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한전, 자회사 팔고 전기요금 인상까지
'사면초가' 한전, 자회사 팔고 전기요금 인상까지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1.0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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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2000명 감원 추진…한전KDN 지분 20% 매각도 검토
누적 적자 47조원·부채 200조원 넘어...발전 원가 급등 여파
당정,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검토..."인센티브제 도입도필요"
한국전력공사가 재무위기 해소를 위한 자구책을 꺼냈지만 전기요금 인상 없이 재무건전성 확보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 7월 서울의 한 오피스텔 건물 전기계량기 모습.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재무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한전KDN을 비롯한 자회사 지분 매각과 정원 감축 등의 카드를 검토한다.

지난해 전기요금을 인상했지만 원가 급등에 따른 적자를 만회하기는 어려워 추가 자구책을 고민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거론되는 가운데 전기요금 체계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현재 한전KDN과 한전원자력연료, 한전기술 등 자회사 지분 일부를 민간에 매각하는 추가 자구안을 검토 중이다.

한전KDN은 전력시스템 운영, 한전원자력연료는 원자력 연료 설계·제조, 한전기술은 발전소 설계를 맡은 한전의 핵심 자회사다. 한전은 한전KDN 지분 100%과 한전원자력연료 지분 96.4%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 상장한 한전기술 지분 역시 65.77%를 갖고 있다.

이 중 핵심은 주식시장 상장을 앞둔 한전KDN이다. 상장 후 한전의 전산 업무를 독점하는 KDN 지분을 팔면 수십억~수백억원의 '실탄'이라도 챙길 수 있어서다. 다만 한전원자력연료와 한국전력기술은 원전 업무 등을 맡은 특수성 때문에 민간 매각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전은 재무 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2022~2026년 재정 건전화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상장사인 한전기술 지분 중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51%를 뺀 14.77% 매각을 추진키로 했는데 이번 추가 자구안 마련 과정에서 다른 핵심 자회사 지분 매각 추진도 검토하고 나서는 것이다.

한전의 재무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 수익률이 내려간 탓이다.

재작년 말 시작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따른 발전(發電) 원가 급등 여파로 올 상반기까지 2년 반에 걸쳐 47조원의 유례없는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에 따라 총부채 역시 지난 6월 말 기준 201조원까지 치솟았다. 한전은 그 사이 전기요금을 40%가량 올렸지만 지난해 한때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오른 원가를 만회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연도별 한국전력공사 실적 추이. 이미지=국회입법조사처

한전은 이에 지난해 2026년까지 자산 매각과 사업 조정, 비용 절감을 통해 20조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재정 건전화 계획을 수립해 이를 추진했다.

아울러 올 5월엔 정부·여당(이하 당정)과의 전기요금 추가 인상 논의 과정에서 당정의 요구에 따라 5년간의 자구계획 규모를 25조7000억원까지 확대했다.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없는 차장 이상급 고위직 급여 일부 반납과 조직 규모 축소도 추진했다.

다만 이 같은 추가 자구안을 추진하더라도 당분간 한전의 정상화는 어렵다. 지난 3분기 일시적으로나마 소폭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이미 쌓여버린 누적 적자를 단기간 내 해소할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 국제유가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 9월 말 취임한 김동철 신임 사장은 이에 당정에 요금 추가인상 필요성을 피력해 왔고 당정의 요구에 따라 추가 자구안 마련을 진행 중이다. 당정은 요금 인상을 논의하려면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뼈를 깎는 한전의 추가 노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전은 그 밖에도 추가 자구안 마련 과정에서 2만3000여명에 이르는 전체 직원을 추가 감축한다는 목표로 노조와 협의해 희망퇴직을 받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노사 협의로 희망퇴직이 이뤄진다면 2009~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한전은 이미 자연 퇴사자 보직을 축소 조정하는 형태로 작년 말 2만3728명이던 직원 수를 지난 9월 말까지 2만3320명으로 408명 줄였다.

다만 조직 군살 빼기에 따른 노조 반발이 불가피하고 인력 부족에 따른 안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기존 직원이 나가는 대신 신입 사원 채용엔 영향이 없는 쪽으로 한전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당정 역시 한전의 요구에 따라 연내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 중인 가운데 여권 안팎에선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겨울철 서민 부담은 최소화하고 한전의 재무 부담은 완화하자는 취지로 계약 전력 300㎾ 이상 산업용 전기요금만을 올리자는 것이다.

전기요금 결정은 원칙적으로 한전이 정부에 요청하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실제론 당정의 협의까지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기 가격을 용도별로 책정하는데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의 절반 이상은 산업용인 만큼 이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한전이 재무개선을 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그러면서 주택용과 일반용(상업용)을 인상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서민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전기 판매량의 54%는 산업용이었다. 주택용은 15%, 일반용은 23%로 집계됐다.

전기요금 조정실적표. 이미지=국회입법조사처

국회에서는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를 해소하고 전력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2023년 4분기 및 2024년 1분기에도 전기요금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정상화'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 냉방을 위한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철 국민의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 올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며 "전기요금을 인상(정상화)하는 만큼 에너지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에너지이용 소 외계층에 대해 요금 할인·지원, 냉·난방 기기 보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정상화와 더불어 전기요금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전기요금이 정책적·정치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기·가스 등 에너지 독립규제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며 "에너지 절약 및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해 전년 동기 대비 전력 사용량을 줄이면 전기요금을 할인하거나 돌려주는 등 에너지 소비 절약을 유인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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