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 한국 탈출 선언…'망 사용료' 논란 재점화
트위치, 한국 탈출 선언…'망 사용료' 논란 재점화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2.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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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치 대표 "한국 망 사용료, 해외 대비 10배 수준"
넷플릭스·SKB 합의 3개월 만에 망 사용료 갈등 표면화

통신업계 “10배 근거 불명확…사업 실패 원인 돌리기”
스트리머·시청자 이민 초읽기...아프리카TV·네이버 수혜
댄 클랜시 트위치 대표가 지난 6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트위치의 한국사업 철수 결정과 그 이유를 공지하고 있다. 사진=트위치 방송 캡쳐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올해 초부터 버츄얼 유투버로 활동하는 A씨는 지난 6일 아침방송을 위해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일기예보를 전달하며 시청자들과 소통하던 A씨는 돌연 "트위치 사업 접는대요"라는 시청자들의 채팅에 놀라 공지를 확인하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댄 클랜시 트위치 대표의 사업 철수 공지를 본 A씨는 "아침 뉴스방송이 진짜 뉴스가 돼버렸다"며 앞으로 어느 플랫폼에서 방송을 이어나갈 지 시청자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1인 미디어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시장에서 전면 철수를 선언했다. 트위치는 이 같은 결정의 원인으로 '한국의 과도한 망 사용료'를 지목해 관련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트위치 코리아는 지난 6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국내 운영을 지속할 방안을 고민하고 노력해 왔으나 오는 2024년 2월 27일부로 사업 운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그간 트위치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 노고를 보태온 모든 분에게 무한한 감사와 안타까움을 전한다"고 발표했다.

댄 클랜시 트위치 대표는 곧바로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한국시장이 트위치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잘 알고 있으나 사업적 이유로 운영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 중단의 핵심 원인으로 망 사용료를 지목하며 "해외에 비해 10배 높은 망 사용료로 인해 사업을 할수록 회사가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어 클랜시 대표는 "넷플릭스와 같은 영상 서비스 위주의 콘텐츠 플랫폼이라면 시장 밖의 서버를 통해 한국에 서비스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실시간 스트리밍 사업자는 이러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댄 클랜시 대표는 그러면서 한국의 스트리머들이 자신들의 경쟁사인 아프리카TV나 유튜브로 이주하는 걸 돕겠다는 말을 했다.

트위치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란 관측은 1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해 7월부터 ▲한국 내 영상 최고 화질을 1080p(픽셀)에서 720p로 하향 조정 ▲VOD(다시보기) 서비스 전면 중단 등 비용 절감과 수익 강화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특히 화질 열화는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으로서는 치명적인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운영 악화로 인해 내린 결단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조치의 원인으로는 앞서 언급한 망 사용료 외에도 트윕·투네이션 등 서드파티(제3자) 후원 플랫폼의 성행과 이에 따른 후원 수수료 유출 등도 거론돼 왔다. 그러나 클랜시 트위치 대표는 망 사용료를 철수의 주요 원인으로 짚은 반면 서드파티 플랫폼에 대해선 "당사 결정에 영향을 준 요인은 아니었다"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트위치는 세계적으로 인터넷 방송의 70%를 점유한 톱티어 플랫폼으로 한국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트위치가 시장에서 전면 철수한다면 소비자들 사이에 적지 않은 혼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클랜시 대표는 방송 마지막에 "(한국의)규제 변화가 있을지 없을지에 따라서 (사업 철수에 관한)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다"며 철수를 번복할 여지를 남겼다. 그럼에도 관련업계는 철수 결정의 주요 요인인 망 사용료가 줄지 않는 이상 트위치의 결정 번복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위치에 망 사용료를 내려주면 인터넷 망을 이용하는 다른 플랫폼의 사용료도 모두 내려줘야 하는데 통신사가 그런 결정을 하겠나"며 "이 문제는 기업 간 협상으로 풀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듯하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CI. 이미지=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이에 따라 트위치를 이용해 영상을 올리던 스트리머들은 물론 이들의 서비스를 구독하던 이용자들까지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트위치 스트리머들은 한국시장 철수 입장이 번복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아프리카, 네이버, 유튜브 등으로의 플랫폼 이주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각 블로그와 커뮤니티에서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은 통신사에 분노를 토하고 있다.

특히 올 9월 넷플릭스와 SK텔레콤(SKT)·SK브로드밴드(SKB)의 파트너십 체결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망 사용료 관련 논란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망 사용료란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때 트래픽이 대거 발생할 경우 이에 따라 인터넷 망 사업자에게 추가로 지불하는 비용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망 사업을 하는 통신3사(SKT·KT·LG유플러스)를 중심으로 망 사용료를 콘텐츠 기업에 요구해왔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일부 해외 콘텐츠 기업들은 이에 망에 접속하는 비용을 소비자가 이미 지불했음에도 망 사용료를 추가 지불하는 것은 '망 중립성' 위반이라며 반대해 왔다.

