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 논란, '서둘러서 좋을 건 없다'
도돌이표 논란, '서둘러서 좋을 건 없다'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5.05.1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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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의 개정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60년 공무원연금이 만들어진 이후, 정부는 1962년에 ‘더 많이 주기 위해’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했다. 60세인 연금지급개시연령을 폐지하고 20년 이상 재직하면 나이에 관계없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함을 골자로 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공무원들의 저임금을 보상하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평균수명의 지속적인 증가와 재정악화의 우려가 지속되면서 공무원연금 개정은 ‘ 덜 주기 위한’ 방향으로 노선이 수정되었다.

1968년과 1969년 두 차례에 걸쳐 재직자의 기여금을 2.3%에서 5.5%로 두 배 이상 인상하는 등 재정악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지만, 20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하는 공무원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공무원연금재정은 1993년 고갈되었다.

이후 1995년 공무원연금법을 개정을 통해 60세로 연금지급 개시연령을 되살렸고, 기여금 부담도 보수월액의 5.5%에서 7.5%로 상향조정했다. 적자를 막기 위함이었지만 이 또한 재정악화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1998년 외환위기에 따라 공무원연금 재정적자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1998~1999년 2년간 연금수급자는 5만6000여 명이 증가했고 평균수명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 연금수급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금재정은 자생이 불가능한 정도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0년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정부보전금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보전금 제도의 도입으로 공무원연금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게 됐다. 2001년 599억원이었던 정부보전금은 2004년 1742억원으로 늘어났고 2005년에는 6096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이번 공무원연금법 개정 논의 이전, 가장 큰 폭으로 연금을 흔들었던 2009년의 정부보전금 규모는 1조9028억원이었고 이는 전체 연금지급액의 28.2%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2009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반면교사’로 삼아야

2009년 공무원연금법 개정의 캐치프레이즈는 ‘더 내고 덜 받는’이었다.

우선, 기여금 비율은 이전에 보수월액 기준 8.5%에서 기준소득월액 기준 7%로 변경하였다. 이는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10.8% 수준이다. 연금지급률은 2.1%에서 1.9%로 낮췄다.

▲ 사회적 합의 파기,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무원·교원 공동 기자회견

수급자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방편으로 연금액 산정기준이 되는 소득이 전체 공무원 평균의 1.8배를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지정했다. 급여가 많은 고위 공무원이라도 전체 평균의 1.8배까지 소득만 연금 기준액으로 산정되는 것이다.

또 연금지급액 산정 기준기간을 2000년 정한 최종 3년 보수평균에서 전 재직기간 평균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2009년 개정안을 통해 정부의 적자 보전금 규모는 2010년 1조3071억 원으로 2009년 대비 32%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2009년 개정안은 공무원연금의 적자 규모를 효율적으로 줄이는 데 실패했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개혁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비롯하여 기존 공무원 연금 수령자의 기득권은 그대로 두고 신규 가입자에게 부담을 떠넘겼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소급적용은 고사하고 고통 분담의 효과 역시 없었다는 것이다.

2015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현재진행형’

실무기구의 합의한 '2015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캐치프레이즈 역시 재정 절감을 위해 '더 내고 덜 받는'이다. 이를 위해 연금액 인상을 한시적으로 동결, 연금개시연령을 상향 조정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연금지급률(공무원이 받는 돈)을 현행 1.90%에서 20년 간 단계적으로 1.70%까지 내리로 합의했다. 앞으로 5년 간 1.79%까지 내린 뒤 그 후 다시 5년 간 매년 0.01%p로 인하하고 마지막 10년 간(2036년) 매년 0.004%p씩 내려 20년 뒤에는 1.70%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내년 9급 일반직 공무원으로 임용돼 30년 동안 근무하는 사람의 연금지급액은 첫 달에 134만원이고, 교육직 공무원의 경우 147만원을 받게 된다.

또 고위직 공직자와 하위직 공직자의 연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급여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소득은 자신의 평균소득과 함께 퇴직 전 3년간 전체 공무원의 평균소득액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고액 연금수급자가 나오지 않도록 연금액 산정 소득 상한도 평균액 1.8배에서 1.6배로 하양 조정했다.

또 연금지급개시연령은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1996년 1월1일 이후 임용된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2022년부터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이미 연금을 지급받고 있는 수급자들 역시 고통 분담 차원에서 연금액 인상을 내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동결토록 했다.

2015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2009년의 판박이?

아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이번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시각은 이미 크게 갈리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2009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비교하며 수지균형을 맞추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결국 6년 정도의 단기 처방에 그친다는 논리이다.

실제로 내년부터 합의안을 적용할 경우 2016년 하루 정부 보전액은 59억여원이지만, 2022년에는 하루 106억원으로 증가한다.

또 고액 연금수급자가 나오지 않도록 연금액 산정 소득 상한을 조정했으나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 467만원의 1.6배가 747만원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연금액인지도 문제점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를 비롯한 옹호론자들은 2016년 보전액과 2022년의 보전액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기준점이 틀렸다는 입장이다.

2022년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에는 현행 제도 하에서의 정부 보전액인 218억원보다는 약 51% 줄어들며, 무엇보다 2016년부터 개혁안을 적용한다고 해도 2015년까지 누적된 정부 보전금이 남아 있는 한 수지균형을 맞추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앞으로 고령화가 심화되고 재직 공무원 한 명이 부양해야 하는 연금 수급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전금을 혁신적으로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이다.

제도를 개혁한다고 해도 기존의 수급자에게 나가는 연금이 줄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소급적용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수지균형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무원연금 실무기구에서 활동한 김용하 교수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의 연금 제도와의 관계를 끊지 않는 한 보전금이 줄 수는 없다"면서 "만약 지난 연금 부채를 청산할 수 있다면 이번 개정안은 2100년까지 지속가능하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구세대의 빚을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일이 없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번 2015년 개정안이 2009년 개정안의 판박이가 되어 땜빵식 처방이 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경제 = 임태균 기자]


임태균 기자 text12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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