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위축된 ELS, 증권사 자금 조달도 악영향
한껏 위축된 ELS, 증권사 자금 조달도 악영향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2.0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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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연일 ELS 판매사 압박…“시장 퇴출도 불사할 것”
홍콩H지수 ELS 발행 중단 은행 늘자 증권사도 덩달아 부담
ELS 발행금액, 전년比 40%↓...수익창출 다변화 기회 상실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급락 사태로 인해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이 추세적으로 감소하면서 발행사인 증권사들의 수익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은행들이 홍콩 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 현실화에 잇따라 판매 금지를 선언한 이후 핵심 판매처였던 은행이 사라지면서 증권사의 ELS 발행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불완전 판매가 문제로 떠오른 만큼 내부 통제 강화를 모색하는 등 한층 긴장한 분위기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은행을 제외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국내 은행 4곳이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ELS란 종목이나 주가지수 등에 연동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일종의 장외파생금융상품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장외파생금융상품 거래업무 겸영인가를 받은 증권회사가 발행한다.

발행된 당시 정해진 만기 안에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점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미리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받는다.

만기는 보통 3년이다.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도 가능하다. 기초자산이 지정 가격 아래로 내려갈 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통상 증권사는 ELS를 출시한 뒤 주로 시중은행에서 ELS를 신탁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그동안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에게는 ‘중위험·중수익’으로 주목받았고,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어든 증권사들도 다소 공격적으로 ELS를 발행해왔다.

하지만 시중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ELS의 장점이 줄어들고 수요가 위축됐다.

게다가 최근 홍콩H지수 연계 ELS의 대규모 손실이 드러났다. 2021년 2월부터 홍콩H지수가 폭락하면서 ELS 원금은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ELS 발행 규모를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이 연일 ELS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열린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불완전판매 등 고객 이익을 외면하고 단기이익에 치중하는 금융회사에 엄정 대응하겠다”며 “금융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금융사에 대해선 시장 퇴출 방안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상위 10개 증권사 ELS 발행금액. 이미지=한국예탁결제원

이로 인해 증권사들의 ELS 발행이 감소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를 포함한 ELS 발행금액은 62조8297억원으로 집계됐다. ELS 발행이 정점을 찍었던 2019년(99조9011억원)에 비해 40% 가까이 줄었다.

상위 5개 증권사인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의 지난해 합산 ELS 발행액은 30조6045억원으로 전체 발행액의 48.7% 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ELS 발행액이 전체 시장의 11.8%에 달하는 7조4443억원으로 가장 컸다.

증권사는 투자자들에게 직접 ELS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도 재차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이번 홍콩 ELS 사태에서 은행의 불완전 판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내부적으로 재정비를 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ELS 판매를 계속 중단하게 되면 증권사들도 ELS 발행 규모를 줄일 것”이라며 “다만 홍콩 ELS로 대규모 원금 손실이 예상되고 있어 이미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라 발행 규모가 크게 감소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홍콩 ELS가 크게 손실이 났었던 2016년을 계기로 ELS 발행을 크게 줄이고 내부 통제를 강화했었다”며 “이번 사태로 ELS의 위험성에 다시금 인식하면서 예측이 불가능한 손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사의 자금 조달원 다변화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주요 은행의 ELS 판매 축소 조치는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관련 수익과 자금 조달원 다변화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헤지운용 이익이나 조기상환 관련 수수료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줄어드는 등 수익 창출 다변화 기회가 적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성 연구원은 수익 창출 다변화 기회가 적어지는 데 따른 손실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운용하는 증권사의 헤지 손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리스크가 감소하므로 일방적인 수익성 하락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자금조달 타격의 수준은 제한적일 것”라고 설명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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