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보다 더한 우리은행, 어떻게 안되나요?”
“동양보다 더한 우리은행, 어떻게 안되나요?”
  • 서영욱 기자
  • 승인 2014.03.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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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시티 피해자들의 구구절절한 사연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지난 3일 오전 우리은행 양재파이시티 피해자 모임으로부터 ‘우리은행 사기행각’이라는 책자가 배달됐다. 이 문서에는 지난해 10월 참여연대와 함께 금융감독원에 공식적인 조사를 요구한지 5개월이 지났지만 동양증권 사태와 개인정보유출 사태에 묻혀 수사를 차일피일 미루는 금감원의 미지근한 행동에 분노한 피해자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담겨 있었다.

이 문서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언제, 어느 지점, 누구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권유를 받았는지 매우 상세한 진술 내용이 담겨있었다. 대부분 상품 권유 당시 부동산 투자 상품이라는 설명을 듣지 못했고 투자 상품이 아닌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이라며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 언제든지 대출도 가능하다더니, “10원 한푼 못받아”

피해자 이모씨는 지난 2007년 7월 우리은행 서울 자하문지점 김모 부지점장으로부터 이 상품을 권유 받았다고 한다. 이씨는 위험성이 높은 펀드를 싫어했고 김 부지점장과도 오래 거래를 해 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부지점장은 ‘안전한 상품’이 있다며 파이시티 상품 가입을 권유했다. 김 부지점장은 ‘안전한 상품이고 외부 돈 유치용’이라는 글귀가 적힌 내부 문서만을 보여준 채 고정금리와 원금 보장, 만기에 돈이 나온다는 구두 설명으로 이씨를 설득했다. 인기가 높아 서둘러 가입해야 한다는 독촉에 이씨는 제대로 된 서류조차 보지 않고 입금을 먼저하고 말았다.

이씨는 입금 후 서류를 내놓고 사인하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당했다는 것을 알아챘다고 밝혔다. 또 그날 마감되지도 않았고 한참 시일이 지난 후에 마감이 됐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씨는 김 부지점장에 대한 배신감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이씨가 투자한 금액은 무려 5억원. 김 부지점장이 설명한 고정금리와 원금 보장, 만기에 돈이 나온다는 약속은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중소법인 역시 피해 대상이었는데, R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 대표는 지난 2007년8월 지인의 소개로 당시 신규지점인 서울 왕십리점으로 법인예금, 해외펀드 등을 이전하면서 파이시티 상품 가입 권유를 받았다.

왕십리점 지점장은 “대기업이 투자하고 사업 담보가 충분하며 18개월 후 원금이 상환되는 아주 좋은 상품”이라고 소개했으며, “법인통장에 이자가 안붙는 일반예금보다 이자를 많이 준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8% 이자와 언제든지 중도상환이 가능하다”는 것만 믿고 지인의 소개로 받은 왕십리점에 실적을 올려주자는 취지로 덜컥 4억원을 사인하고 말았다. 하지만 약정기간이 지나도 원금과 이자는 지급되지 않았고 그 사이 바뀐 지점장에게 해지 환급을 요청했지만 한 달 이상 답변도 오지 않았다.

수개월이 지난 후 왕십리점에서는 “양재동 사업이 지연됐다”며 “연장된 이자와 원금이 지급되니 자금이 필요하면 그것을 담보로 훨씬 싼 이자로 대출을 해준다”는 말에 김 대표는 3억1,000만원을 대출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약정이자는 지급되지 않았고 대신 김 대표는 대출이지만 은행에 꼬박꼬박 지급해야 하는 이중 삼중 피해를 보고 있다. 김 대표는 “부실을 예견하지 않은 상품을 전국 각 지점에 지능적이고 은밀히 은폐한 판매 전략으로 상품 판매를 권장, 독촉한 결과 작금의 상황을 나았다”고 지적했다.

◆ 고객 이모에게까지 전화해 가입 종용 “절대 안전하다”

상품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고객의 친인척을 끌어들여 상품을 권유한 사례도 있었다. 2007년8월 최씨는 애초 우리은행 직원들의 행실이 맘에 안들어 만료된 4억여원의 적금을 타은행으로 이체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자 당시 서울 광정동지점의 노모 지점장은 평소 알고지내던 최씨의 이모에게 전화해 최씨를 설득시켰다. 결국 광장동지점으로 돌아간 최씨는 “집살 돈이니 펀드나 증권 등이면 절대 투자하지 않겠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노 지점장은 “예금이라 안전하다. 이거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 이게 잘못되면 지점장이 책임지겠다”는 말로 최씨를 안심시켰다.

최씨는 이 상품이 양재동 땅에 투자된 상품이라는 것을 1년반이 지나서야 알았다. 최씨가 집을 사기 위해 원금을 돌려달라고 말했지만 “선택권이 없다. 대주주가 시키는대로 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다. 또 최씨가 금감원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지금 일은 진행시키고 있는데 잘못하면 원금도 못찾으니 원금 받으려면 기다리라”는 협박성 발언까지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다른 권모씨는 지난 2007년 8월 이자를 많이 주는 저축상품이 나왔다는 전화가 끊임없이 와 은행을 방문했더니 저축성 통장 상품을 가입하라는 종용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용인 수지지점 김모 과장은 권씨에게 “양재동화물터미널 부지에 대형 쇼핑상가를 짓는데 우리은행이 그 땅을 담보로 상품을 판매한다. 대형건설사 몇 개가 책임지고 건축 분양을 하니 안심하고 계시면 일정기간(1년)안에는 이자도 많이 주고 내가 저축한 원금도 모두 주니 이번에 가입하시라”는 권유를 받았다.

또 김 과장은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 통장만 가지고 오면 해당금액의 80%까지 대출이 된다”며 통장에 자필로 ‘담보대출 80% 가능, 금리 7.9~8% 내외 예상’이라고 남겼다는 것. 권씨가 받아든 것은 일체 서류 없이 저축통장 하나 밖에 없었다.

언제든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이후 권씨가 대출을 받으러 갔을 때는 10원도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권씨는 “완전히 속았다는 생각뿐”이라며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분신자살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탄했다.

◆ 우리은행 “법대로 하라?”

참여연대는 6일 논평을 통해 우리은행을 규탄함과 동시에 금융감독원의 조속한 조사 결과 발표 촉구했다. 우리은행이 금감원의 질의에 답변한 문서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 및 적정성 원칙을 강화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2009년 2월4일 시행됐으며, 동 상품 판매 시점인 2007년에는 신탁업법상 신탁업감독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판매해 자본시장통합법상의 적합성 원칙을 준수하도록 규제돼 있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또 “설명 의무 위반 여부를 묻는 질의에 대해 우리은행은 투자제안서, 신탁상품 고객상담 확인서, 특정금전신탁 계약서, 신탁계약 세부내역서 등의 서류에 기재된 사항을 거론하며 설명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 판매시 ‘담보 대출 80% 가능’ 설명에 대해 우리은행은 “판매 당시는 거짓이 아니었으며, 2010년 6월 4일 대출을 중지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참여연대는 “우리은행의 답변은 피해자들의 일치된 경험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문제 발생시 법적으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받아 놓은 형식적인 서류만으로 설명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항변하고 있다”며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고 고객을 호도해 팔아놓고 막상 막대한 고객 피해가 현실화되자 ‘법으로 해 볼테면 해봐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업초기 2~3년간은 수익률이 10%에 육박했지만 그 이후에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배당을 못한 상태”라며 “아직 사업이 청산되지 않아 원금 손실여부를 확인하기는 이르다”고 해명했다.


서영욱 기자 10sang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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