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수 ‘덕장’, 김정남 ‘용장’, 양종희 ‘지장’
안민수 ‘덕장’, 김정남 ‘용장’, 양종희 ‘지장’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9.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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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곽호성 기자 = 손해보험업계 상위권 3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지략 경쟁이 치열하다. 회계 기준 변경이 예정돼 있고 저 출산 고령화, 초(超)저금리 기조, 경제난 등으로 인해 손해보험사(손보사) 경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손보사들은 이런 어려움을 뚫고 발전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과감한 구조조정을 선택했고 한화손보는 신(新)상품을 대거 내놓고 있다. 이들 중위권 손보사들의 움직임도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상위권 손보사들이 금융인들의 더 많은 시선을 받고 있다. 손보시장도 생보시장처럼 상위권 손보사들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상위권 손보사들 중에서도 최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손보사들은 삼성화재·동부화재·KB손보다. 이들이 특히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각 사의 CEO들이 저마다 독특한 개성과 지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인사들은 상위권 3사의 CEO들이 각각 덕장(德將), 용장(勇將), 지장(智將)이라고 이야기한다. 

◇ 덕장(德將) 안민수 =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은 손보업계에서 덕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안 사장의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다.

지난 24일 삼성화재는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소통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안민수 사장과 임직원 8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해부터 매 분기마다 열리는 소통 간담회는 경영진과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며 경영 전략 공감대를 만드는 행사다.

안민수 사장(가운데)과 직원들이 한옥마을에서 걸어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번 관람이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린 이유는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것을 안다’는 선조들의 지혜를 기억하고 ‘견실경영’의 탄탄한 토대를 만들자는 의지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화재는 이외에도 창의적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여러 소통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안 사장은 한옥마을에서 직원들과 걸으면서 소통 간담회에 대해 “화창한 가을날, 직원들과 함께 호흡하고 대화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며 “이런 소통을 통해 만들어진 공감대를 바탕으로 4분기에도 한 방향으로 나가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렇게 임직원의 단결을 강조하고 있는 삼성화재는 ‘견실경영’을 중시하고 있다. ‘견실경영의 안착을 통한 확고한 차별화’가 삼성화재의 올해 경영기조다. 견실경영을 이루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는 고객중심경영을 더 강화하고 업무프로세스 효율화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아울러 건강보험 시장을 개척하고 해외사업을 확대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회계 기준 변경과 관련해 지난해 10월에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시행 관련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변경 기준에 의한 경영 영향도를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분석 중”이라며 “시스템 구축은 최종 기준서 확정 후 본격 구축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의 핀테크 대표 상품은 삼성화재 다이렉트보험(모바일 가능)이다. 빅데이터는 상품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자사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표적 서비스로 ‘서민자동차 우대요율(친서민나눔특약)’을 들었다. 이 서비스는 10년 이상된 소형 화물차에 대해 5~10% 자동차보험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차량연식이 오래된 소형화물차는 대개 특정 장소에 서 있는 상태에서 과일 판매, 간이식당 등 영업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확인했다”며 “화물차 운행으로 인한 사고율이 낮은 것으로 간주해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용장(勇將) 김정남 = 안 사장이 덕장이라면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은 용장이다. 김 사장은 동부화재에서 처음으로 나온 ‘내부 CEO’다. 그는 북평고를 졸업하고 동국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이어 1979년 동부그룹에 입사하고 1984년 동부화재로 들어 온 이래 지금까지 ‘손보맨’으로 살아왔다.

김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정이 많은 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업무에 돌입하면 날카로운 모습으로 변신한다. 김 사장은 “자율적으로 일하면서도 책임을 갖고 일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자주 이야기한다.

동부화재 2015연도상 시상식에서 김정남 사장과 2015 판매왕 허순남 PA(Prime Agent)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2010년에 동부화재 CEO가 됐으며 현재 손보사 최장수 CEO 타이틀을 갖고 있다. 동부화재의 경쟁사 중 하나인 삼성화재가 삼성그룹 계열사이듯 다른 동부화재의 주요 경쟁사들도 탄탄한 배경 세력을 갖고 있다.

