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망 사용료' 법안, 논의 없이 올해 넘기나
표류하는 '망 사용료' 법안, 논의 없이 올해 넘기나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2.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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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치 철수 선언 후 망 사용료 '뜨거운 감자'로 부각
과방위 법안 2소위 지난 6일 망 사용료 법안 심사 '0'
발의된 법안만 8건...내년 21대 국회 종료시 전량 폐기
국내외 통신망 사용 방식 개념도. 이미지=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트위치의 한국 철수 이후 망 사용료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관련 법안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야가 추진하는 중점 법안에서 밀려난데다 법안별 세부 내용에도 쟁점이 많은 까닭이다. 이대로 21대 국회가 끝나면 망 사용료 법안은 전량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지난 6일 올해 정기국회 내 마지막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다. 

50여건의 법안이 상정됐다. 하지만 그 중 망 사용료를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한건도 오르지 못했다. 

지난 11일부터 임시국회가 열였지만 이미 여야는 과방위내 우주항공청법이나 방송법 등에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청문회 이슈도 있어 당장 '망 사용료 법안'이 논의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까지 발의된 망 사용료 법안 처리 현황. 이미지=정석규 기자

◆ SKB 1심 승소 후 법안 논의 활발...망 사용료 지불 의무 명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은 모두 8건이다. 이들은 모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으로 지난 2020년 12월 전혜숙 민주당 의원부터 지난 8월 민형배 민주당 의원까지 여야 할 것 없이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다.

계류된 법안은 대부분 전기통신사업법에 거대 콘텐츠 기업과 통신사 간 계약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발의된 김영식 의원안은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보통신망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해당 정보통신망의 이용기간, 전송용량, 이용대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정보통신망 서비스 이용계약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망 사용료 부과를 강제했다. 

이후 발의된 여러 법안에도 비슷한 내용이 들어있다.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무료로 네트워크망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민간이 자율 협상에 나서도록 최소한의 의무를 담았다.

특히 윤영찬 의원안은 정보통신망의 이용·제공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지연·거부하거나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ISP 측에 힘을 실어줬다. 

이들 개정안은 ISP인 SK브로드밴드(SKB)가 CP 기업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소송에 1심 승소하면서 직접적인 추진력을 얻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 2021년 6월 25일 넷플릭스가 망 사용 대가를 SKB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김상희 의원안을 비롯해 '망 사용료 법안' 8건 중 7건이 제출됐다. 

법안 검토를 담당한 과방위도 판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기열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김영식 의원안 검토 보고서에서 해당 판결을 언급하며 법안 타당성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댄 클랜시 트위치 대표가 지난 6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트위치의 한국사업 철수 결정과 그 이유를 공지하고 있다. 사진=트위치 방송 캡쳐

◆ 망 사용료 합의 후 법안 추진력 잃어...정부도 기업도 '신중' 일변도

법원의 판결에 힘입어 계속되던 법안 논의는 지난 9월 18일 넷플릭스와 SKB가 망 사용료에 관해 합의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양사 간의 소송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되면서 판결의 법적 효력도 사라진 것이다. 망 사용료 합의 후 현재까지 새로운 관련 법안은 1건도 제출되지 않았다.

1심 판결문에서 법원이 내린 판단도 걸림돌이 됐다. 법원은 넷플릭스가 SKB에게 망 연결에 대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대가의 지급은 반드시 금전으로 할 필요가 없으며 그 대가의 범위와 지급 방식에 대하여는 당사자 간 자유롭게 협상을 통해 정할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윤영찬 의원안을 심사한 김건오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ISP와 CP 사이에 망 이용대가 지급을 둘러싼 명확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당한 대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망 사용료는 미국과의 통상 문제, 국내 CP가 해외진출 시에 발생할 문제도 감안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와 더불어 주요 이해관계자들도 망 사용료 법안에 쉽사리 찬성하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부가통신역무의 원활한 제공 및 이용에 필요한 전기통신설비의 구축·운용 비용 분담’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은 ‘망 사용료’ 분쟁 관련 진행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OTT 플랫폼 티빙 역시 빅테크 대표기업 넷플릭스, 구글 등은 국내법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개정안(망 사용료 법안)이 의도한 사회적 책무는 국내 사업자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커서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기 계속의 원칙에 따라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동안 계속 논의될 수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총선이 있는 만큼 연내 처리가 되지 않은 법안은 내년 5월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망 사용료 법안을 다시 상정하려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를 거쳐야 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임시회도 끝난 시점에 이번 국회에서 망 사용료 법안 통과를 바라긴 힘들 것 같다"며 "지금까지 수많은 논의가 이뤄진 만큼 내년에라도 조속히 이 문제에 대해 법적인 결론이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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