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리는 OTT, 샛길 찾는 구독자
가격 올리는 OTT, 샛길 찾는 구독자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2.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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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프리미엄 42.6% 요금 인상 OTT 요금발 '스트림플레이션' 본격화
소비자, 인도·튀르키예 등 저렴한 국가 계정 사용...“디지털 이민 떠나요”
각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미지=복스미디어 웹사이트 폴리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방송 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요금을 연달아 대폭 올렸다. 소비자들은 갑작스런 OTT 요금 인상에 '디지털 이민' 등 여러 대책을 찾아내며 응수하고 있다.

지난 10일 유튜브는 최근 한국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에게 이메일을 통해 월 구독료를 기존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월 구독료 인상 폭은 42.6%에 달한다.

유튜브는 "우수한 서비스와 기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가격을 월 1만4900원으로 인상할 예정"이라며 "심사숙고를 거쳐 내린 결정이며, 계속해서 프리미엄을 개선하고 고객님이 유튜브에서 즐겨 시청하는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튜브는 가격 인상에 동의하지 않는 이용자들은 자동으로 프리미엄 서비스가 해지되도록 조치했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월 이용료를 내고 ▲광고 없이 영상 시청 ▲백그라운드 재생(화면을 내린 채로 재생) ▲유튜브 뮤직 ▲오프라인 저장 등 기능을 쓸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 7월 미국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를 11.99달러에서 13.99달러로 올리는 등 국제적 인상을 단행했다.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 인상 공지. 이미지=유튜브 웹사이트 캡쳐

 

국내외 관계 없이 너도나도 인상...다들 보는데 해지도 어려워

유튜브의 가격 인상 전에도 OTT 서비스들은 앞다퉈 구독료를 올리고 있었다. 티빙은 12월 요금제를 재편하면서 베이직 요금제 구독료를 월 7900원에서 월 9500원으로, 스탠다드 요금제는 월 1만900원에서 월 1만3500원으로 인상했다.

디즈니플러스는 기존 요금제를 스탠다드(월 9900원)와 프리미엄(월 1만3900원)으로 나눴다. 과거 9900원 요금제에서 가능했던 4명 동시접속 허용과 4K 화질 영상 시청은 프리미엄 요금제에서만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사실상 월간 구독료를 4000원 인상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1월부터 규정 위반 계정에 경고 표시를 띄웠다. 넷플릭스 규정상 같은 거주지인 경우만 계정 공유가 가능한데, 이를 위반하는 이용자들을 단속하고 나선 것이다. 거주지가 다른 경우 이용자당 추가요금을 5000원씩 내야 해 사실상의 가격 인상 조치로 풀이된다.

넷플릭스는 아울러 광고 없는 요금제 가운데 가장 싼 월 9500원 요금제의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같은 요금 인상안을 통보받고도 OTT 구독을 해지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미 OTT 서비스가 생활의 일부로 스며든 탓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2022년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 72%가 OTT를 시청하고 평균 2.7개의 OTT 서비스를 구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TT의 방송시장 점유율이 높은 상황에서 각 OTT 서비스의 연쇄적인 요금 인상은 가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트리밍(Streaming)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 이라는 용어까지 나오고 있다.

연도별, 연령별 OTT 이용률. 이미지=한국콘텐츠진흥원

 

다른 나라 계정 쓰는 '디지털 이민자' 급증..."약관 위배 리스크 두렵지 않아"

OTT 서비스들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누누티비와 유사한 불법사이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경우 우회 경로를 통해 요금이 저렴한 국가로 국적을 바꿔 가입하거나 이들 국가의 계정을 구매해 판매하는 상품을 찾는 이용자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 인상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특히 월 8690원을 내던 장기 가입자의 경우 구독료가 한 번에 71% 인상한 셈이라 과도한 인상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이용자들은 명예 인도인, 아르헨티나인, 튀르키예인이 되겠다는 반응도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 인상 전에도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튜브 프리미엄 저렴하게 이용하기'라는 주제로 가상사설망(VPN)을 활용한 해외계정 생성법, 가상 카드 발급법 등을 알려주는 글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인도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은 월 129루피, 가족 계정 요금제는 월 189루피다. 한화로 약 2000~3000원대에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달 구독료가 오른 튀르키예 가격은 57.99~115.99리라로 환산 시 2000~5000원대에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도 최근 두 배 이상 가격이 올라 가족 계정 이용 시 869페소(한화 약 3123원)를 지불해야 하나 한국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이미 알려진 인도, 튀르키예,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고 우크라이나, 이집트, 필리핀 등 다른 여러 국가로 우회를 시도하는 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 프리미엄 우회 가입은 유튜브 약관에 위배되고 이용 시 자동 추천 알고리즘 영향으로 설정한 국가 영상이나 음악이 자주 노출되는 불편함도 겪을 수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이용 요금이 저렴한 국가로 가입을 하게 한 다음 '기프트 카드'를 결제하게 해 저렴하게 이용하게 해주는 업체들도 있다. 이러한 국적 변경은 넷플릭스 약관 위반 행위로 적발 시 계정이 중단될 수도 있다.

2년째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한 양 모씨(32)는 "넷플릭스 구독료가 오른 것도 불만인데 유튜브까지 1만5000원 가량 내고 보라니 말도 안 된다"며 "자잘한 불편함과 계정 정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똑같은 서비스를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망 사용료 문제와 트위치 철수 등 방송통신 업계의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요금제 수용 거부가 장기적으로 OTT 플랫폼들의 매출에 약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원석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넷플릭스 등 OTT서비스 시장 상황에 대해 "구독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자유롭게 플랫폼을 옮겨다니며 ‘구독다이어트’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사용자들이 플랫폼에 충성고객으로 있기보다는 원하는 콘텐츠 혹은 프로모션을 쫓는 패턴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넷플릭스의 수익성은 단기적으로 계정 공유 유료화에 따른 개선세를 보였으며 해당 정책으로 약 1억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했다"며 "가격 인상 효과를 확인했지만 매출액은 가입자 증가에 비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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