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익 제고 VS 의료정보 유출…실손청구 간소화 '충돌'
편익 제고 VS 의료정보 유출…실손청구 간소화 '충돌'
  • 최희우 기자
  • 승인 2023.10.1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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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청구 개정안 14년만에 국회 본회의 통과 내년 시행
의료계 "진료 데이터 축적·개인정보 유출 우려" 깅하게 반발
시민단체 "보험업법 개정안은 민간보험사의 고객정보 약탈"
지난 14일 소비자단체연합이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소비자단체연합
지난 14일 소비자단체연합이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소비자단체연합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보험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의료계와 일부 시민단체가 위헌 소송을 내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내년 10월 시행을 앞두고 非금융업계와의 정면충돌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국회를 통과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정부의 법률 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가입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험사와 의료기관 사이 데이터를 관리하는 ‘전문 중계기관’은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또한 보험사 전산시스템 구축·운영 과정에서 얻은 정보나 자료를 업무 외 용도로 사용하지 않으며 이를 위반할 시 각각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내년 10월부터 대형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청구 간소화가 시행될 예정이며,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 대해서는 2년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실손보험은 지난해 말 기준 약 4000만명이 가입, 연간 1억 건 이상의 보험금 청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에서 일일이 서류를 발급받아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는 등 청구 절차가 복잡한 탓에 청구 포기 금액이 연간 3000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국민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제도 개선을 권고한지 14년만에 법안이 통과됐다. 

금융위는 "소비자 요청 시 요양기관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송할 수 있게 돼 청구 절차가 대폭 편리해질 것"이라며 "복잡한 병원비 청구 절차로 어려움을 겪던 노년층 및 취약계층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분간 잡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가 위헌소송 계획을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국회와 정부가 법안 의결을 강행해 그 참담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개정안이 의료법에 상충하는지 별도의 검토를 통해 위헌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보험개발원을 제외한 다른 기관으로 ‘정보 전송 대행기관’을 정하고 전송 방식을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의 지원 방안도 구체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 요양기관에 제기될 수 있는 보험금 미지급 등에 따른 환자의 민원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의료계뿐 아니라 일각에서는 고객 정보 유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환자별로 질병 정보가 축적돼 추후 보험사의 마케팅 등에 이용될 수 있고, 보험사가 환자를 선별해서 받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민간 보험사의 고객정보 약탈법"이라며 "중증질환자들의 보험금 지급 거절이 빈번할 수 있고 개인의 의료 정보를 수집하는 등의 유출 위험성이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 소송 뿐만 아니라 보험사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보이콧까지 진행할 입장"이라며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 환자의 개인 의료정보가 무분별하게 유출되는 형태를 막을 것"이라고 반대 의지를 표명했다. 또 "보험 가입자의 일시적 편익은 증진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상 등의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소비자 권익을 해칠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법안이 시행되면 보험금 청구 누락 건이 감소하고 소비자 편의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권익위원회가 권고한지 14년 만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며 "해결 과제가 남아있는 만큼 의료계와 소비자 편익 제고에 집중해 합의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송대행 기관 선정 문제에 대해 "정보유출 사고 등의 문제로 민간업체는 불가하고 관리와 책임이 철저하게 보장된 기관으로 선정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아예 청구하지 않았던 소액의 진료비나 약제 비용까지 보험금으로 쉽게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비급여 진료비 관리를 통한 손해율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희우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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