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신협·수협 등 단위조합별 각자운영 따른 폐쇄성 원인 지적
사고 발생해도 낮은 범죄금액 회수율 등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금융권에서 최근 6년간 190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 농협, 수협, 신협 등 상호금융 3사에서 발생한 횡령사고 건수는 전체 횡령사고의 43%로 가장 많았다.
1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6년여 동안 은행, 보험, 카드, 증권, 자산운용,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국내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사고 금액은 총 1869억2000만원이며 건수는 총 384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농협, 수협, 신협 등 상호금융에서 발생한 횡령사고 금액은 총 327억4000만원, 건수는 167건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호금융 3개 기관이 차지하는 횡령사고 금액은 전체의 18%, 건수는 43%를 차지했다.
상호금융 기관 중에서 농협에서 발생한 횡령사고가 가장 많았다. 횡령금액은 175억1000만원, 건수는 79건이었다. 이어 신협(83억3000만원, 68건), 수협(68억9000만원, 20건) 순이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1건·7억1700만원), 기업은행(2건·3억2200만원), 국민은행(1건·2억2300만원), 농협은행(1건·1억8500만원), 우리은행(1건·9100만원)으로 드러났다. 저축은행 중에서는 오케이저축은행(1건·3억 원), 자산운용업권에서는 코레이트자산운용(1건·2억 원)에서 크고 작은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한편 금융권 횡령 사고 액수는 작년까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113억 원(65건)이었던 횡령 사고 규모는 2019년 132억 원(62건), 2020년 177 억원(50건), 2021년 261억 원(46건), 2022년 111억 원(61건)으로 급증했다.
이와 관련 양정숙 의원은 "금융기관들의 횡령범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농협·수협·신협 등 상호금융 횡령액이 크게 증가한 것은 단위 조합별로 각자 운영되면서 폐쇄성이 매우 강하고 직무분리, 순환근무 등 내부통제가 느슨할 뿐만 아니라 사고가 발생해도 범죄금액 회수가 현저히 떨어지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금융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사전에 관리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비상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평상시 대처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위해 전담조직을 운영하면서 사고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부적절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최희우 기자 news@ezyeconomy.com