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후계자? 그들에게 의문부호가 찍힌 이유
위기의 후계자? 그들에게 의문부호가 찍힌 이유
  • 윤병효 기자
  • 승인 2015.04.1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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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이미지 향상이 경영력 가늠자, 거의 유일한 북한통 문호

재벌그룹 오너들의 나이가 고령으로 넘어감에 따라 그의 아들, 딸들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 시장은 그 후계자들이 과연 그룹을 이끌어 갈만한 경영능력을 갖췄느냐에 관심의 초점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와 한국방송 시사프로가 공동으로 실시한 후계자 능력평가에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후계자는 누굴까? 불명예스럽게도 한진그룹 조원태 부사장과 현대그룹 정지이 전무로 나타났다. 특히 조원태 부사장은 11개 분야 평가에서 모두 꼴찌를 기록해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한편 이번 평가는 국내 경제전문가 50명이 11개 분야 평가를 통해 점수를 매긴 것으로, 평가 대상은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한진그룹 조원태 부사장,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효성그룹 조현준 사장, 현대그룹 정지이 전무, OCI 이우현 사장, 금호그룹 박세창 부사장, 대림그룹 이해욱 부회장 등 11명이다.

◆위기의 대한항공 구할 수 있을까…
대한항공을 갖고 있는 한진칼그룹의 조원태(40세) 부사장은 고 조중훈 창업주의 3세이다. 아버지 조양호 회장을 보좌하며 현재 지주사인 (주)한진칼에서 대표이사 부사장으로서 후계자로서의 경력을 쌓고 있는 중이다.

▲ 한진칼 조원태 대표이사 총괄부사장

그러나 조 부사장은 불명예스럽게도 11명의 평가자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그는 모든 평가에서 최저점을 받아 압도적인 꼴찌를 했다.

조 부사장은 임원 승진시 경영능력 검증 1.14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고, 입사 시점과 승진속도 적절성 1.16점, 후계자 선정과정에서 적절한 경쟁여부 1.48점, 충분한 경영수업 여부 및 자질 전문성 여부 1.53점, 고용 복지 노조에 대한 합리적 시각 여부 1.52점, 의사결정 전략 비전 등 내외부와 소통여부 1.62점 등 100점 만점에 총 18.65점밖에 받지 못했다.

다시 말해 능력 검증 없이 초고속으로 승진했고, 경영진으로 올라 선 뒤에도 뚜렷한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 조 부사장에 대한 경제전문가들의 평가이다.

한진칼그룹의 대표격인 대한항공 실적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1조9097억원, 영업이익 3950억원, 당기적자 -4578억원을 기록했다. 재무구조는 부채 21조2646억원,자본 2조2012억원으로 부채율이 966%에 이르러 해마다 천문학적인 이자비를 내는 등 좋지 않은 상황이다.

조 부사장은 입사한지 10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고, 2004년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초고속 승진한 그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여객사업본부장, 2011년 경영전략본부장을 지낸 뒤 2014년 대한항공 경영전략 및 영업본부 총괄부사장이 됐다. 한진칼 대표이사 및 진에어 등 11개 계열사의 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조양호 회장(67세)의 3자녀 중 유일한 아들이란 점에서 일단은 차기 오너로 낙점 받은 상황이지만 확정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조 회장은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등 3자녀를 두고 있다. 3자녀의 지분율은 모두 2.5%로 동률이다. 이는 아직까지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인식되고 있다. 최대주주인 조 회장의 지분 15.63%(보통주)가 누구한테 가장 많이 상속될 것인가가 최대 주목거리이다.

최근 장녀인 조현아씨는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법의 처벌을 받고 있어 사실상 후보에서 배제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원태 부사장이 가장 유력한 후계자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막내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약진은 눈여겨 볼 만하다. 동화작가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조 전무는 대한항공 광고업무를 맡으면서 '어디까지 가 봤니'라는 표어로 유명한 세계여행 광고 시리즈를 만들어 호평을 받은 바 있고, e스포츠를 후원하면서 기업에 젊은 이미지를 새겨 넣었다. 물론 이것만으로 그룹 경영능력을 평가하기는 무리지만 흐름을 읽는 센스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한진칼은 오너가의 불미스런 일로 그룹 이미지가 상당히 쳐진 상황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이를 만회할 전환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점이 조양호 회장의 후계자 구상에 어떤 식으로 미칠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현 회장의 뚝심 이어받을 수 있을까
현대유앤아이 정지이(39세) 전무는 일찍부터 어머니 현정은 회장을 뒤이어 현대그룹을 이끌 후계자로 낙점 받고 지금은 차곡차곡 그 계단을 밟고 있는 중이다.

▲ 현대유엔아이 정지이 전무

하지만 정 전무는 11명의 평가대상 중 10위를 기록할 정도로 아직까진 경영능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 전무에 대한 평가에서 임원 승진시 경영능력 검증여부 1.73점, 입사시점과 승진속도 적절성 1.82점, 후계자 선정과정에서 적절한 경쟁여부 2점, 경영권 승계과정의 투명성 2.18점 등 임원 승진에 대한 준비과정이 미흡한 점을 꼬집었다.

그나마 고용 복지 노조 등에 대한 합리적 시각 3.27점, 매출과 영업이익에 대한 경영기여도 2.97점, 독자적 경영판단 2.86점 등 타 평가자들 대비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아 후계자로서의 체면을 지킬 수 있었다.

정 전무는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5남인 고 정몽헌 회장과 현정은 회장 사이에서 세 자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그는 서울대 고고미술사를 전공한 뒤 연세대 신문방송학 석사과정을 밟아 한때 방송계의 꿈을 키워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 8월 아버지 정몽헌 당시 회장이 갑작스럽게 작고하고 경영권을 어머니 현정은 회장이 이어 받게 되자 어머니를 돕기로 판단, 2004년 1월 5일 현대상선에 입사하게 됐다.

정 전무는 입사 2년 만인 2006년 그룹 시스템통합(SI) 사업을 맡고 있는 현대유엔아이로 자리를 옮기면서 기획실장 상무로 승진했고, 곧바로 2007년 전무로 승진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초고속 승진이 이번 경영능력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된 배경이 됐다.

정 전무가 적을 두고 있는 현대유엔아이는 한때 파생상품손실로 순적자를 보이기도 했으나 현재는 견실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연결기준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1308억원, 영업이익 96억원, 당기순익 114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파생상품손실로 92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현대그룹은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아직 평온한 상태에 놓여있진 못한 상황이다. 세계경기 침체로 그룹 대표격인 현대상선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자 위기는 그룹으로 전이됐다. 이에 지난해 현 회장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현대상선 LNG사업 매각, 현대증권 매각 추진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넘겼다.

그러면서 그룹 지배구조도 지주사 방식으로 바꿔 현 회장과 정지이 전무가 현대글로벌 지분을 100% 가까이 소유하고, 이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여러 계열사 식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했다.

정지이 전무는 당분간 어머니 현 회장을 보좌하며 경영능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대북사업 정상화를 위해 여러 차례의 북한 방문도 마다하지 않는 현 회장 곁에는 항상 정 전무가 동행하고 있다.

흔히들 한반도의 마지막 보루는 북한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북한은 지하자원도 많고 발전가능성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이런 북한과 관계를 유지하는 기업은 현대그룹이 거의 유일하다. 북한의 문호가 열리는 날 현대그룹의 미래도 밝게 열릴 전망이다. 이 때 어머니를 따라 북한을 알아 온 정지이 전무의 경영능력이 본격 발휘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지경제=윤병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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