망 중립성은 '단 대 단(End to End) 원칙'을 골자로 한 담론으로 최초의 망 제공자와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 소비자의 권리를 우선시하자는 개념이다.

해외기업 측은 이를 바탕에 두고 "최초 지불한 망 접속료 외 망 사용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면 콘텐츠 사업자는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비용을 추가로 물리거나 서비스 품질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이는 이중 과금 체계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는 망 중립성 위반 행위"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와 관련해 SK브로드밴드는 2019년 10월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계약 문제 해결을 목표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신청했다. 양사는 3년 가까이 법정 공방전을 벌였으나 올 9월 관련 문제를 합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넷플릭스 소송전이 끝난 후에도 망 사용료 논란은 언제든 다시 점화될 수 있는 '잠재적 화약고'로 인식됐다. 넷플릭스 이상으로 국내에 영향을 주고 있는 구글 또한 망 사용료 추가 지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치 방송을 시청하는 네티즌 김 모씨(34)는 "장사 잘 될수록 건물주가 월세 계속 올려서 맛집이 쫓겨나는 경우랑 뭐가 다르냐"며 "이번 사태를 만든 한국의 망 사용료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댄 클랜시 트위치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트위치 운영 종료를 앞두고 밝힌 입장문에 대해 별도의 공식 반박이나 입장문을 내지 않았다. 지난해 9월 트위치가 국내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화질 제한을 했을 때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던 때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트위치가 국내에서 지출하는 망 사용료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트위치와 통신사 간 기밀유지협약(NDA)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신증권이 지난해 10월 아프리카TV의 기업분석 보고서를 내며 '(트위치가) 이미 연 500억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서술한 것이 망 사용료 규모를 '추측'할 수 있는 자료의 전부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망 사용료가 더 싸다고 하더라도 계약 비밀 유지 의무 때문에 밝힐 수가 없는데 트위치에선 운영 종료를 앞두고 자신들의 사업 실패를 근거도 없는 망 대가로 돌리는 등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통신사들은 국내에서 네트워크 수수료가 대부분 다른 나라의 10배 수준이라는 트위치의 주장에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의 10배라는 것인지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장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통신사들은 망 사용료보다는 트위치의 국내 경쟁력이 철수의 본질적 이유라는 설명이다. 

오는 19일 테스트 버전이 론칭되는 네이버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CHZZK)' 로고. 이미지=네이버

한편 월간 246만명에 달하는 트위치의 활성 이용자 수가 어디로 갈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당장 트위치가 철수를 선언하면서 국내 사업자들이 빛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이들은 국내에 거점을 두고 있고, 규제 역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데다, 기존 망 사업자들과의 협상도 수차례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게이밍 분야가 아닌 스트리머들은 최대 경쟁사인 아프리카TV 쪽으로 '이민'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는 월간활성이용자 수가 230만명으로 트위치보다 약간 뒤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띄는 것은 국내 1위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 네이버다. 이미 네이버는 트위치 철수와 동시에 오는 19일, 자체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CHZZK)' 테스트 버전을 론칭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인기 스트리머들의 영입을 시도하면서 서비스 정착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트위치 내 주요 스트리머 상당수가 네이버 카페 등에 거점을 마련한 상태다. 트위치 평균 시청자수 1위인 '우왕굳'과 그가 제작한 아이돌 그룹 '이세계아이돌'의 경우 네이버 카페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한국 트위치 서비스를 집어삼킬 수 있을 만큼 이미 플랫폼에 녹아든 사례가 많다"며 "네이버 페이 및 기존 네이버 멤버십과 연동될 것으로 보여 네이버 플랫폼 내 기존 사용자들 역시 큰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 연구원은 "국내 트위치 시청 기간의 약 8%를 점유하고 있다고 추정되며 방송 문화 영향력은 그 이상으로 평가되는 국내 트위치 평균 시청자수 1위 스트리머 '우왁굳'과 그가 제작한 아이돌 그룹 '이세계아이돌'은 이미 네이버 카페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라며 "우왁굳의 팬카페는 네이버 카페 인기 랭킹 3위를 기록 중"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국내 트위치 시청 점유율 4위의 스트리머 '녹두로'와 e스포츠 중계를 핵심으로 하는 주요 스트리머들이 네이버 플랫폼 이적을 고려 중임을 밝혀 초기 성과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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