반면 동부화재는 동부그룹이란 배경이 있기는 했지만 주요 경쟁사들이 가진 만큼의 배경이 되지는 못했다. 사정이 이럼에도 동부화재는 경쟁사들을 제치고 업계 최상위권 위치를 지켜왔다. 경쟁사들 중에는 지난 10년 간 시장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회사들도 있지만 동부화재는 꾸준히 세력을 유지했다. 동부화재의 시장점유율은 10년 전 15.2%에서 16.2%로 1%포인트 정도 올라갔다.

보험업계 인사들은 이렇게 동부화재가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 사장의 리더십과 돌파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동부화재는 핀테크 등 IT기술 도입에 있어서도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부화재는 지난 4월 SK텔레콤 T맵 네비게이션이 주는 안전점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내비게이션 연계 보험상품인 ‘smarT-UBI(Usage Based Insurance, 사용 기반 보험)안전운전 특약’을 내놓았다.

올해 3월에는 핀테크 기반 보험상품인 카카오 대리운전보험을 내놓기도 했다. 이 상품은 실시간 운행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가 정해지는 대리운전 보험상품이다.

◇ 지장(智將) 양종희 = 삼성화재, 동부화재와 함께 손보업계 상위권 업체인 KB손보를 이끌고 있는 양종희 사장은 업계에서 지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 사장은 올해 3월 KB손보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KB손보 사장 자리에 오르기 전에는 KB금융의 전략·기획 브레인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는 KB국민은행 서초역지점장, KB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장, KB금융 상무, 부사장을 맡았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KB손보 순이익은 2130억원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1057억원에 비해 1073억원(약 102%)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의 1409억원에서 3029억원으로 1620억원(약 115%)이나 늘었다.

KB손보의 실적이 이렇게 호전된 배경에는 양 사장의 노력이 있다. 양 사장은 지난 7월 전 직원 대상 담화문을 통해 “경쟁사들이 미래로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회사만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전체 임직원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양 사장은 KB금융의 LIG손보 인수작업을 총지휘했었다. 금융권 인사들은 이런 이유로 양 사장의 지적에 더욱 힘이 실려 있었다고 평가한다.

양종희 KB손보 사장(좌측 다섯번째)과 9명의 희망서포터즈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B손보가 생각하고 있는 신(新)성장 사업 분야는 고객/다이렉트사업/장기보험/법인보험대리점(GA)채널이다. 이에 따라 고객지원본부를 고객 부문으로 격을 상향했다. 아울러 분리돼 있던 고객 접점 부서를 합쳐 총괄 기능을 보강했다.

더불어 다이렉트본부를 CEO 직할 조직으로 신설했고 장기보험 전략수립 및 기획기능 강화를 위해 장기보험전략본부를 개설했다. 다이렉트 보험은 설계사를 만나지 않고 소비자가 보험을 직접 골라 가입하는 보험이다. 영업 경쟁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조치로는 GA채널을 전략영업 부문으로 이동시켜 GA본부를 만들었다.

KB손보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 대응에 대해서는 “아직 회계기준 변경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지금 시점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이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와 빅데이터는 KB손보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KB손보는 올해 4월 초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중교통 이용 실적에 따라 최대 10% 더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대중교통 이용 할인 자동차보험’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설계사들이 보험 계약을 처리할 때 사용하는 청약시스템(KB스타청약시스템)에 빅데이터를 접목했다.

KB손보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도입한 시스템 활용을 통해)고객들에게 맞춤형 가입설계를 제안하고, 경험이 부족한 설계사들도 양질의 보장설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고 핀테크 역시 금융산업의 발전에 맞춰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 향후 삼성·동부·KB CEO의 최대 과제에 대해 금융인들은 안 사장의 경우 해외진출, 김 사장은 핀테크 파워 강화, 양 사장은 KB손보 조직 안정이라고 이야기했다.

금융권 인사들은 내년에는 경제난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손보업계 업황이 악화될 것인 만큼 CEO들이 최대 과제 해결을 위해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사 CEO중 가장 빠르게 최대 과제를 해결해 내는 CEO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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