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울리는 ‘쪼개기 상장’ 꼼수에 정치권 ‘제도 칼질’ 시동
동학개미 울리는 ‘쪼개기 상장’ 꼼수에 정치권 ‘제도 칼질’ 시동
  • 김수은 기자
  • 승인 2021.12.3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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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쏘아올린 ‘물적분할 신호탄’→SK·CJ ENM·NHN도 가세
소액주주 “기존주주 희생으로 지배력 손쉽게 확보하기 위한 편법”
1000만 동학개미 표심공략…물적분할 제한‧대주주견제 제도마련

[이지경제=김수은 기자] 최근 기업들의 잇따른 물적분할에 직격탄을 입은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 정치권이 관련 공약을 내놓는 등 제도 마련과 규제에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핵심 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물적분할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물적분할 유행에 기존 투자자들의 비난이 거세다. 주가 급락에 따른 손해가 막대하고 주주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물적분할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곳은 LG화학이다. 작년 12월 LG화학이 2차전지 사업부를 분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킨 이후 물적분할 문제는 국내 증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당시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성장 가능성을 보고 아낌없는 투자로 힘을 보탰던 개인들은 “기존 주주들을 희생시켜 지배력을 손쉽게 확보하기 위한 편법이자 도둑질”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국내 증시의 ‘큰 손’인 국민연금도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졌지만 결국 LG화학의 물적분할 안건은 통과됐다. 작년 12월 1일자로 설립된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1월 상장을 앞두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잇따른 물적분할에 직격탄을 입은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관련 공약을 내놓는 등 제도 마련과 규제에 나서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위원회. 사진=이지경제
최근 기업들의 잇따른 물적분할에 직격탄을 입은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관련 공약을 내놓는 등 제도 마련과 규제에 나서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위원회. 사진=이지경제

LG화학의 성공적인 물적분할 이후 다른 기업들도 물적분할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LG화학의 뒤를 이어 올해 10월에는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온을 설립하며 물적분할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LG화학과 치열한 ‘배터리 소송전’을 펼쳤던 SK이노베이션은 올해 7월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2차전지 사업부문을 분리해 기업공개(IPO)를 하겠다고 발표하고 불과 3개월 후 물적분할을 완료했다. 

물적분할 행진 대열에 CJ도 합류했다. CJ제일제당과 CJ ENM은 주요 사업부들을 분리해 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건강사업부가 물적분할로 CJ웰케어로 분리돼 나온다. CJ ENM도 드라마‧영화‧예능‧애니메이션 등 경쟁력 있는 사업의 물적분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올해 10월 19일 공시한 바 있다. 

이후에도 물적분할을 단행하는 기업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기업들의 물적 분할을 두고 ‘배신 행위’, ‘지배력 획득하려는 도둑질’, ‘뒤통수 치기’, ‘앙꼬없는 찐빵 던져주기’ 등 수위를 높이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거센 비판에도 기업들이 물적분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를 하면 성장 가능성이 큰 자회사 사업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사업부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에 대해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편법 유상증자’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은 모회사를 통해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많이 이뤄지는 인적분할 방식보다 물적분할을 선호한다. 

“지배력은 지금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금은 투자자로부터 끌어내려는 못된 심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비난과 더불어 물적분할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은 ‘말로만 ESG경영을 내세우며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하고, 뒤로는 지배력 확보를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적분할로 기업들이 이득을 본 사이 개인투자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LG화학이 분사된 이후 올해 주당 100만원을 상회했던 주가는 최근 60만원선까지 급락했다. SK이노베이션도 물적 분할을 발표하면서 올해 7월 29만원선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20만원 초반으로 떨어졌다. 

CJ ENM도 콘텐츠 제작사업 물적분할로 올해 10월 19만원선까지 상승했던 주가는 10만원 초반까지 곤두박질쳤다. NHN도 클라우드 사업 분할 소식이 알려진 이후 주가가 7%나 급락했다. 11월 10만원선에서 거래됐던 주식이 현재 8만원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2차 전지주에 퇴직금을 투자한 개인투자자 A씨는 “모회사의 향후 성장 가능성과 가치를 보고 투자를 했는데 갑자기 물적분할로 주가가 폭락해 큰 손해를 입었다”며 “막대한 자금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어떤 해명을 해도 지금의 물적분할 행태는 지배력을 획득하려는 재벌들의 꼼수이자 편법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분할 상장을 규제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잇따라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를 추진하면서 이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와 소액주주 단체는 올해 12월 20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적분할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물적분할 방식은 지배주주가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그 비용을 소액주주에게 전가하는 자금조달 방식”이라며 “허술한 법망을 피해 소액주주 권리를 빼앗는 행태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무분별한 물적분할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대기업의 물적분할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도 일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000만 동학개미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관련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물적분할로 인한 소액주주 손실방지를 위해 신설회사 주식상장을 위한 구주매출이나 신주공모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에게 보유주식 수에 비례해 우선 배정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1월 6일 토론회를 열고 기업들의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를 방지하기 위한 한국거래소 규정 변경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도 물적분할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상장회사의 물적분할 문제는 기업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여러 측면에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내년 초 국회의원 주재로 물적분할 관련 토론회도 열 예정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법적인 부분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수은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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