선 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 모습. 사진=정영선 기자

다만, 후속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조합이 이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사업단이 공사를 중단하게 됐다.

이날 공사 현장은 안전 가림막과 현수막, 유치권 행사 표지판 등만 카메라에 잡혔다.

현장을 관리하는 김모 소장은 “현장은 완전히 멈춘 상태다. 조합 측이나 시공사 측 관계자, 공사 인부는 없고 현장 관리 인원 서너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내년 8월에 완공돼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언제 공사가 다시 시작될지, 마무리는 언제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일축했다.  

공사장 인근에 사는 주민은 “매일 이곳을 지난다. 공사가 중단돼 채 방치된 모습이 무섭기까지 하다”며 “공사 중단이 길어질수록 빚만 늘고 피해는 결국 입주민만 보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2009년 1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둔촌주공은 이듬해 9월 시공사 선정, 2019년 12월 철거와 이중 등을 거쳐 2020년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 순조롭던 공사가 2020년 6월 전 조합이 사업단과 공사비 5586억원에 달하는 증액 계약을 맺으면서 흔들렸다. 

현 조합 집행부는 “전임 조합 집행부가 일반분양가 예상금액을 부풀리고 공사비 증액 의결을 한만큼 공사비 증액 계약에 문제가 있다.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 계약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며, 16일 총회를 열어 문제의 공사비 증액 계약 의결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출입통제를 하고 있는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현장 (사진=정영선 기자)
출입통제를 하고 있는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현장. 사진=정영선 기자

반면, 사업단은 “당시 계약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쳤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은만큼 문제가 없는데 조합이 공사의 근거가 되는 계약을 계속 부정하고 있다. 15일 0시부터 공사 현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철수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그동안 1조6000억원을 투입했는데, 착공 2년이 넘도록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조합은 시공단이 공사를 10일 이상 중단할 경우 14일의 공지 이후 시공사를 교체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조합은 공사 중단 10일이 지나 시공사를 교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감안해 서울시가 중재에 나설 예정이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공사중단이 계약 해지로 이어질 경우 양측 모두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둔촌주공 조합원은 6000명은 분양 연기에 따라 4년째 입주를 기다리며 전월세 살이를 하고 있으며, 최근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도 부담이다. 조합이 금융권에 대출한 규모는 사업비와 이주비 등 2조1000억원으로, 연간 이자만 800억원에 달한다. 조합원은 해 1월부터 1조2800억원의 이주비 대출 이자를 개별 납부하고 있다.

27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에 공사중단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정영선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에 공사중지 철회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 정영선 기자

당초 시공단이 지불하던 대출 이자가 7월 만기를 앞두고 있고, 양측의 대립으로 대출 연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금융권 지적이다. 

시공단도 난감한 상황이다. 계약상 귀책사유가 인정돼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최대 1600억원의 지체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공정률 52%를 넘긴 사업장을 다시 시작한다 해도 원자재·인건비 급등에 따른 부담도 시공단 몫이다.  

사업단 관계자는 “조합이 공사의 근거가 되는 공사도급변경계약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더 이상 공사를 지속할 계약적, 법률적 근거가 없다. 사업단이 공사를 지속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분양이지만, 착공 이후 조합은 수차례에 걸쳐 사업단의 분양 요청도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합은 현재도 분양 일정 등을 확정하지 않아, 사업단이 공사를 위한 재원 조달이 어렵다. 조합 집행부와 자문위원단을 신뢰할 수 없어 부득이 하게 공사를 중단하게 됐다“며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조합과 조합원의 현명하고 신속한 판단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영선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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