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기업가 정신이 미래의 열쇠
강한 기업가 정신이 미래의 열쇠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3.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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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지만 한국 국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민생 경기가 얼어붙어 있고 일자리가 없어 길거리에 수많은 실업자들이 떠돌고 있다. 앞으로 경제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됨에 따라 국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국민들은 지금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주영 회장 같은 강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기업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기업가들을 국내 재계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재계 인사들의 견해다.

특히 관치금융이란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 금융계에서는 정주영 회장 같은 리더를 찾기 더욱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지만 금융인 중에서는 최근 KDB대우증권을 인수하며 금융권을 포함한 재계 전체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투철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기업인의 대표적 사례로 거명되고 있다.

박현주 회장 어떤 인물인가

박 회장은 1958년 10월 17일 광주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에 투자자문회사를 세울 정도로 주식투자에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시장분석을 배우고자 동양증권(現 유안타증권) 영업부에 입사했다. 박 회장은 불과 3개월 만에 대리로 진급하고 동원증권(現 한국투자증권)으로 이직한 뒤 32세의 젊은 나이로 동원증권 중앙지점 지점장으로 올라섰다.

당시 국내 최연소 지점장이었던 그는 동원증권 강남본부장 이사로 뛰어 올랐지만 구재상, 최현만 등 자신의 동지들과 의기투합해 미래에셋캐피탈을 세웠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하고 한국 최초 뮤추얼펀드 ‘미래에셋증권 박현주 1호’를 내놓아 펀드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현재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으로 지난해 기준 23개 계열사로 구성된 미래에셋금융그룹을 지휘하고 있다.

이렇게 자수성가한 박 회장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은 그의 어머니였다. 박 회장이 쓴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를 보면 그의 어머니는 쌀을 팔아 내일 받을 돈이 있더라도 내일 들어올 돈이 있다는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는 반드시 자신의 손에 돈을 쥐어야 돈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이것은 내가 가진 돈이 내 돈이고 앞으로 받을 돈은 내 돈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머니의 말씀을 박 회장은 잊지 않았고 고객의 돈을 관리하면서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32세의 젊은 나이로 증권사 지점장으로 일하면서 어려움도 겪었다. 그의 어머니는 박 회장에게 1년 동안 생활비를 지원했지만 그것은 돈을 빌려준 것이었다. 박 회장은 어머니에게 연 17퍼센트 상당의 이자를 지불했다.

정주영과 박현주의 첫 번째 공통점은 ‘성실’

박 회장의 어머니는 “너무 성공하려 하지 마라. 성실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어머니의 말씀을 충실히 따랐다.

기업가 정신의 화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정주영 회장의 성실도 유명하다. 정 회장은 성실과 신용 두 가지를 밑천 삼아 현대그룹을 일궈냈다. 정 회장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현대건설을 성공시키고 현대건설에서 번 돈으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을 일으켜 세웠다.

정 회장은 현대중공업을 시작하면서 “철판으로 배 만드는 것과 철강으로 땅에 건물을 세우는 게 다를 게 없다”며 과감히 뛰어들었다. 정 회장은 건설․자동차․조선에서 대성공을 거두면서 삼성그룹을 이기고 재계 1위로 도약했다.

박 회장도 정 회장처럼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며 대우증권을 전격 인수했다. 금융권에서는 박 회장이 세계 경제가 악화되고 있고 한국 경제의 전망은 어둡지만 최선을 다해 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그에게는 한국 금융업을 발전시켜 이 나라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박 회장은 1년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고 있을 정도로 부지런히 뛰고 있다. 중동의 사막으로, 소련의 시베리아로, 북한으로 노구를 이끌고 정력적으로 현대를 이끌었던 정 회장과 같은 모습이다.

정주영과 박현주의 두 번째 공통점은 ‘시련’

박 회장과 정 회장의 두 번째 공통점은 시련을 겪었지만 그 시련을 극복하고 더 크게 일어섰다는 점이다. 정 회장이 중년에 겪었던 엄청난 위기는 고령교 공사였다.

정 회장은 6.25전쟁 이후 밀어닥칠 엄청난 인플레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고령교 공사를 시작했으나 빈약한 장비와 기술로 공사를 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고 상상도 못한 인플레로 인해 정 회장과 친인척들은 전 재산을 날리고 빚더미에 앉았다.

그렇지만 정 회장은 눈 앞이 캄캄했던 상황을 인내하고 극복해 냈다.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지난 2008년 세계 증시가 흔들리면서 인사이트 펀드 수익률이 주저앉아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 이 시련을 계기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박 회장은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개혁해 채권, 해외기업 및 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체 투자에 적극 나서 지금의 미래에셋그룹을 건설했다.

정주영과 박현주의 세 번째 공통점은?

박 회장과 정 회장의 세 번째 공통점은 “불가능한 꿈을 꾸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28일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협상자 선정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한국에서 삼성전자 같은 금융사가 나오려면 이병철, 정주영 회장처럼 불가능한 상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국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의 DNA를 바꿔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회장의 도전은 현대그룹의 조선업 진출을 연상하게 한다. 정 회장이 처음 조선업을 한다고 했을 때 한국이 조선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정 회장은 거북선이 나온 지폐를 현대의 조선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선박 컨설팅 기업의 찰스 롱바톰 회장에게 보여주며 최선을 다해 설득할 정도로 강한 열정을 보이며 결국 오늘날의 현대중공업을 일으켜 세웠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한국이 금융업을 잘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금융업은 유태인들이나 이미 금융업이 발달되어 있는 영국이나 미국인들만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박 회장은 과감히 글로벌 금융전쟁에 나서기 위해 대우증권을 인수했다.

지금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국내 경기도 나쁘기 때문에 어쩌면 대우증권을 인수해도 경영에 실패하면 박 회장이 그동안 일군 것들을 송두리째 날리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박 회장은 과감히 승부수를 던졌다.

정주영과 박현주가 다른 점

그러나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첫 번째는 정치 참여다. 정 회장은 1992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김영삼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현대그룹은 정권의 눈치를 보며 일거수 일투족을 조심해야 했다.

반면 박 회장은 정치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2000년 총선 이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차례 출마 요청을 받았으나 분명하게 거절했다. 금융권에서는 박 회장이 한 눈 팔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 것이 오늘날 성공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는 “박현주 회장은 금융을 본격적 글로벌 비즈니스로 격상시킨 최초의 기업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박 회장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세계 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돌다리도 두들겨 가는 마음으로 투자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 회장은 한국 최고의 부자였지만 타계하고 난 후 남은 재산은 600억원 정도가 전부였다. 정 회장의 인생은 ‘미래에셋대우증권’을 ‘금융의 삼성전자’로 도약시키려 애쓰고 있는 박 회장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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