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리스크 ‘본격화’…지금은 쉬어갈 때
해외 부동산 리스크 ‘본격화’…지금은 쉬어갈 때
  • 최희우 기자
  • 승인 2023.07.24 06: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리 인상에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우려 속 실패사례 속출
헤외 발생 리스크 사전 감지 어려워 대책 마련 어려움 지적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240억원대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서울 중구에 있는 미래에셋증권 본사 전경. 사진=이지경제
미래에셋증권 본사 전경. 사진=이지경제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금융사들이 홍콩 빌딩에 투자한 약 2800억원 가량을 돌려받지 못할 위 기에 처했다.

최근 저금리 기조 속에 해외 부동산 등 대체 투자에 대한 리스크 우려가 본격화되면서 증권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도 관련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의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이 홍콩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 골딘파이낸셜 글로벌센터(GFGC) 빌딩 대출을 위해 조성된 2800억원 규모의 펀드 자산을 90% 상각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됐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이 펀드를 활용해 기관 등 투자자들을 모집해 중순위(메자닌)로 홍콩 골딘파이낸셜 글로벌센터 빌딩에 당시 환율 기준 2800억원을 대출해 줬으나 빌딩 매각으로 중순위 등 나머지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미래에셋증권은 2800억 가운데 300억원은 직접 투자했다. 나머지 2500억원은 증권, 보험사 등 금융기관에 펀드로 셀다운(재매각)했다.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은 자체 자금으로 200억원~400억원씩 투자했으며, 일부 은행에서는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리테일로도 판매됐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보증을 섰던 건물주이자 골든 파이낸셜 홀딩스의 최대주주인 판수통(Pan Sutong) 회장이 파산하자 이후 선순위 대출자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체방크가 빌딩 매각에 나섰다.

그러나 매각 대금은 현재 선순위 투자자들에게도 다 돌아가지 못한 상황이어서 미래에셋과 나머지 투자자들의 원금 회수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이에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달 17일에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자사 펀드를 통해 투자한 독일 트리아논 오피스 건물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지했다.

해당 펀드는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로, 건물 임대료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온 데카방크가 임대차계약을 연장하지 않아 대규모 공실이 발생해 새 임차인을 찾고 있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대주단이 요구하는 수준의 충분한 자금 모집에 실패하는 경우 자산 안정화가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경우 내부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트리아논 오피스에 대한 임의 매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업계에서는 금리 인상 등 현재 경제 상황으로 볼 때 건물 매각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매각되더라도 투자한 것보다 낮은 가치로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재택 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부문 공실률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투자는 코로나 발생 후 급격히 증가했다”며 “해외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는 빨리 대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리 위험을 감지하기도 쉽지 않아 당분간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긴급 회의를 열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20일 황선오 부원장보 주재로 국내 10개 증권사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및 투자은행(IB)투 담당 임원들과 부동산 익스포저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 현황에 대해 증권사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증권사 건전성 제고 및 투자자 보호 강화를 당부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권사 PF 대출 연체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에는 해외 부동산과 관련해 투자손실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며 “과도한 수준의 연체율이 지속될 경우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져 적극 대응하기 위한 부실채권 조기 상각, 부실 우려 대출 외부 매각 혹은 재구조화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황선오 부원장보는 “해외 대체투자는 증권사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쳐 상시로 자체 점검을 통해 투자대상 자산의 손실 징후 발생 시 재무제표에 적시에 반영해달라“고 말했다.

또 해외 대체투자와 관련한 투자자 피해 발생에 대해서도 “부실 발생 시 투자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여주는 담보, 보증, 보험 등 투자자 구제 장치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거액 투자 건을 다수의 개인투자자에게 나눠 판매하는 과정에서 공모 규제 위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통제 절차도 재점검하라“고 당부했다.


최희우 기자 news@ezyeconomy.com

관련기사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