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기획] 4대 금융지주 회장 "외형 확대보다 내실"
[이지기획] 4대 금융지주 회장 "외형 확대보다 내실"
  • 최희우 기자
  • 승인 2024.02.0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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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변동성 속 리스크 관리 및 내부 통제 강조
'상생금융·충당금' 부담, 금융지주 예상 실적 '뚝'
4대 금융지주 회장.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각 사 제공
4대 금융지주 회장.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각 사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장이 갑진년 새해 경영 키워드로 일제히 '상생'을 꼽았다. 고금리,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사업 확장보다 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불확실한 금융 환경 극복 위해 "상생과 리스크 관리 강조"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일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상생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부(富)의 양극화로 사회 곳곳에서 취약계층이 확대되면서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며 "흔들림 없는 강자로 진화하기 위해 '경쟁과 생존'에서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사자성어를 빗대어 이제는 은행이 홀로 생존이 불가능함을 강조했다. 진 회장은 '이택상주'(麗澤相注·맞닿은 두 개 연못이 서로 물을 대어주며 마르지 않는다)를 빗대어 "사회와 이웃, 서로 부족함을 채우며 상생의 가치를 지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역시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신뢰받는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며 "우리의 성공 방정식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고객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상생금융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브랜드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며 "증권사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으로 경쟁력을 키워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한편 위험 관리 강화도 강조했다. 임 회장은 "요인별 모니터링 등 그룹의 위기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이 ‘경제 방파제로서의 기본’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건전성과 유동성을 더욱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 투자자교육 등을 통한 신뢰회복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부회장직 폐지 및 조직 슬림화로 효율화 속도

금융사들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 개편을 통한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KB금융은 올 들어 부회장직을 폐지하는 동시에 3명의 부회장이 총괄했던 10개 사업 부문을 3개 부분으로 축소했다. KB국민은행도 기존 세분화된 부서 조직을 통합하면서 부서 수를 104개에서 93개로 약 10%가량 감축했다.
 
또한 기존 '그룹-총괄-본부-부서' 4단계 지휘 체계도 '그룹-본부-부서' 3단계로 줄였으며, 개인고객그룹 내 여·수신을 담당하는 '개인상품본부'를 신설하고 자산관리(WM)고객그룹에는 WM상품을 공급하는 '금융투자상품본부'를 두기로 했다. 

연말 인사에서는 영업현장에서 성과가 탁월한 직원에게 경영진 보임·승진의 기회를 부여해 영업력 강화에 대한 동기를 제공했다. 지역그룹대표 대상 부행장 직위도 새로 만들어 성과와 영업현장 중심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한금융 역시 기존 11개에 달했던 부문을 4개로 줄였으며 지주사 경영진도 10명에서 6명으로 감축했다. 신한은행은 '영업지원부문'과 '채널부문'을 새로 만들었다. 영업지원부문은 금융·비금융 구분 없이 채널부문은 대면·비대면채널 구분 없이 고객 솔루션을 제공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문성과 영업추진 역량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일에는 연초 영업조직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2024년 첫 영업일에 '상반기 부서장 정기인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부회장직을 없애고 부문 임원제를 도입해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다. 아울러 각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리더가 조직을 이끄는 방식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하나은행은 중앙영업그룹 내 강남서초영업본부, 종로영업본부 등 2개의 영업본부를 신설했다. 또 비대면 채널과 디지털 서비스를 별도로 담당하던 디지털그룹을 리테일그룹으로 통합해 대면·비대면 상품, 서비스 등을 관리하기로 했다. 비대면 고객 응대 기능은 손님지원조직이 집중적으로 맡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장과 고객 중심의 영업 조직 운영 효율화를 위해 이번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조직 슬림화 형태를 크게 꾀하지 않은 대신 핀셋형 조직개편을 통해 효율성을 더했다. '국내영업부문'은 개인·자산관리·기관·부동산금융그룹 등으로 '기업투자금융부문'은 CIB(기업투자금융)·중소기업·글로벌그룹 등으로 정비했다. 

특히 기업그룹과 IB(투자은행)그룹을 'CIB그룹'으로 통합해 기존 기업금융 외에 투자금융과 해외투자업무 집중도를 높여 기업고객 포섭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 

금융당국, '충당금 적립' 주문 압박 거세져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조(兆) 단위 순이익을 내며 고속 성장하던 금융지주사들이 올해부터는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현금으로 직접 돌려줘야 하는 데다 태영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쇄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란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실적 전망과는 달리 대다수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융지주의 2023년 연간 기준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KB금융 4조8206억원 ▲신한금융 4조5708억원 ▲하나금융 3조5733억원 ▲우리금융 2조8494억원이다. 영업이익 추정치 역시 KB금융이 6조9036억을 기록해 가장 많았다. 신한금융(6조1899억원), 하나금융(4조8457억원), 우리금융(3조8383억원)이 뒤를 이었다.

4대 금융지주의 예상 실적은 3개월 전과 비교해 평균 4.1% 하향 조정됐다. 상생금융 비용, 부동산 PF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충당금 적립이 반영된 여파로 풀이된다.

먼저 지난해 12월21일 마련된 은행권 공동 '민생금융지원방안'에 따라 은행별로 연간 수천억원의 이자를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자 캐시백으로 나가는 비용은 회계상 '기타영업비용'에 반영되는데 이같은 비용이 지난해 4분기에만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또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신용등급이 대폭 하락, 이에 맞춰 태영건설 채권을 보유한 은행들은 관련 충당금을 반영해야 한다. 

앞서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태영건설 신용등급을 'A-'에서 'CCC'로 10단계 강등했다.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은행들은 해당 채권이 부실화될 것을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태영건설과 관련된 추가 충당금만 310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은행권이 태영건설에 내준 대출금 규모 72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올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확산하면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융당국은 PF 연쇄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권에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를 주문했다. 최근에는 국민·신한·우리·농협·광주·대구·경남은행과 카카오뱅크 등 8개 은행이 충당금 산정체계를 강화하라는 내용의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추가로 쌓을수록 순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PF부실 뿐 아니라 올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손실이 현실화하고 금융당국에서 피해배상을 결정한다면 은행들은 관련 손실에 대한 충당금을 더 적립해야 할 수도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이 4분기에 민생금융지원, 태영건설 외에도 해외대체자산 평가손 인식과 담보대출 LGD 상향, 부동산PF 추가 충당금 등을 상당폭 적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계절성 비용 성격인 희망퇴직비용이 4분기에 인식되는 점도 실적 부진에 한 몫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예년보다 더욱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LGD 조정에 따른 추가 대손비용 적립 및 소상공인 차주 등을 대상으로 하는 캐시백 등으로 은행들의 전반적인 2023년 연간 실적은 2022년 대비 감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이 어떻게 작용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3일 임원회의에서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최희우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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